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vs 유인촌 양강 구도 예상

한나라당 차기 서울시장직을 두고 후보군이 점점 좁혀지고 있는 모습이다. 현재까지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인사들로 권영세, 공성진, 맹형규, 홍준표, 박진, 이재오, 나경원, 원희룡, 정두언 의원 등 친이 친박 중립 의원 등 다양하게 포진해 있다. 그러나 춘추전국시대로 맞이할 것 같은 후보군은 유인촌 문화관광부장관이 ‘출마 검토’ 발언이 알려지면서 다크호스로 등장했다. 최근에는 차기 서울시장 도전을 위해 광화문 근처 L 빌딩에 사무실을 개소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유 장관측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하지만 유 장관측은 “서울시장 후보군에 거론되는 것은 기분 좋은 일 아니냐”면서 ‘역사의 흐름’에 맞기겠다고 의미심장한 발언으로 출마 자체를 적극 부인하지 않았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차기 서울시장 도전관련 마침내 말문을 열었다. 본지가 처음으로 올해 2월 유 장관의 서울시장 출마관련 기사(773호, ‘유인촌의 야망의 세월, 서울시장 출마설 부상’)를 보도한 이후 유 장관은 한 일간지와 인터뷰에서 “올해 초부터 갑자기 그런 소문이 나서 당황스럽다. 지금은 장관일 하는 것만으로도 벅차다”며 “하지만 이 일 그만두면 다시 배우를 하게 될 것 같지는 않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유 장관은 ‘기회가 주어지면 출마를 거부하진 않겠다는 것이냐’는 추가 질문에 “현실적으로 그런 일이 생기고, 분위기가 무르익고, 진지하게 검토할 일이 생기면 그때 가서 생각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며 사실상 출마 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발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뿐만 아니라 당내 서울시장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진영을 바짝 긴장케 만들었다.
무엇보다 오 시장의 경우 ‘뉴타운 공약’으로 서울시내 한나라당 의원들과 ‘앙금’이 남아 있는데다 당 기반이 약하다는 점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자신의 출마에 든든한 후원자였던 원희룡 의원이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상황이고 정두언 의원 역시 관계가 소원해졌다는 소문이 돌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친이 친박으로 나뉜 당내 상황에서 친이 일색인 수도권 의원들 성향상 유 장관이 출마할 경우 경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진작부터 대두됐다. 오 시장이 지난 서울시장 경선에서 승리한 배경은 여론조사에서 타 후보군에 비해 월등히 앞서는 것이었다. 그러나 오랜 탤런트 출신에다 58세라는 나이에 비해 젊은 유 장관이 출마를 결심할 경우 지난번과 같은 결과를 자신할 수 없는 형편이다.
유 장관 ‘출마 검토’에 당내 친이 후보군 ‘촉각’
무엇보다 ‘20년 지기’인 이명박 대통령의 ‘낙점’과 친이 진영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을 경우 유 장관측은 충분히 해볼 만한 상황이다. 당내 상황 역시 공교롭게 유 장관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형국이다.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정두언 의원의 경우 최근 ‘출마를 접었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고 홍준표 의원은 서울시당 위원장직을 선택함으로써 차기 서울시장 도전보다는 대권으로 전략을 수정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정동영 의원을 무릅꿇게 만든 박진 의원의 경우, 최근 박연차 회장 사건으로 인해 검찰에 소환되면서 정치적으로 운신의 폭이 좁아진 상황이다.
여기에 조직과 대중 인지도면에서 밀리는 원희룡 의원과 나경원 의원 역시 유 장관에 비견해 약하다는 평이 주를 이루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이 대통령의 ‘낙점’으로 유 장관이 친이의 대표 선수로 경선에 참여할 경우 이재오 전 의원과 공성진 최고위원의 출마는 자연스럽게 정리될 공산이 높다는 점 역시 유 장관의 출마를 높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청와대를 비롯해 한나라당내에서는 벌써부터 오 시장과 유 장관의 양강구도로 보는 시각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특히 최근 유 장관이 서울시장직에 출마할 수 있다는 입장이 나간 이후 정치권에서는 ‘한두달전부터 광화문에 사무실을 개소해 본격적으로 출마 준비를 하고 있다’는 말이 구체적으로 돌았다.
유 장관측, “출마하면 오 시장 이길 수 있나” 관심
그러나 유 장관측에서는 서울 시장 출마 관련 ‘사무실도 준비하는 것도 없다’고 일축했다.
유 장관의 한 측근은 본지와 통화에서 “서울시장 도전을 위한 어떠한 준비도 하고 있지 않다”며 “유 장관은 자유로운 성향의 사람으로 본인이 말했듯이 역사의 흐름에 맡기겠다는 의미”라고 평가절하했다.
또한 그는 “서울시장직이라는 게 하고 싶다고 하는 게 아니다”며 “현재로서는 장관일을 잘 하는 것이 최선의 길”이라고 덧붙였다.
나아가 광화문 사무실 관련해서 L 빌딩에 사무실을 갖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그 빌딩에는 없다”며 “문화관광부와 관련된 사무실이 몇 개 그 빌딩에 있어 오해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는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것이 개인적으로 능력이 있다는 반증이기 때문에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서울시장에 도전하면 경선은 이기겠느냐”, “오 시장은 친박 진영과 손잡는다고 하는 데 사실이냐?”며 서울시장 선거에 높은 관심을 표출했다.
특히 한나라당내에서는 내년 6월 지방선거전인 2월 즈음 유 장관이 직을 물러나고 신재민 1차관이 차기 장관 후보 프로그램은 유 장관의 차기 서울시장 출마 도전을 단순히 설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근거라면서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는 시각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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