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왕정치’ 영일대군 이상득 퇴진하라”

한나라당의 쇄신운동이 본격화 되고 있다. 개혁성향 초선의원의 모임인 ‘민본21’이 선두에 섰다. 원로 소장파인 원희룡, 남경필, 정병국 의원이 울타리를 만들고, 친이 정두언 의원과 친박 진영 의원까지 가세했다. 여기에 친이 직계 모임인 ‘함께 내일로’의 심재철 의원도 쇄신운동에 힘을 보태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쇄신운동의 표적은 막후실세로 활동했던 이상득 전 부의장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어 정풍운동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한나라당의 환골탈퇴는 이뤄질 것인가. 한나라당이 4.29재보선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총성은 ‘민본21’에서 시작됐다.
개혁 성향 초선의원의 모임인 ‘민본21’은 지난 4일 한자리에 모여 당, 정, 청의 쇄신을 촉구하고 나섰다. 민본 21은 “재보선의 패배는 국민들의 엄중한 비판과 불신이다. 여기에 ‘친이-친박 갈등’을 해소하지 못한데 대한 질타의 표현”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경고에도 불구하고 당, 정, 청은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다며 특히 청와대 일부 참모들의 인식과 당의 위기 불감증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소장파 목적은 SD의 퇴진?
민본 21의 김성식 의원은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의 승리를 기약하기 힘들다”며 “쇄신과 화합을 이루는 주체가 당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개혁 성향의 초선 의원 관계자는 “당, 정, 청의 쇄신은 정치권 모두의 쇄신을 의미한다. 이는 민본 21에서 계속 주장해왔던 문제점들이다. 특히 원희룡 의원이 제기한 비공식 라인의 문제도 심각하다”고 말했다.
지난 6일 원조 소장파들과의 모임을 갖은 후 원 의원은 “당의 비공식 라인이 득세를 하면서 공식라인이 유명무실화 되는 것은 비정상적인 모습이다. 특히 인사권이나 주요 정책들에서 이런 모습이 보이고 있다”며 이상득 전 부의장을 향한 비판을 쏟아냈다.
원 의원측 관계자는 “당의 공식적인 의결기구와 소통창구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당론이 특정인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경우가 있어왔다. 이를 문제 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움직임은 계속 관측되고 있다. 소장파 원로격인 권영세 의원도 지난 7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 전 부의장에 대한 직격탄을 날렸다.
권 의원은 “당에서 비선이라고 하는 이상득 전 부의장이나 다른 인사들이 당무를 좌지우지 하고 국정을 좌우하는 게 사실이라면 반드시 고쳐져야 하는 문제다. 이것이 바로 쇄신의 주요 대상이 될 것”이라며 이 전 부의장을 비판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이 전 부의장에 대한 권력의 쏠림 현상이 주된 요인인 것으로 관측된다.
올 초 MB정권 집권 2기를 시작하며 이 전 부의장의 광폭행보는 주목을 받았다. 친박은 물론 친이 직계 등 계파를 막론하고 화합을 주장하며 당은 MB정권을 성공시키기 위해 단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모습은 한나라당의 계파 간 깊은 골을 한 번에 날려 버릴 수는 없었지만 일부분 당을 봉합하는 모양새를 보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미봉책에 불과했다. 지난 4.29 재보선을 앞두고 경주에 출마한 친박계 정수성 후보에게 사퇴를 종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친박계는 반발했다.
특히 애초 경주 재보선 공천에서 이 전 부의장의 측근인 정종복 전 의원보다는 제3의 인물에게 공천을 줘야 한다는 일부 친이계의 주장을 묵살하고 결국 자신의 측근에게 공천을 줘 화를 키운 것이란 분석이다.
결국 재보선 프레임 자체를 친이VS친박으로 흘러가게 한 것은 이 전 부의장 본인이었다는게 소장파의 주장인 것이다.
재보선 참패와 박연차 구명 로비 의혹 등 끊이지 않고 구설수에 오르면서 한나라당은 이 전 부의장을 향해 칼을 들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친박은 물론 친이계 내에서도 이 전 부의장에 대한 불만이 쌓여갔던 게 사실이다. 독단적인 태도와 공식라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선라인을 통해 당과 청을 연결하는 역할을 이 전 부의장 본인이 한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말했다.
쇄신특위 전권 위임받아야
이 전 부의장이 정치권 정면에 나선 것은 지난 해 항명파동 이후 이재오 전 의원이 해외로 출국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지난 해 말에는 예산안 직권상정을 주문하면서 당론을 정하지 못했던 한나라당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여 결국 만사형통의 힘을 보여준 계기가 됐다.
