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대표’ 선거 앞둔 여의도 5월 대란설 ‘전모’

여의도 5월 대란설이 파다하다. 여야는 원내대표 자리를 놓고 밥그릇 싸움이 치열하게 펼쳐질 전망이다. 특히 4.29 재보선 결과에 따라 후폭풍처럼 여야 원내대표 경선이 치러질 것은 자명한 일이다. 한나라당은 MB계인 안상수, 정의화 의원이 경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SK(정세균)계와 DY(정동영)계가 대립구도를 형성해 피튀기는 승부를 펼칠것으로 예상된다. 5월 치러질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원내대표 선거전을 예상 분석해 본다.
여야 중 원내대표 경선에 더욱 관심이 집중되는 곳은 민주당이다.
민주당의 경우 재보선 결과에 따라 원내대표 경선이 극명하게 달라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 전 장관의 당선 유무도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된다.
정세균 대표와 주류인 386은 정 전 장관의 출마에 강력하게 반대했다. 여러 가지 제안을 하면서 정 전 장관의 불출마를 이끌어 내기 위해 노력했지만 막지 못했다.
이런 와중에 정 전 장관은 전주 완산 갑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신 건 전 국정원장과 연대를 하며 지도부와 완전히 등을 돌렸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 전 장관이 당선돼서 돌아온다고 해도 복당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게 정치권의 공통된 시각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정 대리전 양상을 띨 것이 분명한 원내대표 경선은 당을 장악하는데 중요한 무기다.
주류-비주류 피 말리는 싸움
지도부와 386주류에서는 이미경, 박병석, 김부겸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여성 원내대표라는 장점이 있는 이미경 의원과 충청권 중진이라는 강점이 있는 박병석 의원, 그리고 온화한 성향의 김부겸 의원 모두 원내대표에 욕심을 내고 있다는 것이 당 안팎의 전언이다.
김 의원의 경우 지난 해 원내대표 경선에서 원혜영 원내대표와 단일화를 이루면서 접어야했던 원내대표에 또 다시 도전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미경, 박병석 의원은 당 최고위원으로 정 전 장관 공천배제를 주도적으로 이끌었으며 김 의원도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불출마 촉구를 요청했었다.
반대로 지도부의 정 전 장관 공천배제에 지도부 교체까지 주장했던 이종걸 의원과 정동영계로 분류되는 이강래 의원도 원내대표 경선에 뛰어든 상태다.
이종걸 의원의 경우 이전부터 당 지도부에 대해 불신을 갖고 있던 차에 정 전 장관의 공천배제 원칙에 발끈하고 지도부를 성토했다.
이강래 의원도 정 전 장관에게 공천을 줘야 한다는 입장을 계속적으로 내비치며 지도부를 압박했다.
결국 주류와 비주류간의 원내대표 경선은 정-정 대리전으로 발전되면서 계파간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원내대표를 향한 계파간 전면전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정 전 장관의 공천 문제와 더불어 불거진 주류와 비주류간 대립은 이제 원내대표 경선으로 옮아가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정 전 장관의 복당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창당 가능성마저 예상돼 자칫 원내대표 경선 대립은 민주당 분당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와는 반대되는 의견도 제기됐다. 정 전 장관을 축으로 하는 새로운 정당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것이다.
정치권에 정통한 소식통은 “정동영계로 분류되는 20여명의 의원들이 따라 나갈지 의구심이 든다. 정 전 장관이 전주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호남 전체를 두고 봤을 땐 그 영향력이 크지 않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가 있는 상황에서 섣부른 창당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원내대표 경선에서 계파 간 갈등이 있겠지만 결국 당을 탈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란 주장이다.
어찌됐든 민주당은 재보선 이후 치러질 원내대표 경선을 통해 내홍이 거세질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밖에도 박주선 최고위원과 이석현, 홍재형 의원 등도 원내대표 출마를 저울질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친이계간 한판 승부
민주당에 비해 한나라당은 다소 여유가 있다. 친이 친박의 계파간 대립보다는 계파내의 대립으로 보여 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3명의 의원들이 거론되고 있다. 친이계 안상수, 정의화 의원과 친박계 황우여 의원이 현재까지 출마를 공식화한 상태다.
