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이미지로 ‘정면승부’
창과 방패의 ‘한판대결’
깨끗한 이미지로 ‘정면승부’
창과 방패의 ‘한판대결’
  • 이금미 
  • 입력 2006-04-11 09:00
  • 승인 2006.04.11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며칠 사이 정치권에 키워드 하나가 던져졌다. 바로 ‘오세훈’이다. 장고(長考) 끝에 열린우리당 후보로서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강금실 전법무부 장관의 대항마로 부상한 것이다. 그리고 단고(短考) 끝에 오세훈 한나라당 전의원은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할 예정이다. 실로 빠른 결정이다. 출마를 결정하는 데 있어 시간은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았다. 막판 조율 전제 조건이었던 ‘후보 경선’에도 참여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뭔가 있다”는 한나라당 관계자들의 전언도 이어진다.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것. 게다가 자신의 출마를 두고 이미 한나라당은 한바탕 내홍을 겪었던 터다. 그의 출마를 둘러싼 숨 가쁜 전개 과정. 때문에 정치권에선 5·31 서울시장 선거가 강금실-오세훈의 맞대결 구도로 진행될 것이라는 심상치 않은 관측도 나온다. “오세훈의 마음을 움직인 배경은 무엇일까.” 그의 출마를 두고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의문이다. 스스로 말했듯 ‘시대적 소명’이 있을 것이고, 애초 17대 불출마 선언을 두고 ‘차기 서울시장 출마설’이 회자됐던 것을 상기한다면 그의 입장에선 사필귀정이다.

소장파는 이명박 2중대

그러나 경선을 치르기엔 선거 기간이 너무 짧다. 일찌감치 표밭을 다져왔던 당내 경선에서 승리 여부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은 전국회의원인 그가 더욱 잘 알 터다. 때문에 과연 당 지도부에서 오 전의원측과 접촉을 했는가에 정객들의 시선이 모아진다. 오 전의원은 서울시장 후보 문제와 관련해 당 지도부와 전혀 연락한 적도 없었고, 연락이 온 적도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믿는 구석’이 없이 모험을 강행했을까엔 여전히 의문점이 남는다. 그렇다면 이명박 서울시장과는 교감이 오갔을까. 애초 초선의원을 중심으로 한 소장파에서 “강금실 대항마는 오세훈 뿐”이라고 목청을 높였다는 데서, 이 시장과의 연결고리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짙게 드리운 상황이다.

맹형규 홍준표 등 기존 후보들의 반발이 심상치 않음에도 박형준 의원을 비롯한 소장 초선의원들은 의원총회에서 공천잡음, 기강해이 등 당의 총체적 문제점까지 지적하며 ‘오세훈 카드’를 밀어붙였다. 특히, 지도부 책임론까지 제기하고 나선 이들의 모습에서 최근 이 시장이 당에 느끼는 온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당내 관계자들의 분석도 있었다. 친박근혜 진영에서 노골적으로 불쾌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기존의 서울시장 후보들에 대한 배려를 넘어, 지방선거와 맞물려 당내 일련의 사건을 꼬집어 지도부로 화살을 돌린 소장파나, “한나라당은 해변가에 놀러온 것 같다”고 당 지도부를 일갈한 이 시장의 모습이 겹쳤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내홍의 진원지라 할 수 있는 ‘최연희 성추행 파문’도 지방선거 국면에 있어 언론 환경을 유리하게 만들고자 하는 현지도부의 의지로 인해 빚어진 결과다. 이를 계기로 당내 속사정이 더 복잡해졌음은 물론이다.

박근혜 진영 ‘오세훈’ 추인

그러나 오 전의원의 출마와 박 대표가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시간을 거꾸로 돌려 강 전장관이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4월5일을 전후해 벌어진 일련의 사건을 짚어 본다면 이같은 주장은 더욱 설득력을 발휘한다. 강 전장관은 우리당 입당을 앞두고 잇따라 발표된 차기 서울시장감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게다가 한나라당 후보 어느 누구를 대입해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에 박 대표의 공개적인 면박에도 서울시장 영입론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박계동 의원은 4일 “훌륭한 외부 영입 인사와의 교섭이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면서 당 지도부의 결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당시 정객들의 시선은 국민이 납득할 만한 ‘훌륭한 인사’가 누구인가에 쏠렸고, 영입에 시큰둥했던 당 지도부조차 ‘오세훈’임을 확인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은 바로 여기다. ‘박근혜 사람’임을 자처하는 한 핵심 당직자는 오 전의원과의 접촉 여부는 물음표로 남겨놓은 채, 오 전의원이 서울시장 ‘제3후보’로 거론되는 유력 인사임을 털어놓았다. 그렇다면 갑작스런 오 전의원의 등장은 무엇을 말해주는가. ‘안전지대’, ‘절충안’이라는 견해가 대세다. 대선으로 가는 길목, 박 대표나 이 시장이나 서울시장 사수에 실패한다면 여진의 방향이나 강도를 예측할 수 없다는 것.

