연예인 마약 파문 2라운드
연예인 마약 파문 2라운드
  • 이수영 기자
  • 입력 2009-05-12 10:33
  • 승인 2009.05.12 10:33
  • 호수 785
  • 1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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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마약에 취한 연예인, 공급책은 병원?
수면마취제프로포폴

“우리들 사이에서는 얼마 전 마약 혐의로 줄줄이 경찰에 붙들려간 연예인들을 싸잡아 ‘바보’라고 부른다. 병원에 쌓여 있는 합법적인 약물로도 그들이 복용한 엑스터시, 케타민 등과 비슷한 효과를 얼마든지 볼 수 있는데 왜 위험을 자초하나.”

서울 모 병원 내시경과에 근무 중인 간호사 박모(29·여)씨는 자신이 거쳤던 개인의원의 약물보관 금고를 “마르지 않는 마약창고”라고 회상했다. 박씨에 따르면 향정신성의약품을 보관하는 금고 대부분이 자물쇠도 없이 열려 있거나 직원 한, 두 사람이 관리를 담당한다. 향정신성의약품은 반드시 잠금 장치가 있는 장소에 보관해야 하며 사용 기준을 엄격하게 지켜야 하지만 이 같은 원칙이 현장에서는 철저히 무시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허점을 틈타 엄격히 치료목적으로만 사용돼야 할 유사 마약물이 엉뚱한 쾌락을 좇는데 이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단골로 드나드는 개인 성형외과 등을 통해 일부 연예인들이 유사 마약물을 처방받거나 암암리에 공급받고 있는 정황이 드러나 새로운 파문이 일 소지가 크다.

서울 청담동 모 성형외과 관계자에 따르면 30대 인기 여배우 A씨와 아이돌 출신 남자가수 B 등은 불면증을 이기기 위해 정기적으로 수면마취제를 찾는다. 병원 측은 그때마다 적당한 구실로 진료 차트를 적고 약물을 처방해준다.


“연예인 특혜는 개인병원 운영전략”

이 관계자는 “2~3년 전부터 연예인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면서 ‘잠자는 약(수면마취제)’을 원하는 고객들이 크게 늘었다”며 “일부 스타급 연예인들은 친한 간호사(혹은 조무사)를 통해 공공연히 자택에서 약을 공급받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또 “연예인들이 특정 병원으로 몰릴 때는 다 이유가 있다. 병원 측도 스타를 단골로 두면 유명세를 탈 수 있어 연예인들의 요구를 은근히 반기는 눈치다. 일부 개인의원의 ‘연예인 특혜’는 이미 하나의 운영 전략이다”고 덧붙였다.

일명 ‘잠자는 약’으로 불리며 연예인들이 많이 찾는 약물은 프로포폴과 미다졸람(상품명 도미컴) 등이다. 두 약품 모두 수면마취제의 일종이며 원래는 성형수술이나 수면내시경 시술을 위한 마취 목적으로 쓰인다.

이들 약물을 투여하면 기억이 흐려지고 호흡이 느려지는 등 신경안정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숙면을 유도한다. 불안과 강박증에 시달리는 연예인들 사이에서 두 약품이 ‘피로회복제’로 인기가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프로포폴은 연예인뿐 아니라 최근 일반인들에게까지 각광받고 있다. 향정신성의약품인 미다졸람에 비해 일반 의약품인 프로포폴은 효과는 뛰어나면서도 처방과 투약이 상대적으로 쉬운 까닭이다. 공인된 마약물인 미다졸람을 암암리에 공급받는 것보다 일반 의약품인 프로포폴을 합법적으로 처방받는 것이 훨씬 이득이라는 얘기다.

간호사 박씨는 “도미컴은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돼 있어 시술 목적이 아니면 관계자가 몰래 훔치지 않는 한 정식 처방을 받기 어렵다. 하지만 프로포폴은 비슷한 효과를 내면서도 합법적인 처방이 가능해 병원과 환자 모두가 선호한다”고 말했다.


엑스터시는 불법, 프로포폴은 합법?

이런 시류를 타고 일선 병원들은 프로포폴 사용량을 계속 늘리는 추세다. 복수의 성형외과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미 프로포폴은 대부분 성형외과에서 사용하는 공인 수면마취제로 자리 잡았다. 개인 병원 가운데 80% 이상이 프로포폴을 주력 마취제로 사용하고 있다. 수면 내시경도 사정은 비슷하다.

프로포폴은 깊은 수면에 빠지면서도 상대적으로 빨리 깨어나는 특징이 있다. 또 환자들이 마취에서 깨어날 때 구역질과 두통을 호소하는 경우도 미다졸람보다 적다. 당연히 한 명의 환자라도 더 유치해야 하는 병원 입장에서는 미다졸람보다 프로포폴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프로포폴에는 심각한 부작용의 위험성이 공존한다. 마취 효과와 치사량 사이의 폭이 아주 좁기 때문에 사용량을 조금만 초과해도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더구나 일부 연예인들의 사례에서 드러나듯 심리적인 의존성이 두드러지는 만큼 프로포폴을 더 이상 합법의 그늘 아래 둘 수 없다는 여론이 점차 거세지고 있다.



# 의사·간호사도 ‘하얀 약 중독’

비단 연예인 뿐 아니라 일선 병원의 의사, 간호사(간호조무사 포함)의 프로포폴 중독도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2003년 인천에서 20세 간호조무사가 프로포폴 중독으로 목숨을 잃는 사건이 벌어졌다. 숨진 조무사는 링거에 프로포폴을 다량으로 섞은 뒤 자신의 팔에 꽂았고 다음날 방바닥에 반듯하게 누워 숨진 채 발견됐다.

한 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 강남의 모 대형병원에서 마취과 의사가 프로포폴 중독으로 목숨을 잃는 일도 있었지만 병원 측이 나서 사건이 무마되기도 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의사나 간호사들이 중독성 약물에 늘 노출돼 있다 보니 ‘피로 회복’이라는 명목으로 약물에 손을 대는 일이 종종 있다. 하지만 한 번 약물에 맛을 들이면 심리적인 의존성이 강해져 반복적으로 투약하게 되고 어느새 중독에 이르는 지경이 된다는 것이다.

특히 프로포폴을 투약하면 정신이 몽롱해지면서 기분이 좋아지는 환각 증세가 나타나 일부 의사들이 회식 자리에서 술 대신 이용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수영 기자 severo@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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