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쇄신. 천신일 특검 전 거취 표명 압박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이 바짝 땅에 엎드려 있다. 당내 소장파들로부터 인적 쇄신의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다는 점에서 몸을 숙일 수밖에 없다. 현재 한나라당은 0:5 참패라는 4.29 재보선 후폭풍을 맞이해 당 쇄신특위를 구성하고 당 화합을 위한 다방면의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표가 친박 인사들의 현정부 복무에 부정적인 입장이 명확해지면서 친이 친박간 다툼이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전 부의장의 경우 친이 친박 대결의 장으로 치러진 경주 재선거과정에 한나라당 정종복 공천에 영향력을 행세한 막후 인사로 지목되면서 공천 책임론에 휩쌓였다. 상황이 이렇보니 그동안 친이 친박간 ‘갈등 중재자’, ‘가교’ 역할이 중요한 순간에 조용하게 지낼 수밖에 없는 처지로 전락했다.
무엇보다 천신일 특검이 현실화돼 이 전 부의장이 증인으로 설 경우 이 전 부의장은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최근 검찰이 박연차 세무조사관련 서울지방국세청을 비롯해 광범위하게 수사를 벌이고 있고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의 금품수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이 전 부의장을 압박하고 있다. 이 전 부의장은 박 회장으로부터 세무조사 무마조로 2억원의 돈을 챙긴 추부길 전 비서관이 ‘전화 통화를 했다’는 진술과 상반된 입장으로 해명을 요구받고있다.
이 전 부의장이 당 안팎으로 압박을 받고 있는 가운데 당내 일각에서는 ‘이상득 2선 퇴진론=주일 대사’로 가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대두됐다. 한일의원연맹 회장이기도 한 이 전 부의장이 주일대사로 가기위해선 국회의원직을 버리고 가야 한다. 이런 점 때문에 실현 가능성을 낮게 보지만 재보선 후폭풍에 검찰 수사와 이후 천신일 특검이 천신일 회장을 넘어 이 전 부의장을 향할 경우 사전 차단용으로 ‘주일 대사 카드’를 꺼낼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주일 대사는 현재 권철현 전 의원이 임명돼 15일을 기점으로 1년을 맞이했다. 이미 권 대사는 부산 출신에 중진급 의원으로 ‘박연차 리스트’에 올라 한때 구설수에 올랐다. 권 대사는 “박 회장과 2번 만남을 가졌지만 단돈 1달러도 받지 않았다”고 해명한 바 있다. 또한 권 대사는 2번째 방문이 2004년 10월 김원기 국회의장과 함께 동남아 순방 때 베트남 태광실업 현지 공장을 방문해 박 회장을 마지막으로 봤다고 밝혔다. 그러나 권 대사는 당시 밥이나 술도 함께 하지 않았고 돈도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최근 검찰이 박 회장 관련 수사에 박차를 가하면서 당시 김원기 전 국회의장이 베트남에서 박 회장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권 대사를 압박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홍승면) 심리로 열린 이광재 민주당 의원 공판에서 “이 의원 외에도 베트남 건 관련 조사를 받은 정치인이 있다”며 “기소시기를 맞추기 위해 기록을 정리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특히 이 의원 공판에서 변호인은 “박 회장 지시를 받고 이 의원 측에 건넨 5만달러를 준비한 현지 직원 이모씨 진술조서에 이 의원처럼 베트남 태광비나를 방문한 다른 의원에게도 돈을 준 적이 있다는 진술이 있다”고 공개했다. 이에 검찰은 “기소 시기를 여러 사람과 맞추 잡기위해서”라며 박 회장에게 베트남에서 돈을 받은 혐의로 다른 정치인을 추가 기소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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