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난 박근혜 이명박 진검 승부 가린다
화난 박근혜 이명박 진검 승부 가린다
  • 홍준철 기자
  • 입력 2009-05-12 09:20
  • 승인 2009.05.12 09:20
  • 호수 785
  • 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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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합의추대 반대’ 이재오 복귀 어깃장
김무성 · 이재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단단히 화가 났다. 박희태 당 대표와 청와대가 당 화합차원에서 꺼낸 ‘김무성 원내대표 합의추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박 전 대표는 ‘박근혜 남자’로 알려진 김 의원의 원내대표 합의추대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이에 청와대와 친이 진영은 6월 입법전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데다 향후 이재오 전 의원의 정치적 복귀에 ‘김무성 카드’를 발판으로 활용하려는 전략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이처럼 허를 찔린 친이 진영은 ‘박 전 대표가 계파정치에 나섰다’며 못마땅하다는 반응이다. 11일 귀국한 박 전 대표와 친이 진영의 본격적인 ‘진검승부’가 시작됐다는 평마저 나오고 있어 친이 친박 진영은 재차 일전을 예고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는 청와대와 박 대표가 ‘김무성 합의 추대론’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에 태클을 걸었다.

미국을 방문중인 박 전 대표는 작심한 듯 측근을 통해 “당이 잘 해서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 당헌.당규를 어겨가면서 그런 식의 원내대표를 추대하는것은 나는 반대한다”고 분명한 입장을 전했다.

박 전 대표의 발언이 나오자 청와대와 박 대표는 곤혹스럽다는 입장으로 진위파악에 나섰다. 김 의원 역시 박 전 대표가 귀국한 다음에 입장을 밝히겠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가 이처럼 대놓고 청와대와 당 대표가 합의한 것에 불쾌함을 표출한 배경은 무엇일까. 친박 인사들은 정치적으로 얻을 것보다 잃을 것이 많은 게 ‘김무성 카드’라는 지적이다. 박 전 대표가 자신의 오른팔 격인 김 의원이 합의 추대로 원내대표가 되는 것에 반대하는 배경은 간단해 보일 수 있다. 향후 있을 6월 입법전쟁에서 정치적 실익이 없어 ‘잘해도 본전 못하면 욕만 먹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김무성 카드’ 잘해야 본전…계륵과 같아

그러나 친박 진영에서는 당 화합차원에서 제안한 것처럼 보이지만 ‘김무성 카드’는 다분히 친이 진영의 전략적인 포석이 깔렸다는 의구심을 보내고 있다. 6월 입법전쟁을 앞두고 대표적인 친박 인사가 원내대표를 수행할 경우 MB식 개혁법안이 통과가 안될 경우 비판은 친박 진영이 받고 통과가 되더라로 성과는 친이 진영이 가져가는 것이 아니냐는 볼멘 소리다.

박 전 대표로서는 김무성 의원이 집권 여당 원내 사령탑으로 정치적 위상이 높아지지만 박 전 대표 본인으로선 득 될게 하나도 없다고 보고 있는 셈이다. 두 번째는 공성진, 진수희 의원 등 친이재오계 의원들이 나서서 ‘김무성 카드’를 주장하는 것에 대해 의혹어린 시각을 보냈다. 친이 진영에서 박 전 대표의 ‘좌장’인 김 의원을 배려해 주는 대신 이재오 정치 복귀 카드를 꺼낼 들 수 있다는 우려감도 한몫 했다는 분석이다.

이 전 의원은 현재 지역구에서 정치 활동을 잠시 멈추고 자전거 타기와 집필에 열중하는 등 정치권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다. 하지만 오는 10월 재보선에 출마를 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최근에는 박 대표를 서울시내 모처에서 만나 ‘김무성 카드’를 제안했다는 구설수에 오르면서 친박 진영의 의구심을 더했다.

또 다른 측근은 지난 1월말 입법 전쟁을 앞두고 이명박-박근혜 회동이 언론에 새 나간 것에 대해 ‘보복성 발언’이라는 분석도 내놓았다.