이 전 부의장의 막후실세 역할은 극에 달했고 최근 박연차 구명 로비 의혹이 제기되면서 구설수에 올랐다. 여기에 박 회장의 태광실업에 대한 국세청 조사를 당시 한상률 국세청장에게 직접 지시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결국 한나라당의 당, 정, 청 쇄신론은 제도적인 쇄신도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인사에 대한 쇄신, 즉 이 전 부의장에 대한 퇴진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의미에서 쇄신특위를 주장하는 소장파들은 모든 전권을 유임 받고 쇄신특위의 결정대로 당이 따라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친박측 시큰둥…실효성 의문
소장파들이 당의 쇄신과 함께 당의 화합도 주문하면서 차기 원내대표와 관련 친박계 김무성 의원을 추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친박측에서는 아직 시큰둥한 반응이다. 특히 박 전 대표는 김무성 의원의 원내대표 추대론에 대해 “당의 당헌 당규가 확고한 상태에서 이를 어기면서 추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친박측 관계자도 “모양새를 갖추기 위한 계파 안배식 원내대표는 부적절하다. 특히 분위기만 형성하고 마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친박측에서는 이명박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간의 직접 회동을 통한 진정성 있는 화합이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선행과제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진정한 화합은 힘들다는 입장이다.
쇄신특위 위원장에 거론되고 있는 원 의원도 “현재 계파간 감정의 골을 치유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다. 특히 이를 위해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회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어찌됐든 한나라당 소장파가 주장하는 것은 확연해졌다. 당의 쇄신에 가장 큰 문제점인 이 전 부의장의 2선 후퇴와 투명한 공천 절차, 그리고 당과 청와대간의 소통에 필요한 제도 개선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쇄신특위의 힘이 과연 어디까지 미칠것인가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쇄신을 위해 특위까지 설치하지만 과연 쇄신특위가 청와대와 당의 전권을 위임받고 얼마나 힘을 발휘할지 의문이다. 이름만 거창하고 실상 제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해 정두언 의원을 주축으로 하는 소장파에서 이 전 부의장과 청와대 인사들에 대해서 퇴진운동을 벌이다 역풍을 맞은 적이 있다. 이때문에 정 의원은 한동안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있어야 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 전 부의장은 대통령의 친형이면서 6선 의원이다. 이를 상대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힘이 뒷받침돼야 한다. 만약 이번 기회에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다면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장파들이 칼을 들고 이 전 부의장을 겨냥하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 쇄신운동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 귀추가 주목된다.
#개혁성향 초선의원 모임 ‘민본 21’ 정태근 의원 미니 인터뷰
“이상득 의원 자중하고 반성해야”
민본21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 의원은 당의 쇄신운동은 당이 살아남느냐 죽느냐에 대한 꼭 필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또한 당 지도부와 쇄신특위를 구성하면서 일정 부분 논란도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정 의원과의 일문일답
▶쇄신특위 구성은 어떻게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하는가.
-원희룡 의원이 위원장으로 임명되면 각 그룹들, 예를 들면 ‘민본21’ 이나 ‘함께 내일로’, 친박계 등 많은 의견을 청취한 다음 구성할 것으로 예상한다.
▶소장파에서는 쇄신특위에 모든 전권을 위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현실 가능성은 어떻게 보는가.
-당 지도부에서는 현실적으로 생각해 전권을 위임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계속 쇄신운동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수용하지는 않더라도 효과는 있을 것이다. 또한 쇄신특위가 당 개정안과 조기전당대회를 요구하면 지도부가 난색을 표명할 것은 분명하다. 지도부로선 운명이 걸린 문제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최근 박희태 대표와 지도부는 당 쇄신특위의 요구사항에 대해 이를 기본으로 하면서 논의할 것이라는 발언을 했는데.
-단지 참조하는 정도로 지도부가 쇄신안을 받아들인다면 쇄신을 요구하는 쪽에서는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이런 부분에 있어선 서로 밀고 당기는 조율이 필요하다.
▶당의 화합을 위해 친박계 김무성 의원을 원내대표로 추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도출됐는데.
-그것은 소장파 전체의 의견은 아니다. 당청 회동에서 논의가 된 것으로 보인다. 우선 박근혜 전 대표가 반대를 하고 있어서 난항이 예상된다.
▶이 때문에 당 화합차원에서 시작도 하기 전에 불협화음이 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당 전체적으로 김무성 의원의 추대론에 대해 공감대가 있는지 먼저 확인을 한 다음 이런 분위기가 맞다면 다시 추대를 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그러나 먼저 출마를 결심한 인사들이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상황을 잘 조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원 의원은 최근 비공식라인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민본21에서도 당, 청간의 소통의 창구가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이상득 전 부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들리는데.
-이 전 부의장이 막후 실세로 있었다는 사실에 대해 증거는 없지만 그런 정황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현재 한나라당이 쇄신운동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이 전 부의장도 심각히 고민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본다. 좌중해야 한다. 또한 경주 공천에서도 이 전 부의장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이 다수의 판단이다. 어떤 직을 갖고 있지 않지만 한나라당이 현재 쇄신운동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전 부의장 본인이 처신이나 역할에 대해 냉철히 생각을 해봐야할 시점이다.
인상준 기자 sky0705in@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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