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의 승리’ 민주당 4·29재보선 후유증
‘절반의 승리’ 민주당 4·29재보선 후유증
  • 인상준 기자
  • 입력 2009-05-06 09:43
  • 승인 2009.05.06 09:43
  • 호수 784
  • 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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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Y·SK 승부수 띄운다
정동영 전 장관

민주당은 4.29재보선에서 ‘절반의 승리’를 했다. 텃밭인 호남에서 정동영 전 장관-신건 전 국정원장의 무소속연대에 패했지만, 유일한 수도권 선거구인 부평에서 승리를 했다. 하지만 완벽한 승리를 거두지 못한 민주당으로선 내홍의 불씨가 남아있다. 호남에서 승리를 거둔 정동영 전장관 복당문제와 원내대표 경선이 그것. 이를 계기로 정동영-정세균의 주도권 싸움인 이른바 ‘정정전쟁’의 시발점이 된 셈이다. 절반의 승리를 거둔 민주당의 향후 정치구도를 예상해 봤다.

민주당은 4·29재보선에서 수도권 부평에서 승리했다. 하지만 텃밭인 전주 덕진과 완산갑을 무소속 정동영 전 장관-신건 전 국정원장에게 승리를 내줬다. 계산상 절반의 승리를 거둔 셈이다. 하지만 불씨는 남았다. 텃밭에서 패해 당내 계파간 내홍의 빌미가 커졌기 때문이다.

정동영-신건 당선자는 지난달 30일 함께 민주당 복당 원서를 내기로 결정했다가 논란을 가중시킬수 있다는 판단에 잠정 보류했다. 그러나 복당논란은 휴화산처럼 잠복한 상태이기 때문에 언제든 논란의 중심이 될 소지가 있다. 이에 따라 정 당선자와 정세균 당 대표 사이의 갈등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정 당선자 측은 “공천장을 받았든 아니든 민주당에서 정치적 적통을 이어왔다. 이는 민심으로 확인됐다. 지도부도 민심을 수용해 정 당선자와 신 당선자의 복당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원칙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정세균 대표는 29일 “당의 책임 있는 인사들이 했던 약속과 말을 지킬 것”이라며 당분간 복당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정 대표의 입장에선 정 당선자의 복당은 달갑지 않은 사안임이 분명하다. 송영길 최고위원도 국회에서 열린 당선자 환영식에서 “전주에서 무소속 연대의 해당행위가 진행됨에도 수도권 민심은 민주당을 지켜줬다”며 정 당선자 측을 비판했다.

그간 지도부에 비판적 목소리를 내 왔던 DY계 측 인사들은 정 당선자의 복당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분위기이다.

지난달 30일, 민주연대와 ‘국민과 함께 하는 국회의원 모임’은 각각 회의를 열어 수도권에서 승리한 지도부에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이날 민주연대는 “4.29재보선을 통해 반 MB전선을 확인했다. 대통합을 통해 이명박 정권 심판을 완성해야 한다”며 정 당선자 복당을 허락해야 한다는 성명서를 냈다.

민주당은 정 당선자의 복당문제를 놓고 계파 간 갈등과 내홍이 치열하게 펼쳐질 전망이다.

정치컨설팅 전문업체 포스커뮤니케이션의 이경헌 대표는 “정치적 근거지에서 야당 지지층의 분열이 현실화됐다는 점은 현 지도부와 정 전 장관 모두에게 원죄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의 경우 DY 복당을 둘러싼 비주류의 공세를 제어하지 못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후 당은 주류 VS 비주류간 본격적인 당권투쟁의 전초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정 당선자는 재선거를 통해 호남 대표성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복당을 한다고 치더라도 명분을 잃어 영향력은 예전만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포스커뮤니케이션 이경헌 대표는 “정 당선자가 무소속 연대를 통해 호남에서 동반 승리해 대표성을 인정받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출마과정에서 정치적, 도덕적 명분에 손실을 입었다. 복당해도 지도력을 보장 받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 당선자는 여의도 입성을 통해 정치생명력을 연장했다. 하지만 대선 주자로서의 입지를 회복시키는 데는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정 당선자의 복당을 반대하고 있는 정 대표도 실패했다. 도의를 주장하며 명분은 얻었지만, 지지기반인 호남에서의 패배로 실리를 잃었다. 특히 공천을 잘못해 수도권(부평)과 호남(전주 덕진, 완산갑)에서 압승할 기회를 놓쳤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번 재선거는 민주당으로선 상처만 남았다. 서로 물고 뜯는 집안싸움으로 인해 생체기만 남긴 것이다. 이를 복원하기엔 서로의 상처가 크다. 양 측이 화합하지 못하면, 민주당은 분당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원내대표 경선이 DY-SK 전쟁 기폭제

정가에선 민주당의 분쟁은 원내대표 경선이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정 당선자 복당문제로 1라운드 전쟁을 치른 DY계와 SK계는 원내대표 경선 문제를 놓고 피 튀기는 혈전을 치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민주당의 내홍을 통해 손학규 전 대표가 자연스럽게 부상하는 것도 포인트다.

그간 정치권과 거리를 둔 행보를 보여 왔던 손 전 대표는 공천문제로 DY와 SK간의 갈등이 심화될 때 자연스럽게 컴백, 부평 선거를 지원했다. 어쩠든 수도권인 부평에서 승리를 거뒀다. 손 전 대표는 자신이 지원한 선거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여의도 북귀에 상당부분 명분을 쌓고 재선거가 끝남과 동시에 춘천으로 돌아갔다.

그의 칩거는 깨끗한 정치를 표방해 온 손 전 대표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 탈당과 무소속 출마로 정치적 명분을 상실한 DY와 도의는 얻었지만 실리에서 실패한 SK를 대체할 인물로 손 전 대표가 적임이라는 분석이 분분하다. 특히 현재 당을 이끌고 있는 주류인 386인사들이 손 대표에 대해 호의적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DY와 SK 계파 간 내홍이 심화되면 될수록 손 전 대표의 몸값이 치솟을 것”이라며 “이번 재선거를 통해 손 전 대표의 리더십을 재확인됐다. 정 대표 체제를 대체할 만한 카드로 부상할 전망이다”고 말했다.

또 민주당의 한 관계자도 “정 전 장관이 복당하면 당의 대립 구도가 상당히 험해질 것이다. 이런 상황이 오게 되면 중립성향의 손 전 대표가 당을 이끄는 게 가장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홍이 원내대표 경선을 통해 표출되면서 향후 당 권력구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인상준 기자 sky0705in@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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