여기에 당 일각에서는 당의 화합을 강조하는 측면에서 친박계 좌장 김무성 의원의 원내대표 합의 추대론도 제기되고 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김 의원의 추대론은 합의추대 형식이 돼야 한다. 이렇게 된다면 가장 좋은 그림으로 보여질 수 있어 향후 당 운영에도 도움이 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안상수, 정의화 의원은 모두 러닝메이트로 친박계 3선 의원을 포섭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안 의원은 수도권인 점을 감안해 영남권 3선의 친박 의원을 정책위의장에 염두 해 두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안 의원측은 경북 구미 3선 의원인 김성조 여의도연구소장에게 정책위의장 제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요서울〉과 만난 김 소장은 “제의를 받은 것은 사실이다. 섣불리 결정할 문제가 아닌 것 같아 고민하고 있다. 동료의원들과 지인들에게 조언을 구하면서 심사숙고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중구 출신의 정의화 의원의 경우 수도권 3선 친박 의원을 최적의 러닝메이트로 손꼽는다. 하지만 이런 조건을 충족시키는 의원이 적어 고심을 하고 있다.
정책의 연속성을 위해 임태희 정책위의장과 짝을 이룰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황우여 의원의 경우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고 김무성 최고위원의 출마여부가 명확해지는 시점에서 러닝메이트를 선택할 것으로 알려졌다.
분열과 분란 소지 있어
한나라당의 경우 과열된 양상도 보여주고 있다.
최초 원내대표에는 안 의원이 유리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정 의원의 부단한 노력에 둘 사이의 격차가 점점 줄어들었고, 최근에는 박빙으로 치닫고 있다는 게 당 안팎의 주장이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안 의원이 한 번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번엔 경험이 없는 사람이 원내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정 의원측에서 활발히 작업을 해 지지를 이끌어 내면서 각축을 벌이고 있다. 누가 될지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양측에서는 우위를 점하기 위해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 중진의원 관계자는 “수면위에서는 원내대표와 관련된 움직임이 잘 보이지 않지만 수면 아래에서는 상당히 전투적이다. 모 의원의 경우 보좌관이 직접 관련 자료들을 들고 각 의원실을 방문하면서 맨투맨 작전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계파내에서의 대립으로 인해 분열과 분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원내대표 경선으로 인해 당이 분열될 소지가 있다. 지금은 당이 화합을 해야 하는데 과열양상을 보이면 국민들에게 또 다시 실망을 안겨줄 여지가 있다. 좀 더 자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단일화를 이뤄 합의추대를 할 가능성도 아직 남아 있는 상태다. 이미 홍준표 원내대표의 경우 지난 해 합의추대로 선출된 바 있다.
한편 5월에 여야가 차례대로 원내대표를 선출하면 6월 임시국회가 첫 지도력을 평가받는 시험대가 된다. 6월 임시국회에서는 미디어법 등 쟁점법안들의 상정이 예고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야의 원내대표 경선에서 누가 선출되느냐에 따라 각 당의 득과 실이 훤히 보이기 때문에 더욱 중요한 경선이 될 전망이다.
꽃 피는 5월, 정치권은 또 다시 원내대표라는 자리를 놓고 치열한 한판 전쟁을 치를 것으로 예상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여야 모두 ‘0대5’로 패한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관계자들에게 재보선 판세를 물으면 나오는 답이다. 한결같이 ‘0-5’로 패배할 수도 있다는 말을 한다. 예전 선거의 경우 OO지역은 경합, XX지역은 우세 등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는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예상 판세를 조금 과장되게 말하곤 했다.
그러나 이번 재보선은 달랐다.
친박계 중진의원 관계자는 판세 전망을 묻자 “너무 힘들다. 자칫 0-5로 전패할 수도 있다”며 약한 체를 했다.
이는 민주당도 마찬가지였다. 민주당 관계자는 “부평이 가장 중요한 선거구다. 이곳의 승패에 따라 재보선 전체의 승패를 가늠할 수 있다. 하지만 전패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이번 재보선은 무척 어렵다”고 말했다.
이번 재보선은 여느 선거와는 사뭇 달랐다. 여야의 대결은 부평을 제외하면 찾아 볼 수 없었다. 한나라당은 친이-친박의 대결로 끝을 맺었고 민주당도 집안싸움으로 끝을 맺었다.
‘심판론’과 ‘경제살리기’는 박연차 게이트와 정 전 장관의 무소속 출마로 희석되고 말았다.
정치권 관계자는 “0-5 패배론은 한 마디로 말하자면 눈속임이다. 상대에게 허점을 보이기 위한 술수다. 애초에 심판론과 경제살리기는 자취를 감췄다. 유일하게 진검승부를 한 곳은 부평밖에 없다. 그래서 부평의 결과가 재보선 전체 승패를 좌지우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한(?) 재보선 선거는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이제 정치권은 재보선 후폭풍을 맞이하는 일만 남은 상태다.
인상준 기자 sky0705in@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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