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박연차-천신일 리스트’ 럭비공 수사
검찰, ‘박연차-천신일 리스트’ 럭비공 수사
  • 인상준 기자
  • 입력 2009-05-12 09:31
  • 승인 2009.05.12 09:31
  • 호수 785
  • 5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살생부, 여권 심장을 겨냥하다
세무조사 무마로비 의혹과 관련해 대검 중수부가 7일 오후 서울 태평로 삼성생명 빌딩의 천신일 회장이 운영하는 세중나모여행사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품을 갖고 차로 옮기고 있다. photolbh@dailysun.co.kr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고 있다. 검찰이 박연차 구명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천신일 회장에 대해 다각적인 압수수색을 벌였다. 천 회장의 수사는 결국 여권 실세에 대한 수사를 의미해서 정치권의 파장은 쓰나미 수준이다.

검찰은 지난 6일과 7일 천 회장의 본사와 자택, 계열사, 국세청 등의 압수수색을 통해 밝혀지지 않았던 새로운 사실들을 찾아냈다. 이 과정에서 박연차리스트의 원본을 입수, 여기에 거론된 여권 실세들이 다수 있다는 얘기가 검찰 안팎에서 들려오고 있다. 한편 민주당은 천신일 특검법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여서 검찰이 혹시나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 보여주기식 수사를 미연에 방지하고 압박하는 카드로 사용할 태세다.

지난 6일과 7일 이틀에 걸쳐 검찰은 대규모 압수수색을 강행했다. 서울지방국세청을 비롯해 천 회장의 자택과 사무실, 계열사, 돈거래가 있는 지인들에 대한 압수수색까지 전 방위적인 압수수색을 펼쳤다.

검찰 관계자는 “각종 회계 자료와 주식거래 내역, 천 회장의 개인 장부 등 모든 관련 서류를 압수수색해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6일 있었던 서울지방국세청의 압수수색에서는 지난 해 있었던 세무조사에서 발견된 증거 자료들 중 검찰이 확보하지 못했던 상당수의 자료들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박연차 회장과 천신일 회장의 돈 거래 내역이 담긴 자료를 찾아낸 것으로 알려져 수사에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자료는 2007년 11월 박 회장이 천 회장에게 9억여 원을 보낸 송금전표와 두 사람간 돈거래가 의심되는 자료로 현재 수사팀이 이를 면밀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박연차리스트의 원본 자료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자료에 여권 실세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는 얘기가 검찰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박연차 리스트의 원본에는 여권 실세들의 이름이 다수 포함됐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 자료를 국세청이 입수하고 청와대에 이를 보고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원본은 당시 세무조사를 총괄했던 조홍희 조사4국장이 한상률 전 국세청장에게 보고한 내용으로 현 여권 실세와 고위 관료들이 포함돼 있는 것이어서 파급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관측된다.

최초 검찰은 대선과 관련된 수사는 하지 않겠다며 선을 그었지만 최근 압수수색에서 천 회장의 2007년, 2008년 계좌관련 자료도 함께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이에 대한 수사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대선과 경선 전후로 해서 천 회장의 돈 흐름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특히 당시 천 회장이 300억원대의 돈을 조성한 경위와 이 돈이 어디로 흘러들어갔는지에 대해서도 조사를 해야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결국 여권 핵심으로 수사가 확대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광범위한 인맥 형성

결국 박연차-천신일간의 돈 흐름을 추적하면 대선과 관련된 수사도 함께 해야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천 회장의 수사는 결국 여권 핵심부를 향한 수사라는게 정치권 안팎의 시각이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수사 상황에서 정치권은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제까지 드러나지 않았던 박연차리스트 원본에 여권 실세들 중 누가 들어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정치권은 동분서주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박 회장의 원본에 여권 실세는 물론 PK지역 출신 인사들도 포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실세라고 하면 몇 안 되는 인사들일텐데 이들의 이름이 거론되면 정치권의 파장은 거셀 것이 분명하다. 여기엔 천 회장과 여권 실세들의 친밀한 관계도 한몫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 회장과 이명박 대통령이 동기라는 사실과 천 회장 인맥의 축이 현재 여권과 밀접하다는 것은 이미 밝혀진 사실이다. 최근에는 천 회장의 회사 사외이사로 있었던 인사들도 MB대선 캠프에서 활약했던 인사라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지면서 천 회장의 광범위한 인맥을 알 수 있게 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사외 이사로 있던 양모씨는 현재 공기업 사장을 하고 있다. 이 인사는 대선캠프에서 방송특보단장을 역임했다. 윤모씨는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직시절부터 가깝게 지냈던 인사다. 이런 인사들이 천 회장의 회사에 사외이사로 있었던 것은 주목할 점이다”고 말했다.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는 발언으로 최근 민주당 최재성 의원도 천 회장의 인맥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최 의원은 “윤 모씨가 총장으로 있는 서울과학종합대학원 4TCEO 과정 원우회에는 한상률 전 국세청장과 임채진 검찰총장도 멤버로 돼 있다. 물론 천 회장도 같은 과정을 이수했고 원우회의 회원이다”고 말했다.

결국 천 회장의 인맥은 한 전 국세청장과 임 검찰총장과도 형성돼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제 공은 검찰의 손에 넘어갔다. 과연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인 천 회장의 의혹에 대해 속 시원하게 밝혀낼지 주목된다. 또한 정치권에서 제기하고 있는 천 회장의 대선관련 의혹, 당비대납 의혹에 대해 어떤 결과를 낳을지도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민주당, 천신일 대선 전후 306억원 조성 이유 밝혀야

최근 민주당 천신일 3대 의혹 진상조사특별위원회에서는 천신일 회장과 관련한 3가지 의혹을 검찰이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해 파장이 예상된다.

진상조사특위에서 간사를 맡고 있는 최재성 의원은 지난 7일 “3가지 의혹에 대해 청와대와 천 회장은 해명해야 한다” 며 “첫번째 천 회장이 경선 전후, 대선 전후에 조성한 306억원의 돈이 어디로 갔는지 밝혀야 한다. 두 번째는 조성 과정에서 고대 3인방인 양모씨, 윤모씨가 사외이사로 취임하면서 주식 처분이 이뤄진 것도 의혹이다”고 주장했다.

또한 최 의원은 “세 번째 의혹은 천 회장이 이명박 대통령의 특별당비 30억 원을 빌려준 의혹이다. 이 사실에 대해 천 회장은 두 차례 해명을 번복하면서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에 대해 확실한 검찰 조사가 필요하다”며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이재명 진상조사특위 간사는 천 회장이 주식을 판 시점에 대해서 의혹을 제기했다.

이 간사는 “주식 매매가 이뤄질 당시 세중나모여행사의 주식은 정점을 찍고 있었던 시기다. 이때 기관에서 171억원 규모의 주식을 사들였다. 그런데 현재 이 주식에 의해 약 60~70%의 손해를 입고 있다. 장기투자를 하는 기관들이 이 주식을 사들인 이유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손실이 날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주식을 사들인 이유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미 국회에 ‘천신일 특검법’을 제출한 상태다. 이는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 수사를 소홀히 하지 못하도록 하는 압박용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여권 내에서도 특검법에 대해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친박계와 일부 중립 개혁 성향 의원이 표 대결에서 반란표를 던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압박용뿐만 아니라 실제 특검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함께 하고 있다. 검찰 수사가 미흡하다는 결론이 나면 여론이 특검의 필요성을 인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상준 기자 sky0705in@dailysun.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