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2세 명암‘뜨는 별, 지는 별’

“대한민국 정치인 2세들은 성공하기 힘들다?”대한민국 정치사를 살펴보면 정치인 가문은 손에 꼽힌다. 아버지의 후광으로 정치에 뛰어든 인사들 중엔 현 정치에 한 축을 담당하는 정치인으로 성장한 인사가 있는가 하면, 비리 사건에 연루돼 구속 수감되는 불명예를 안아야 했던 인사들도 있다. 정치인 2세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후광을 업고 손쉽게 정계에 뛰어든다는 비판론과 가업을 이어 받아 지역구 발전에 노력한다는 찬성론이 존재한다. 정치권 관계자는 “아무래도 유명 정치인의 자녀라는 사실은 도움이 되는 게 사실이다. 다만 정치에 대한 애정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에〈일요서울〉은 정치인 2세들의 현재 모습을 재조명해봤다.
미국 국민들에게 아직까지도 사랑받는 케네디가는 훌륭한 정치명문가로 추앙받고 있다. 케네디가가 존경받는 이유는 별 다른 게 없다. 진정 국민을 위해 희생하며 가슴으로 정치를 하는 신념 때문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손꼽히는 정치명문가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다만 대를 이어 정치를 가업으로 삼은 정치인 2세들은 활발히 활동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정치인 2세로 자유선진당 조순형 의원을 꼽을 수 있다. 조 의원의 부친은 유석 조병옥 박사다. 조 박사 가문은 차남 조윤형 전 국회부의장, 3남 조순형 의원으로 이어지는 정치 가문이다.
조 박사는 자유당 시절 야당인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지냈다. 조윤형 전 부의장도 민한당 총재를 지낸 바 있다. 조순형 의원은 1981년 조 전 부의장이 정치규제로 인해 출마를 못하자 대신 출마해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현역 최다선인 7선 의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중도 포기하고 탈당했으며 한나라당 입당을 저울질하다 18대 총선 직전 자유선진당에 입당해 비례대표 2번을 받았다. 정치권에서는 지난 18대 총선에서 조 의원이 무소속이나 불출마 선언을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평가한다.
정치권 관계자는 “조 의원의 가문은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든 정치가문이다. 훌륭한 정치인들을 배출하면서 가문에 영광을 가져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조 의원의 최근 행보는 ‘미스터 쓴소리’라는 닉네임에 걸맞지 않은 모습”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이 밖에도 2세 정치인들은 상당수 된다. 남평우 전 의원의 아들인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은 아버지의 지역구를 물려받아 4선 의원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내무부 장관과 6선 의원을 지낸 정석모 전 의원의 아들 정진석 의원도 지난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돼 3선 의원이 됐다.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은 유수호 전 의원의 아들이며 유일호 의원은 유치송 전 민한당 총재의 장남이다. 며느리가 국회의원이 된 경우도 있다. 바로 재선에 성공한 이혜훈 의원이다. 이 의원은 한나라당 사무총장을 지낸 김태호 전 의원의 며느리다. 한승수 국무총리의 사위이자 한나라당 김진재 전 의원의 아들인 무소속 김세연 의원도 가업을 물려받아 정치에 뛰어든 케이스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부친의 영향이 컸을 것이다. 어릴 적부터 정치에 대한 감을 익히는데 유리한 측면이 있다. 여기에 부친의 후광도 한 몫 하면서 가업으로 정치에 뛰어든 정치인 2세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는 반대로 정치인 2세들 중 고전을 면치 못한 가문도 있다. 민주당 정대철 전 고문의 경우 화려한 정치 가문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현실정치에서 멀어졌고 아들은 지난 18대 총선에서 낙선하는 불운을 겪어야 했다.
정 전 고문의 부친은 정일형 전 외무부 장관이다. 신민당 부총재를 역임하고 1950년부터 서울 중구에서 내리 8선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정 전 고문도 지역구를 물려받고 5선을 했다. 정 전 고문에 이어 아들인 정호준 전 청와대 행정관은 17대 총선에서 낙선하고 18대 총선에서는 비례대표를 신청했지만 당선권에서 먼 배정을 받고 출마를 포기했다. 정 전 고문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당선에 일등공신으로 한 때 잘나갔지만 굿모닝시티 사건과 관련해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면서 오점을 남겼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아무리 화려한 배경이 있어도 결국 본인의 능력이 가장 중요한 요소다. 배경은 배경 일뿐 더 이상의 메리트는 없는 게 지금의 정치 현실”이라고 평했다.
전직 대통령의 자녀들
정치인 2세 의원들 중 현재까지 가장 성공한 인사는 단연 박근혜 전 대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라는 후광을 받은 게 사실이지만 현재까지 차기 대권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될 만큼 거물로 성장했다. 영남과 수도권에서는 박 전 대표의 영향력이 상당하다.
그러나 박 전 대표를 제외한 전직 대통령의 자녀들은 지금까지는 정치인으로서 성공하지 못했다. 비리 혐의로 인해 구속 수감되면서 불명예를 안기만 했을 뿐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씨는 18대 총선에 나오기 위해 공천을 신청했다. 하지만 김씨의 경우 1998년 한보 비리 관련 조세포탈 혐의와 2004년 불법 정치자금 수수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문제돼 공천도 신청하지 못했다.
김씨는 그러나 아직 정치에 대한 꿈을 버리지 못한 듯하다. 현재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비상임 부소장으로 활동을 하면서 재기를 모색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두 아들도 정치권에 입문한 경험이 있다. 장남인 김홍일 전 의원은 재선까지 지냈으며 차남 김홍업 전 의원도 지난 2007년 8월 보궐 선거에서 당선됐다. 이후 김홍업 전 의원은 18대 총선 당시 민주당 공천에서 배제돼 무소속 출마를 강행했지만 낙선하고 말았다. 김홍업 전 의원의 경우 ‘국민의 정부’ 당시 아·태평화재단 부이사장을 지내면서 기업으로부터 금품을 받고 증여세를 포탈한 혐의로 1년 6개월을 복역한 전력 때문에 공천에서 배제됐던 것이다.
한 정치 전문가는 “단지 후광만으로 정치를 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정치에 입문해야 올바른 정치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치 전문가는 “전직 대통령의 자손들이 훌륭한 정치인으로 탄생된다면 그 또한 대한민국 정치사에 한 획을 그을 수 있는 훌륭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전직 대통령의 자손들은 이미 결격사유가 충분한데도 불구하고 정치권 언저리에 머물러 있다. 만약 이들이 정계에 입문한다면 그것은 우리나라 민주주의 후퇴를 가져올 문제”라고 말했다.
가업을 이어 받아 정치에 입문한 정치인 2세들. 이들에 대한 평가는 양분되지만 이들을 향한 관심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인상준 기자 sky0705in@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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