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떨고 있는 국정원 중간·하위직 인사이동 내막
심층분석 떨고 있는 국정원 중간·하위직 인사이동 내막
  • 윤지환 기자
  • 입력 2009-05-12 10:27
  • 승인 2009.05.12 10:27
  • 호수 785
  • 1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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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차 게이트 국정원 대개혁 신호탄 작용 조짐
원세훈 국정원장

국가정보원이 술렁이고 있다. 국정원은 지난 3월에도 원세훈 체제를 맞아 인사이동으로 크게 술렁인 적 있다. 지금의 움직임도 다름 아닌 인사 때문이다. 원세훈 원장은 인사청문회 때부터 강도 높은 국정원 개혁을 예고한 바 있어 지금의 인사개혁은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인사개혁 내면을 들여다보면 그리 당연하지 않아 보인다. 현재 국정원 내부에선 국정원장 취임 이후 단행된 인사가 너무 편향적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 불만은 심지어 영남권 인사들 사이에서도 불거지고 있다. 철저하게 TK라인을 중심으로 국정원이 재편성되고 있다고 한다. 이에 국정원 관계자들을 통해 국정원 인사이동 현황을 점검해 봤다.

원 원장은 현재 해외(1차장) 국내(2차장), 대북 등 3개 분야로 나뉘어져 있는 국정원 조직을 정보수집과 정보분석, 공작, 지원팀으로 바꾸는 등 보다 실용적인 조직으로 개편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또 원 원장은 취임당시 국정원이 전통적인 틀을 깨고 완전 새로운 조직으로 거듭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국정원 직원들의 입장에선 원 원장의 이 같은 계획은 일종의 공습경보나 다름없다. 이는 구정권 때 활약했던 주요 인사들을 모두 물갈이 하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정원의 인사 태풍은 어김없이 부는 일종의 계절풍이었다. MB정부 들어서 국정원 인사는 본격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구조개혁을 강조하는 신임원장의 취임은 인사태풍의 서막으로 받아들여졌다. 국정원 직원들 사이에선 “결국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는 말이 유행처럼 돌고 있다.


국정원 슬림화=코드화

원 원장은 국정원의 전직 간부 등을 불러 정보 관련 업무를 익히는 동시에 현재 2급인 비서실장의 직급을 3급으로 낮추는 방안을 비롯해 조직 슬림화를 위한 구체적인 작업에 착수했다.

앞서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월 27일 국가정보원 차장 인사를 단행하고 1, 2, 3차장을 모두 새로운 인물들로 교체했다. 이 대통령은 국정원 1차장에 김숙(57)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2차장에는 박성도(62) SK해운 감사, 3차장에는 최종흡(61) 국정원 상임 자문위원을 각각 임명했다. 이를 놓고 ‘국정원 개혁이 아니라 과거 회귀’라는 지적이 일고있다. 새로 교체된 인사들이 TK 또는 고대 출신인 까닭이다. 국정원장·기조실장·3차장이 모두 TK출신이고 2차장은 고려대 출신이다.

원 원장의 인사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국정원의 한 관계자는 “국정원의 모든 직원이 인사조정 대상이다. 누가 어디로 갈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구정권에 활약했던 호남출신 인사들은 직위고하를 막론하고 거의 인사이동 대상자다. 이미 상당수의 호남출신 인사들이 지부로 발령 나거나 한직으로 이동했다”고 말했다.

인사이동에 대해 국정원 직원들의 불만이 팽배한 이유는 또 있다. 비 전문가들이 주요보직에 앉아서다. 또 다른 국정원 인사는 “지부에 근무하는 인사가 서울로 올라온 경우도 있다”며 “보통 지부 근무는 한직으로 통한다. 지부에 근무하면 승진과는 거리가 멀고 일의 전문성도 없어 대부분 꺼리는 곳이다. 편하게 생활하기엔 좋지만 희망이 없는 부서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인사는 “지부에서 근무하는 인사가 중앙으로 발령받는다는 것은 지금까지 아주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없는 일이다. 그런데 이번에 지부 인사가 중앙으로 발령받아 왔다. 더구나 그와 함께 일하던 팀이 전부 따라 올라왔다. 그래서 그 지부팀이 배치된 중앙부서의 다른 숙련 인원들이 모두 인수인계가 끝나면 물러나야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인사에 따르면 전문성이 전혀 없는 지부 직원들이 중앙부서로 오는 바람에 잉여인력만 더 늘어난 꼴이 됐다. 이에 이 인사는 “조직을 효율적이고 능률적으로 개편한다며 인사를 단행하고 있지만 오히려 여기저기 들쑤셔서 직원들이 일에 집중을 못하고 있다”며 “새 정부들어 인사가 도대체 몇 번째 인지 모를 정도여서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고 불만을 토했다.


중간 하위직 일손 놓고 방황

또 영남권 출신 직원 사이에서도 불만의 소리가 들리고 있다. 현 정부 들어 호남권에 이어 영남권 인사가 차별 2순위라는 것이다. TK, 고려대, 인수위 TF팀 출신 인사가 아니면 영남권 인사는 찬밥신세다.

영남출신의 한 국정원 관계자는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가 가기만을 기다렸는데 새 정부가 들어서도 그때와 달라진 게 없다”며 “호남출신 인사들과 마찬가지로 차별 아닌 차별을 받고 있다. 요즘 같아선 정말 사표를 내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영남권 인사들은 지부로 발령 나는 일은 비교적 적지만 중앙의 한직으로 가거나 현장직으로 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렇게 옮기는 과정에서 전문성은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는 게 국정원 직원들의 전언이다. 이 관계자는 “인사이동으로 달라진 것은 거의 없다. 출입처만 바뀌었을 뿐 본질은 그대로다. 오히려 비전문가들이 전문보직에 배치되는 바람에 업무에 혼선만 더하고 있다. 조직 개편을 위한 보다 실질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정원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김성호 원장 당시 두 차례의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얼마 전 단행된 인사는 정권 출범 1년 만에 벌써 세 번째 인사다.

한편 국정원의 잦은 인사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국정원의 특수활동비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말 2009년도 예산 편성 당시 정부는 세계적인 경제난 등을 이유로 정부 경비를 10% 삭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특수활동비는 오히려 115억원이나 늘어 의문을 낳았다. 이번 인사이동으로 일부에선 특수활동비를 정치자금이나 비자금으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는 것 아니냐며 의혹에 찬 눈길을 보내고 있다.

특수활동비는 어떻게 사용했는지가 전혀 드러나지 않는 정부 예산이다. 특수활동비를 사용하는 경우 영수증을 첨부할 필요가 없으며 사용자가 서명을 하고 받아가 현금으로 쓰는 것도 가능하다. 이같이 ‘특수하게’ 쓰이는 예산이기 때문에 국가정보원을 비롯해 대통령실, 검찰, 경찰, 국방부 등 수사나 보안, 국방과 관련된 부처에 주로 배당된다.

올해 정부 각 부처의 특수활동비 예산을 모두 합하면 8624억원이다.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4860억원이 국정원 몫으로 배정됐다.


윤지환 기자 jjh@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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