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공식 대북 특명 남북 대화 튼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가 본격적으로 대권행보에 나설 전망이다. 자칫 중도 낙마할 수 있었던 집권여당 원내대표직을 무사히 마친 홍 원내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공식적으로 ‘대북특명’을 받는 중책까지 떠안고 남아프리카 공화국으로 떠났다. 김정일 정권의 2인자로 통하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남아공으로 오기 때문이다. 홍 원내 대표측에서는 이 대통령과 홍 원내대표가 그동안 껄끄러웠던 관계를 해소했다는 반증이라고 희색이 만연하다. 한나라당 일각에서도 홍 원내대표가 본격적으로 대권행보를 나서는 게 아니 냐는 시각이 높다. 홍 원내대표 역시 그 차기 행보로 서울시당 위원장직에 도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 서울시장 도전을 위한 사전 포석뿐만 아니라 내년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 공천에 영향력을 줄 수 있는 다목적 카드인 셈이다. 홍 원내 대표의 ‘대망론’을 추적했다.홍 원내표는 ‘독고다이’로 유명하다. 검사시절 ‘슬롯머신’ 사건으로 일약 스타가 됐지만 이건개 대전 고검장을 구속시켰기 때문이다. 학연, 지연, 혈연을 중시하는 한국사회에서 홍 원내대표는 ‘선배를 잡아먹은 검사’라는 낙인이 찍혔다. 정치에 입문해서도 초반에는 타 의원들과 어울리지 않고 혼자서 밥을 시켜 먹을 정도로 비사교적이었다. 특히 야당시절 집권 여당에 대한 ‘저격수’로 불리면서 정치 행보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이런 홍 원내대표가 타협과 절충을 중시하는 집권 여당 원내대표직을 무사히 마쳤다. 홍 원내대표는 일단 과거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털었다는 점에서 본격적으로 광폭 행보에 나섰다.
그동안 홍 원내대표가 서울시장 후보 경선이나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등 큰 선거에 나섰지만 선택을 못 받은 주된 배경이었다. 무엇보다 홍 원내대표로서는 이명박 대통령과의 관계 복원이 큰 힘이 됐다. 이 대통령은 대북 특사에 준하는 자격으로 홍 원내대표를 남아공에 보냈다. 내용상 대통령 특사 자격은 아니지만 북측의 최고위급 간부인 김영남 위원장이 남아공 제이콥 대통령 취임식장에 온다는 점에서 막중한 임무를 부여한 셈이다.
‘독고다이’, ‘저격수’ 넘어 남북대화 메신저로
홍 원내대표는 출국 전 “대통령이 김영남 위원장이 남아공에 오니까 만나면 편하게 대하라는 말을 들었다”면서 “남북문제에 있어 물꼬를 틀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표출했다. 원내 대표실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홍 대표에 대한 신뢰감의 표출이 아니겠느냐”며 “대북특사 역할을 맡긴 것은 홍 원내대표가 대통령의 복심을 전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인사이기 때문이다”고 평했다.
사실 홍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과 호형호제하는 몇 안되는 인사다. 두 사람의 인연은 1999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홍 원내대표가 야인으로 있던 시절 미국행을 선택해 공항에 도착했을 때 고려대 선배인 이 대통령이 부부를 마중 나왔다.
전년도에 서울 시장 선거 도전에 실패한 이 대통령은 워싱턴에서 공부 중이었고, 이 대통령은 홍 원내대표 부부가 집을 구할 때까지 함께 살았다.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출마 시에는 홍 원내대표가 홍보위원장을 맡았으며 앞서 1996년에는 이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변호를 맡기도 했다.
두 사람의 관계가 소원해진 것은 서울시장 선거 때 이 대통령이 경선에서 도와주지 않았다며 이 대통령에게 불만을 토로한 것이 계기가 됐다. 하지만 이후 대통령 경선 때 홍 원내대표는 클린정치위원장을 맡아 이 대통령의 BBK 사건을 방어하는 데 일조했다. 홍 의원이 집권 여당 원내대표라는 중책을 맡게된 배경에 이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음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지난 2월에는 홍 원내대표를 만난 이 대통령은 ‘원내대표를 한 번 더 하는 게 어떻느냐’고 연임 의사까지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홍 원내대표는 ‘몸과 마음이 지쳤다’, ‘당분간 쉬고 싶다’고 사양했다는 후문이다.
홍 원내대표가 김 위원장을 만나 최근 북한의 로켓 발사 및 핵실험 재개 언급 등 경색된 남북관계에 전기를 마련할 경우 위상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출발 전 외교부와 통일부와 만남을 대비해 사전 조율하고 떠났다는 점 역시 회동 분위기를 높였다.
특히 최근 우리 해군이 소말리아 해역에서 해적에게 쫓기던 북측의 상선을 구해 우호적인 분위기 역시 홍 원내대표에게 호재를 작용하고 있다.
이와 관련 통일연구원의 정영태 선임연구원은 “홍 원내대표와 김 위원장의 만남은 지극히 의례적일 수 있다”며 “통일부와 외교부 실무자들이 두 인사의 만남을 대비해 ‘공’을 들인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대의원 표심 차기 경선 승리에 발판
또 정 연구원은 “MB 정부의 실용적 차원에서 남북 대화를 위한 우리의 진정성 있는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면서 “그렇다고 정상회담은 아닐테고 대화 분위기 조성정도가 되지 않겠느냐”고 관측했다. 그러나 정 연구원은 “북한 체제가 유일지배체제라는 점에서 김 위원장에게 실권을 부여할 가능성은 낮다”며 “관건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 위원장을 얼굴마담용으로 보냈는지 아니면 실제로 역할을 부여했는지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대북 특명을 받고 출발한 홍 원내대표는 이참에 서울시장 후보 경선을 뛰어넘어 곧바로 대권도전으로 나설 것이라는 관측마저 대두되고 있다. 홍 원내대표는 원내 사령탑을 수행하면서 쌓은 내공을 바탕으로 서울시당 위원장직에 도전할 것이라는 소문이다. 통상 서울시당 위원장직은 차기 서울시장을 노리는 후보들이 가는 자리다.
하지만 서울시당 위원장직을 역임한 인사들의 평은 다르다. 공성진 최고위원실에서는 “서울시당 위원장을 맡는 이유는 일단 내년 지방선거에서 공천권을 행세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크다”면서 “특히 서울시 한나라당 조직을 좌지우지할 수 있어 향후 서울시장 경선이나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대의원 당원 접촉을 통해 자기사람을 만들 수 있다”며 “지난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기존 1만명선이 던 대의원 수를 확 늘리면서 서울의 대의원 표심이 경선 승리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실상 지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이 대통령은 전국적으로 박 전 대표에게 밀렸지만 서울에서 승리함으로써 격차를 줄일 수 있었고 여론조사를 통해 승리했다는 점에서 서울 대의원 표심이 경선 승리에 주효한 역할을 했다. 차기 ‘대권’을 노리는 홍 원내대표 역시 서울시장을 건너 뛰고 서울시당 위원장직을 선택한 것은 곧 대권행 티켓을 잡는데 교두보 역할을 기대하고 있는 셈이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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