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세탁, 정관계 로비의혹 ‘냄새 풀풀~’
구철도청 산하 한국철도기술공사(KRTC)가 2004년 재단법인에서 주식회사로 민영화되는 과정에서 정관계 로비 및 돈세탁 의혹을 받고 있다. 이미 감사원에서는 2006년 10월 조사를 통해 철도기술공사 임직원들이 철도청의 철도공사화를 앞두고 (주)KRTC를 설립한 이후 (재)KRTC의 모든 재산을 양도하는 과점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또한 감사원은 당시 이사장을 포함해 6명의 등재된 이사를 업무상 배임죄 혐의로 동부지검에 고발조치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재) KRTC가 공익법인이 아닌 민법으로 적용만 받는 재단법인이라는 논리로 이들은 탈세 및 횡령 혐의에 대해서는 면죄부를 줬다. 또한 감사원 조사 및 검찰 조사에서 돈 세탁과 정관계 주식로비로 의심되는 정황이 감지하고도 수사가 유야무야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마저 일고 있다. 1965년 설립된 한국철도기술공사는 철도의 기술발전을 목적으로 당시 교통부(현 국토해양부) 산하 재단법인으로 설립된 비영리 법인이다. 철도고등학교 출신들과 철도 공직자들로 구성되어 철도건설과 관련된 용역사업(설계 및 감리)을 독점(연 매출 300억 이상)하며 많은 특혜를 누렸다.
특히 2005년 철도청의 철도공사화를 앞두고 (재)KRTC 임직원들이 조직적으로 (주)KRTC를 설립하면서 재단법인 소유의 현금, 부동산, 지적재산권 및 자산 등을 불법으로 이전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당시 감사원 조사를 보면 (재)KRTC 임직원들은 2004년 6월 24일과 같은해 9월 7일 시중은행으로부터 차입한 돈 50억원 상당을 직원 447명에게 특별상여금 명목으로 지급했다. 이중 80%의 돈이 우리은행과 국민은행 등 시중은행들로부터 (재)KRTC의 토지와 건물을 담보로 제공받거나 신용 대출조건으로 조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들은 법인 해산시 발생할 잔여 재산을 임직원들이 나눠 가지면서 이 특별상여금중에서 17억원을 주식회사 KRTC를 설립하는 자본금으로 충당했다. 나아가 주식회사로 유무형 자산을 양도하면서 철기공 임직원들은 미수금 항목을 축소하고 토지 및 건물의 감정평가를 하지 않고 공시지가 등을 적용하는 등 총 35억원 상당을 과소평가해 재단법인 KRTC는 재산상의 손실을 주식회사 KRTC는 그만큼의 이익을 취했다.
700~800억원 국가재산 KRTC 임직원 ‘손’에?
이에 2006년 감사원에서는 민법을 적용해 특별 대리인이 처리하지 않은 영업양도 행위는 무효라고 지적했고 특별 상여금을 지급한 행위와 관련해 업무상 배임죄 혐의를 적용해 임직원 7명을 동부지검에 고발조치했다.
그러나 감사원 감사 역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가치가 700~800억상당의 국가재산을 (재)KRTC 임직원들이 조직적으로 가로챈 셈이지만 감사원은 단순히 업무상 배임혐의만을 적용했다. 감사원 조사를 지켜본 인사들은 배임을 포함해 탈세 및 횡령 혐의가 들어가야 한다는 시각이 높았다.
하지만 감사원조차 KRTC 재단법인이 공익법인법 제정 이전에 설립된 법인으로 공익법인이 아닌 민법을 적용했다. 공익법인으로 볼 경우에는 모든 보유 재산을 국가로 귀속시켜야 한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 공익법인법 제정 이전에 설립된 재단법인도 공공의 이익을 위해 정부허가를 받아 설립된 법인은 공익법인으로 본다는 공익법인법 부칙을 무시한 논거라고 반박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감사원 감사 단계에서 전 검찰총장에 감사원장 출신인 이모 변호사가 힘을 썼다는 말이 감사원 주변에서 흘러나왔다. 이 변호사가 KRTC측 수임을 받은 이후 탈세 및 횡령 혐의가 배제됐고 법인 전환의 실제 주역을 제외한 채 등기이사 7인만 배임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또한 재단법인 철기공이 주식회사 철기공으로 바뀌면서 정관계 로비설과 특혜 의혹마저 제기됐다. 2004년 9월 재단법인 소유의 부동산(Y빌딩)을 담보로 시중은행에서 50억원을 대출받았고 이중 30억원이 핵심 임원들에게 배분돼 신설되는 (주)KRTC 지분 매입대금으로 사용됐고 20억원은 일반직원들에게 나눠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자본금 40억원 상당의 (주)KRTC를 설립 전후로 검은 돈 세탁과 주식 로비 의혹이 불거졌다.
건교부, 철도청, 철도공단 독점적 특혜 ‘의혹’
또한 (재)KRTC의 청산 전인 2004년 10월~11월에는 (주)KRTC와 (재)KRTC가 동시에 존재하는 상황이었다. 당시 철도청(청장 김세호, 차장 신광순) 및 한국철도시설공단(이사장 정종환 현 건교부장관)은 (재)KRTC와 계약 상태에 있던 설계 및 감리 사업들을 신설법인인 (주)KRTC와 재계약 또는 계약 변경 없이 넘겨줬다는 말도 나왔다.
재단법인이 청산되면 계약의 효력은 자동 소멸되고 진행중인 사업은 청산 시점에서 해지하고 정산해 재 공개입찰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소문이 사실일 경우 당시 건교부, 철도국, 철도청,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영리법인인 (주) KRTC에게 상당한 특혜를 제공한 셈이 된다.
민주당 건교위 한 인사는 “만약 계약자인 재단법인이 존재하는 데 전혀 실적이 없는 신설법인이 계약을 수행토록 한 것은 직무유기나 배임행위에 해당된다”면서 관련 수장들을 겨냥했다.
특히 당시 강동석 건교부 장관이 재임 시절로 (재)KRTC의 40년 실적과 지적재산권(특허, 실용신안, 건설신기술 등)을 (주)KRTC가 무상으로 승계하도록 인정해 독점적 특혜를 부여했다는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또한 2005년 철도공사가 법무법인 지평(대표 변호사 강금실)에 의뢰한 유권해석에서 실적 승계가 가능하다고 해석한 것도 한몫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대다수 법조계 의견은 실적 등 무형자산의 승계는 상호가 바뀌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인정되지 않으며 비록 인원의 변동이 없다해도 법인의 형태가 바뀌면 인정해서는 안된다는 판단이 우세했다. 민주당 한 핵심인사는 “연간 수조원에 달하는 철도 건설 예산을 좌우하는 설계나 감리용역에서 공정 경쟁이 불가능한 상황이다”면서 “궁극적으로 국가재정에도 손실을 주는 (주)KRTC에 대한 불법적인 권리승계나 특혜 의혹은 철저하게 검찰에서 재조사하고 법에 따른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준철 기자 sky0705in@dailysun.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