박 전 대표는 그동안 원칙과 투명성을 가장 중시해왔다. 그런 박 전 대표가 이 대통령과 극비리에 만났다는 점, 특히 당시 2월 입법전쟁과 선거를 앞둔 시점이라는 점에서 오해를 받을 소지가 충분했다. 그동안 박 전 대표는 MB와 몇 차례 회동을 가졌지만 모두 공개를 했다는 점에서 이번 비밀 회동은 박 전 대표의 원칙을 중시하는 언행에 비쳐 이해할 수 없는 행보라는 지적이다.


청와대 특정 언론에 MB 회동설 흘려…불쾌감 고조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박 전 대표는 “왜 사실과 다른 언론보도가 나왔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상당히 불쾌한 모습을 보였다. 그것도 3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유력 일간지에 보도된 것에 대해 박 전 대표측에서는 ‘청와대가 박근혜 흠집내기에 나섰다’는 청와대 작품이라는 음모론적인 시각마저 보냈다.

이 와중에 청와대의 ‘김무성 카드’는 박 전 대표의 심기를 결정적으로 건드렸고 측근을 통해 김무성 카드를 서둘러 정리한 배경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게 친박 진영의 시각이다. 실제로 친박 의원실의 한 인사는 “박 전 대표가 입으로는 ‘원칙’과 ‘투명’을 강조하면서 뒤로는 대통령과 만나 ‘빅딜’을 하는 모습이 노출됐다는 점이 아픈 대목이다”면서 “가랑비에 옷 젖고 솜이 물을 먹으면 들기 힘들 듯이 재차 이런 일이 발생할 경우 박 전 대표의 차기 행보 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재보선 후폭풍이 당내 쇄신안으로 이어지고 친박 진영과 친이 진영의 감정적 다툼으로 비화되면서 향후 당정청 리모델링에 있어 박 전 대표를 비롯해 친박 진영의 인사들 역시 배제될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청와대와 당 대표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가 물 건너갈 경우 친이 진영에서는 현 공석인 사무총장 자리를 친박계로 주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 정갑윤 의원은 박 대표와는 경남고 선후배 사이고 안경률 전 사무총장과 함께 3선급의 대표적인 울산지역구의 친박 인사다. 하지만 박 전 대표가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론’에 급제동을 걸면서 정 의원이 사무총장직 약속 또한 ‘생색내기’로 비쳐져 무산될 공산이 높다는 게 친박측의 예상이다.

청와대 역시 수석급 인사 2~3명 정도가 교체될 공산이 높다는 관측이다. 청와대에 정통한 한 인사는 “현재 거론되는 인사로 J, M, P 수석 등이 빠르면 5월말에 교체될 것이라는 소문이 높다”면서 “큰 폭으로 청와대 개편은 있지 않을 전망이다”고 밝혔다. J 수석의 경우 ‘박연차 사건 연루설’이 나돌던 인사이고 M 수석과 P 수석은 당초 청와대 기대와는 달리 내부적으로 자질면에서 문제가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5월 개각설에 대해 부인을 하고 있지만 당내에서는 이참에 소폭이라도 개편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농림수산식품부를 비롯해 여성부, 노동부, 외교부, 국방부 등의 부처가 대상이 될 것이라는 소문이다. 특히 전재희 보건복지부 장관의 경우 장관직을 그만둘 경우 MB 정권의 첫 여성 총리가 될 것이라는 관측마저 제기되고 있다.


친이 강경파, 당정청 리모델링, ‘친박 없다’ 마이웨이

이럴 경우 그동안 박근혜 역할론 중에 하나로 거론되던 박근혜 총리론은 사실상 물건너 가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또 다른 역할론으로 ‘대북 특사’ 역시 이 대통령이 홍준표 원내대표에게 특사 자격으로 ‘대북 특명’을 맡기면서 박 전 대표의 운신의 폭을 좁히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 부처에 친박 인사 기용 역시 지난 허태열 최고위원이 행안부 장관행이 무산되면서 집권 2년차 이명박 정권에 입각하기는 요원하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 되고 있다. 친박 진영에서는 “이젠 이명박 정권이 총리건 장관이건 제안을 한다고 하더라도 선뜻 자리를 갈 사람이 없다”면서 “박 전 대표 역시 마찬가지 입장일 것”이라고 강경한 모습을 보였다. 재보선 참패로 인해 비둘기파의 대부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의 입지가 축소되면서 친박 진영을 끌어안야야 한다는 온건파 주장 보다 친이 강경파가 한동안 득세할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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