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남편
바보남편
  •  기자
  • 입력 2010-09-14 09:28
  • 승인 2010.09.14 09:28
  • 호수 855
  • 4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
아내가 설거지를 하며 말했다. “애기 좀 봐요.”
그래서 난 애기를 봤다.
한 시간 동안 보고만 있다가 아내에게 행주로 눈탱이를 얻어맞았다.

2.
아내가 청소를 하며 말했다. “세탁기 좀 돌려요.”
그래서 난 낑낑대며 세탁기를 빙빙 돌렸다.
힘들게 돌리고 있다가 아내가 던진 바가지에 뒤통수를 맞았다.

3.
아내가 TV를 보며 말했다. “커튼 좀 쳐요.”
그래서 난 커튼을 `툭` 치고 왔다.
아내가 던진 리모콘을 피하다가 벽에 옆통수를 부딪쳤다.

4.
아내가 빨래를 널며 말했다. “방 좀 훔쳐요.”
그래서 난 용기있게 말했다.
“훔치는 건 나쁜거야.”
아내가 던진 빨래바구니를 피하다가 걸레를 밟고 미끄러져 엉덩이가 깨졌다.

5.
아내가 아기를 재우며 말했다. “애 분유 좀 타요.”
그래서 난 분유통을 타고서 `끼랴끼랴` 했다. 아내가 던진 우유병을 멋지게 받아서 도로 주다가 허벅지를 꼬집혀 퍼어런 멍이….

6.
아내가 만화책을 보던 내게 말했다. “이제 그만 자요.”
그래서 난 근엄하게 말했다.
“아직 잠도 안들었는데 그만 자라니?”
아내의 베개 풀스윙을 두대 맞고 거실로 쫓겨나서 소파에 기대어 울다가 잠들었다.

7.
아직 잠에서 덜 깬 아내가 출근하는 내게 말했다. “문 닫고 나가요.”
그래서 문을 닫았다. 나갈 수가 없었다.
한시간동안 고민하며 서있는데 화장실 가려던 아내가 보더니 엉덩이를 걷어차고 내쫓았다.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