강금실 파괴력에 위기감

이는 서울·경기 공략을 위해 각 선거캠프에 ‘정동영 사단’을 쪼개 급파한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의 움직임에서도 감지되는 대목이다. 이번 지방선거는 차기를 노리는 대권주자 입장에서 대선 후보 경선으로 가는 정치적 인프라를 구축하는 동시에 본선을 위한 지원군을 조기에 자체 편성하는 작업이다. 안개를 걷고 등장한 강 전장관의 파괴력이 심상치 않다는 것 역시 박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에 부담이다. 높은 지지도를 ‘거품’이라 평가절하해 왔지만, 막상 공식적인 출마 선언이 이어진 뒤에도 강 전장관의 지지도는 여전히 고공행진이다. 게다가 강 전장관측에선 여당에 대한 서슴없는 비난과 아울러 선거전략도 ‘강금실’ 개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정이 이러하니 장안의 내로라하는 여론조사전문가나 정세분석가들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중론인 가운데, 내놓는 분석들도 가지각색이다. 이달 말과 5월초로 예정된 서울시장 후보 경선 일정이 23일로 당겨진 부분에서도 한나라당의 위기의식과 조급함이 묻어난다. 박 대표의 입장에서 서울시장을 놓치게 된다면 지도력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 분명하다. 물론, 서울시장 사수가 여의치 않을 경우 상처는 이 시장쪽에 더 깊게 패일 공산이 크다. 강 전장관이 이 시장의 치적을 추켜세우는 쪽으로 초기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으나, 서울시의 안방을 차지한다면 서울시정의 과거와 현재를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는 여당의 거물급 정치인으로 거듭날 뿐이다. 멀지 않은 대선 국면, 그 길목에서 강 전장관에게 칼자루를 쥐어 주는 모양새가 된다.

‘법조인 출신’ 공통분모

오 전의원은 ‘법조인’, ‘현실 정치와 거리가 멀다’, ‘깨끗하다’ 등 강 전장관의 이미지와 일정 부분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강 전장관의 우리당 입당으로 여당이 한껏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는데 반해 선거 구도를 흔들만한 마땅한 대안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오 전의원은 불과 일주일 만에 정치권의 강력한 키워드로 자리매김하며 저력을 보여줬다. 결국, 박 대표와 이 시장의 윈윈전략상 암묵적인 동의로 인해 ‘오세훈 카드’가 탄생했다는 결론이다. 대권주자들이 섣불리 특정 지방선거 후보에 힘을 실어주지 않는다는 것은 불문율이다.

당내 지분을 갖고 있는 3선급 중진의원에 ‘척’을 진다면 남은 순서는 잃는 것뿐이다. 이러한 추측은 오 전의원을 둘러싼 정치적 역학구도에서도 감지된다. 17대 총선 불출마 선언 이후 강 전장관과 함께 차기 서울시장감 여론조사에서 상위를 기록했던 오 전의원이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연말까지 서울시장 출마를 두고 고민해왔다. 또한 당내 기존 후보들의 반발이 있었기에 그의 경선 참여 자체가 ‘흥행 보증’ 이라는 게 중론이다. 높은 당지지율을 바탕으로 본선까지 시너지 효과를 이어간다면 ‘강금실 vs 오세훈’ 구도는 쉽게 ‘오세훈 대세론’으로 정리된다. 혹시, 예선에서 실패하더라도 ‘흥행’의 대가로 ‘정치적 도약’을 꾀할 수 있다.


# “강금실을 폄훼하라”한나라당 총체적 ‘공세’


강금실 전법무부장관의 서울시장 출마 선언으로 한나라당에 비상이 걸렸다. 한나라당은 그의 출마 출정식 직전 ‘강금실 폄훼’ 전초전 성격으로 ‘김재록 리스트’에 강 전장관의 이름을 올린 바 있다. 그러나 “대꾸할 가치도 없다”는 강 전장관측의 반응에 여론몰이는 실패로 돌아갔다. 그래서인지, 강 전장관이 열린우리당에 공식 입당한 이후엔 강도를 더욱 높일 태세다.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홍준표 의원은 “차기 대통령 유력후보인 ‘이명박 죽이기’시나리오가 가동되고 있다”는 주장으로 강 전장관을 겨냥하는가 하면, 이명박 시장의 후계자임을 자처하고 나섰다. 총체적인 공세 움직임도 감지된다.

이한구·이혜훈·김정훈 의원은 선봉에 서 강 전장관이 재직했던 법무법인 ‘지평’과 얽힌 의혹들을 집중 거론하고 있다. 지평의 운영실태 및 김재록과의 유착관계에 대한 의혹들이 중심이다. 구체적으로 ‘하이트-진로 인수합병’ 관련, 거액의 수임료 지불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게다가 강 전장관의 개인적인 재산형성 과정과 세금납부 현황도 예외가 아니다. 강 전장관의 이미지도 공격 대상이다. 강 전장관의 상징색으로 떠오른 ‘보라빛’을 두고 정인봉 한나라당 인권위원장은 ‘서민가슴에 피멍든 색깔’이라고 규정했다.

이금미  nicky@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