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MB 전선이 사라졌다”

민주당 한 당직자의 한탄이다. MB 정권 2기를 맞이해 중간 평가로 치루려는 민주당 캠페인 전략은 사라졌다. 오히려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의 검찰 수사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소환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당연히 수세에 몰린 쪽은 민주당이다. 특히 정동영 전 장관이 당 공천에 반발 탈당해 선거가 집안싸움으로 얼룩지고 있는 판이다. 전북 전주 완산 지역구와 인천 부평을 성패에 따라 정동영-정세균 양정의 운명은 엇갈릴 공산이 높다. 설령 두 지역구를 민주당이 다 가져간다고 해도 내홍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당선이 확실한 정 전 장관의 ‘복당’ 여부를 두고 DY계와 386 당권파와 한바탕 전쟁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양 정 다툼에 화장실에서 웃는 사람은 손학규 전 대표다. 재보선 결과에 자유로우면서 가장 정치적 이득을 볼 수 있는 입장에 서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선거전략은 읍소다. ‘5;0으로 참패한다’고 말하는 쪽은 한나라당이 아닌 민주당 사람들이다. 한 마디로 동정표를 의식한 구전 홍보다.
전패할 경우 민주당이 쪼개질 수 있다는 말까지 흘리고 있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전패를 가정해 각종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있다.
첫 번째는 외부인사 영입론이다. 당 지도부를 기존의 인물이 아닌 새로운 인물로 물갈이 하자는 전면교체론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부터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부터 MBC 신경민, 손석희 아나운서 등 다양하게 거론되고 있다. 문제는 당장 거론되는 인사들이 민주당에 입당할 의사가 없다는 데 있다.
두 번째는 친노 386 인사들의 일선 후퇴론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 친노 386 의원들의 검찰 구속 등 구정권에 비해 ‘깨끗하다’는 참여정부의 도덕적 우월감이 깨진 마당이다. 돌이켜보면 열린우리당 인사들을 축출하고 구민주당으로 회귀하자는 말이다. 자칫 당이 ‘올드 당’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점이 딜레마다.
세 번째 안은 분당론이다. 정동영 정세균 두 대권 주자를 기점으로 당이 나눠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당장 정 전 장관과 정 대표의 분위기를 보면 가능성이 없는 얘기도 아니다. 하지만 당을 만들기위해선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현실론에 부딪힌다.
이런 주장은 대체로 정동영계보가 흘리는 말이다. 민주당이 전패를 한다면 정세균 대표는 책임론에 휩쌓일 수 밖에 없다. ‘용꿈’을 꾸는 정 대표가 ‘재보선 참패’로 중도 하차한다면 꿈을 버릴 수밖에 없다.
민주당 재보선 후폭풍 시나리오
지난 대선 전부터 대권 도전을 위해 전국적으로 조직을 정비해온 정 대표다. 지금은 세가 많이 떨어졌지만 DJ 행동대로 유명한 연청조직 역시 정 대표가 꾸준하게 관리하고 있다. 이런 사정을 잘 아는 정 대표의 한 측근은 “민주당이 인천 부평을에서 지고 완산마저 DY-신건 무소속 연대에 패한다면 대표직을 유지하기는 힘들 것이다”면서 “그러나 순수하게 대표직을 던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정 대표의 성향상 대표직을 내놓더라도 민주당 참패에 따른 책임론을 정 전 장관에게 전가시키려고 할 것”이라며 “정 전 장관이나 정 대표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고 내다봤다.
정 대표를 비롯한 당권파의 바램은 전주 완산과 인천 부평을에서 승리를 하는 것이다. 정 대표의 대망론이 가속도를 받을 수 있고 당내 입지가 공고히 될 수 있다. 게다가 당내 최대 정적인 정 전 장관을 ‘이빨 빠진 호랑이’로 만들었다는 전리품마저 챙길 수 있다.
아니면 최소한 인천 부평을에서 승리하고 나머지에서 패해도 ‘체면치레는 했다’는 평이다. 그러나 완산에서 승리하고 부평에서 패할 경우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미 전북 지역구를 버리고 수도권 출마를 선언한 정 대표로서 다음 총선에서 뱃지를 달지 못할 수도 있는 입장이다.
반면 정동영계는 민주당이 전패할 경우 정세균 중도 사퇴론에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요구할 심산이다. 잔여 임기기가 1년 이상 남아 조기 전당대회 요구가 받아들여진다면 2개월간 준비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오는 6월말이 적절하다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대표가 공석이라는 점에서 2위로 선출된 송영길 최고위원이 당 대표 권한 대행 및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으면 된다는 게 DY측의 설명이다.
정동영 vs 정세균 뜨거운 감자 ‘복당’ 해법은
문제는 정동영 전 장관의 ‘당선=민주당 복귀’가 말처럼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정 대표는 ‘정동영 전 장관의 복당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이미 밝혔다. 자신이 대표직에서 물러난다고 해도 당권파가 다수인 당 지도부가 쉽게 복당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자칫하면 정 전 장관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 무엇보다 자신의 지역구와 인접한 신건 후보가 패할 경우 차기 대권 도전은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 자신을 대선후보로 만들어준 민주당에서 공천을 못 받아 탈당한데 이어 최대의 텃밭인 전북에서 패배는 ‘전북 맹주는 정세균’이라는 타이틀을 건네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양정이 ‘벼랑끝 전술’을 펴는 사이 손학규 전 대표는 한창 표정관리중이다. 선거 시작과 동시에 정 대표의 요구로 선뜻 부평을 지원 선거에 나섰다. 간만에 외출로 얼굴 표정도 많이 밝아졌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실제로 손 전 대표로서는 잃을 게 없는 재보선이다. 수도권에서 승리할 경우 정 대표에게 생색을 낼 수 있고 지더라도 책임론에 자유롭기 때문이다. 정 전 장관이 전북 2곳을 가져가 정 대표가 중도하차할 경우 조기 전대에 직접 나서거나 손학규 인사를 당 지도부에 심을 수 있다.
느긋하게 오는 10월 재보선에서 의원직 상실이 유력한 수원의 박종희 의원 지역구 출마를 기다리는 것도 한 방편이다. 손 전 대표가 재보선 선거후 ‘춘천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발언 배경이다. 바쁠게 없는 손 대표는 기다리다 밥상이 차려지면 숟가락 하나 올리면 되는 정치적 호기를 맞이했다. 손 전 대표로서 ‘정동영이 죽거나 정세균이 죽거나 둘 다 죽을 수 있는’ 4·29재보선을 편히 관람하는 이유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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