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손 안에 쥐어진 여의도 정치
MB식 정계개편이 시작됐다. 경제위기를 극복한‘성공한 대통령’을 꿈꾸는 MB는 집권2기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청와대는 MB가, 당은 친형인 이상득 전 부의장으로 나뉜 권력 지형을 MB로 일원화시킬 전망이다. 박연차 게이트로 시작된 사정 칼날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으로까지 이어졌다.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견해다. 친박계와 친이 핵심 실세에 대한 수사가 예고되어 있다. 또한 일부 지방자치단체장에 대한 수사도 예상돼 있다. 특히 여권 실세 중 이 전 부의장의 측근인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로까지 불똥이 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검찰을 앞세운 공격적 공세에 나선 MB의 향후 국정운영 전망에 대해 분석해 본다. 지난달 30일 전직 대통령으로선 세 번째로 노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이 이뤄졌다.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에게 돈을 요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노 전 대통령의 소환으로 이제 친노 386 제거는 일단락되고 있는 모양새다.
정치권 관계자는 “친노세력과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로 이제 정치적으로 친노세력이 다시 일어 설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치적 사망선고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제 관건은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된 여권 실세다. 검찰의 수사가 여권 핵심실세에게 얼만큼 다가갈지 정치권은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다.
특히 천신일 회장의 경우 이 전 부의장뿐만 아니라 MB와도 돈독한 사이다. 또한 야당에서는 천 회장이 지난 한나라당 경선 때와 대선 때 수십억의 돈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 때문에 천 회장의 수사는 자칫 이명박 대통령의 선거자금과도 연결될 소지가 있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런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이번 검찰 수사는 여권 핵심부로 향할 것이란 예측이 팽배하다. 여기엔 이 전 부의장에게 쏠려 있는 독점적인 권력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올 초 만해도 국정운영은 MB, 정치권은 이 전 부의장이라는 등식이 성립됐다.
이 전 부의장은 집권 2기 국정운영을 위해 여당의 결속을 주장하며 친박과 친이계를 모두 아우르는 광폭행보를 계속해왔다. 하지만 이런 행보는 당 권력이 모두 이 전 부의장에게 쏠리는 쏠림현상을 야기시켰다. 지난 해 예산안 강행처리를 독려한 말 한마디에 한나라당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던 것만 봐도 여실히 증명된다.
이런 이유로 ‘자기정치’를 하고 싶어 하는 MB가 이 전 부의장의 독주를 지켜보는데 한계에 부딪쳤다는 얘기가 여당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천 회장 수사, 이 전 부의장 견제 효과
결국 천 회장의 수사는 이 전 부의장에게 경고를 의미하는 것이다. 천 회장이 구속되지 않는다고 해도 이 전 부의장에게는 입지가 좁혀지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실제 이 전 부의장은 표면에 나서지 않았지만 지난 대선에서 막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펼쳤다. 천 회장의 자금이 대선자금으로 흘러들어갔다는 의혹은 결국 이 전 부의장을 직접 겨냥할 수 있는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천 회장 수사는 이 전 부의장의 독주체제를 견제하는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천 회장에 대한 수사는 이 전 부의장을 위축시키고 정치권에 대한 역할을 축소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결국 이 전 부의장이 과거와 같이 전면에 나서서 광폭행보를 펼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MB의 의중은 이미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취임 초기만 해도 다양한 루트를 통해 내각 인선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이 전 부의장의 입김이 최근 경제내각에서는 상당히 희석됐다. 정치권에서는 지난 경제내각 인선은 MB맨들로 이뤄졌다는 평가가 다수의 의견이었다.
입김이 줄어 든 이 전 부의장을 대신할 인사로는 단연 이재오 전 최고위원을 꼽는다. MB에게 자신의 의견을 당에 전달할 최적의 인사로 이 전 위원만한 인사가 없기 때문이다.
정치권에 정통한 소식통은 “이 전 위원의 정계복귀는 10월 재보선이 유력하다. 이후 내년 초에는 당 권력까지 장악해 명실상부 최적의 당-청 라인이 형성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에서도 MB의 입맛대로 자신의 사람들을 심을 수 있는 기초가 마련된다”고 내다봤다.
여기에 부수적으로 친박계 의원들에 대한 입지를 좁혀 놓는 방법도 병행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제껏 드러난 상황으로 볼 때 박 회장의 무차별적 물량공세는 PK지역 의원들에게도 영향력이 미쳤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공통된 의견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미 청와대가 여당 의원들의 비리 사실도 상당수 확보했다는 설이 파다하다. 박 회장이 PK지역 출신이기 때문에 이곳 의원들이 연루돼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지역은 친박계 의원들이 많기 때문에 다음 타깃으로 친박계 의원들이 거론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결국 친노세력과 민주당의 입지를 좁혀 놓은 상황에서 한나라당 친박계를 향한 수사가 본격화 되면 국정운영과 정치권은 당분간 MB의 발아래 놓일 공산이 크다.
박연차 리스트로 친노세력들의 정치생명을 끊어 놓는데 성공한 MB다. 이제 친박계의 입지를 좁히고, 친이 핵심에 치중된 권력을 양분화 시키면 그토록 염원하던 여의도에 대한 불신세력들을 모두 털어낼 수 있다. 이렇게 된다면 남은 집권기간 내내 국정운영과 정치권 모두를 장악해 강력한 국정 드라이브를 구축할 수 있게 된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마치 짜여 진 각본대로 박연차게이트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소환으로 정점을 치닫고 있는 수사가 친이 핵심세력과 친박계로 향하면서 정치권의 정계개편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수사가 자칫 부메랑으로 돌아와 MB정부에 타격을 입힐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대선자금과 관련된 부분에서 어떤 변수가 돌출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에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가운데 향후 정계개편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인상준 기자 sky0705in@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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