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대운하로 정계 컴백?

4.29 재보궐 선거가 중반을 향하고 있는 가운데 현실정치와 거리를 두고 있는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향후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의 경우 재보궐 선거 결과에 따라 지도부뿐만 아니라 이상득 전 부의장의 책임론까지 전개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양대 축으로 평가 받고 있는 이 전 위원에게는 이번 재보궐 선거 결과에 따라 정계복귀의 시점이 단축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이 전 위원 사무실에 대운하 관계자들이 드나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전 위원이 대운하를 통해 정계에 복귀하려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돼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상태다.
지난 7일 이 전 위원의 은평구 사무실에 한 중년의 남성이 찾아왔다. 그 남성의 손에는 노란색 서류봉투가 들려 있었다. 봉투 겉면에는 ‘푸른한국’이라는 로고가 새겨져 있었다. 이 인사는 약 30여분 정도 이 전 위원과 독대를 한 후 돌아갔다.
이 인사의 차량 앞 유리에도 전화번호와 푸른한국이라는 소속이 붙어 있었다.
푸른한국은 대운하를 연구하는 단체로 지난 2007년 대선 전까지만 해도 활발한 활동을 전개했다.
현재 푸른한국은 C회사 대표이사 겸 학교법인 T학원 이사장으로 있는 박모 이사장이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와는 달리 푸른한국의 실질적인 운영자는 이 전 위원이라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치권 관계자는 “푸른한국은 지난 대선에서 대운하를 적극 지지하는 세미나를 개최하면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음지에서 활동하는 푸른한국이 이 전 위원의 사조직이라는 설까지 나돌았다”고 말했다.
푸른한국 구성원들은 대부분 교수들이다. 특히 토목, 건축 관련된 교수들이 상당수 있다고 한다. 현재 주도적으로 활동하는 교수들은 약 20~30여명이고 푸른한국에 이름을 올린 교수는 약 100여명에 달한다. 여기에 일반 회원들까지 합치면 수백에서 수천 명의 회원을 거느리고 있다는 게 정치권의 공통된 의견이다.
정치권에 정통한 소식통은 “이 전 위원은 대운하에 애착이 깊다. 본인도 예전에 이명박 대통령의 대운하 정책을 듣고 대통령을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한다. 대선 때도 대운하를 홍보하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물길을 따라 민심탐방을 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치권 인사는 “현재 이 전 위원의 정계 복귀는 시기를 조율하고 있는 상태다. 재보궐 결과에 따라 앞 당겨질 가능성도 있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대운하다. 현재 대운하는 4대강 정비 사업으로 탈바꿈 돼 진행되고 있지만 언제 대운하로 바뀔지 모른다. 여론의 추이에 따라 변화될 가능성이 있고 여기에 이 전 위원이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전 위원측은 “단지 인사를 하러 온 것이다. 예전에 푸른한국에서 개최하는 세미나에 참석한 일이 있다. 당시 상임고문으로 위촉돼 잠시 활동한 게 전부”라고 말해 푸른한국과의 관련을 일축했다.
푸른한국은 정책 모임일 뿐
이 관계자는 “지난 2007년 대선에만 잠시 활동을 했다. 그 이후엔 유야무야 돼서 현재 운영되지 않는 것으로 안다. 거기서 활동하는 인사들이 아예 안면이 없는 게 아니다. 예전부터 알고 지낸 인사들이 있기 때문에 이 전 위원이 귀국하면서 안부 인사를 하러 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측근의 말과는 달리 푸른한국은 현재도 운영되고 있었다.
푸른한국 관계자는 “현재도 이 전 위원이 상임고문으로 돼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 주장하는 대운하 관련 단체는 아니다. 우리는 현안과 이슈에 따라 연구 과제를 정해서 토론을 벌인다. 당시 대선에서는 대운하 문제를 정해 세미나를 개최한 것이다. 공교육, 청년실업 등 다양한 연구 과제를 수행해왔다”고 말했다.
이관계자는 대운하 관련 교수들이 주축이라는 주장에 대해 “말도 안 된다. 당시엔 대운하를 연구하고 있었기 때문에 토목, 건축 관련 교수들이 많이 참가했었다. 하지만 현재 대운하는 잠정적으로 중단된 상태”라고 해명했다.
취재진이 조직도를 보여 달라고 말하자 이 관계자는 “직책을 맡고 있는 분들이 언론에 나오는 것을 꺼려할 수 있어 보여줄 수 없다. 푸른한국은 교수들이 왕래하면서 연구하고 토론하는 곳이어서 완벽한 조직도가 갖춰지지 않았다”며 거부했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이 전 위원의 사조직이라는 의혹에 대해서도 “우리는 정치적인 단체가 아니다. 순수하게 정책을 연구하는 교수들이 주축인 곳이다. 정치적으로 비춰지는 게 우리로선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현재 푸른한국은 실무자 2~3명이 상근하고 있을 뿐 대부분은 비상임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운영비 등은 스폰서를 받거나 회원들의 회비로 충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위원이나 푸른한국측은 서로의 연관성에 대해 부인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 전 위원의 정계복귀와 대운하를 별개로 보지 않는 분위기다.
이 전 위원의 복귀는 한나라당 역학구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게 분명한 만큼 정치권에서는 이 전 위원의 행보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재는 폭풍전야와 같이 조용한 상태다. 이런 상태가 그리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귀국 후 조용한 행보를 계속 중인 이 전 위원이 집권 2기 MB정부에서 어떤 식으로 정계에 복귀할 지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MB정부 최대 공약 한반도 대운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기 전 한반도 대운하는 열띤 찬반 논쟁을 거듭했다. 그러다 결국 4대강 정비라는 사업으로 한 단계 약화된 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는 상태다.
대운하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지만 현재 다방면에 걸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반대 여론이 현존해 있는 만큼 조심스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한 ‘대운하 전도사’ 추부길 전 비서관이 박연차 회장 구명 로비와 관련해 수억 원의 돈을 받아 구속되면서 주춤거리고 있다. 지난 인수위에서 대운하 TF팀에서 활동했던 장석효씨는 한반도대운하연구회에서 대표를 맡으면서 대운하 띄우기에 노력했던 인물 중 하나이다.
정부에서는 최근 녹색성장위원회라는 대통령 직속 산하 기구를 두고 활동을 하고 있다.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녹색성장을 모토로 삼은 녹색성장위원회는 환경뿐만 아니라 4대강 살리기 사업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이곳에는 김상협 미래기획단 공동단장도 참여해 정부 정책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상준 기자 sky0705in@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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