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을 강타한 ‘박연차 리스트’… 뭘 감추고 있나?
정치권을 강타한 ‘박연차 리스트’… 뭘 감추고 있나?
  • 홍준철 기자
  • 입력 2009-04-14 10:24
  • 승인 2009.04.14 10:24
  • 호수 781
  • 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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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차가 입 다문 MB정권‘실세 4인방’그들은 누구인가?
박연차 리스트로 정국이 들끓고 있다. 진작부터 몸통으로 지적돼온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집사람이 돈을 받았다’고 실토한 이후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의 로비의혹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박 회장은 검찰에서는 ‘노 전 대통령이 요청해 돈을 줬다’고 밝혀 파문이 커질 전망이다. 검찰은 또한 노 전 대통의 부인인 권양숙 여사부터 연철호 조카사위, 아들 노건호씨까지 수사 선상에 올리면서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민주당은 노 전 대통령 일가까지 검찰 칼날이 겨냥되면서 당혹스럽다는 표정이다. 이에 민주당은 박연차 리스트에 거론된 인사들중 MB 정권 실세들이 있다면서 공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박연차 리스트에 거론되고 있는 MB 정권 핵심 4인방을 알아봤다.

박연차 회장의 경우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이자 부산출신이다. 검찰 수사를 보면 부산.경남 지역 여야 전현직 국회의원은 합법.불법으로 돈을 건넨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특히 국회의원들에게 1년에 1인당 500만원씩 합법적으로 후원금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한나라당 허태열 최고위원에게 차명으로 2000만원까지 준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평소 씀씀이가 큰 박 회장은 합법적인 후원금외에도 ‘용돈조’로 수백에서 수천만원까지 정관계 인사들에게 현금으로 전달했다. 이중에는 구정권 인사들뿐만아니라 집권 여당 핵심 실세로 청와대 비서관, 검찰 출신 고위 인사, 한나라당 고위 당직자 등 친이 핵심 인사 등이 거명되고 있다.

당초 사단은 민주당 박주선 의원이 제공했다. 박 의원은 지난달 박연차 리스트관련 “MB 정권 핵심 실세가 연루돼 있다”고 폭로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박 의원이 지목한 인사로 부산에 지역구를 둔 다선의 A국회의원이 첫 번째로 거론됐다.


靑 C비서관, ‘문제 있는 인물’ 기피 해명

그러나 A의원은 사석에서 “박 회장과 일면식이 없다”며 “돈 한푼도 받지 않았다”고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A의원은 “설령 받았다고 할지라도 나를 검찰이 함부로 부를 수 있겠느냐”면서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는 후문이다.

A의원의 이름이 수그러든 이후 집권 여당의 핵심 실세이자 현역의원인 B씨가 거론됐다. 집권 여당 고위 당직자인 B의원은 부인이 박 회장의 부인과 잘 알고 있는 친분 때문에 등장했다. B의원 역시 지역구가 부산인데다 역시 중진 의원으로 박 회장이 부인을 통해 거액의 돈을 전달했다는 얘기다. 특히 B의원의 경우 시중에 떠도는 ‘박연차 리스트’에 오른 인물이 아니라서 정치권에서는 의외의 인물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한나라당 고위 인사뿐만아니라 청와대 C비서관 역시 금명간 검찰 수사를 받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았다. C비서관은 검찰 출신이다. 80~90년대 부산지검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C비서관 측은 “돈을 안 받았다”며 “문제 있는 인물이라 기피했다”고 해명했다.

청와대에 근무중인 D씨 역시 부인의 사업 때문에 박 회장에게 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D씨의 경우 박 회장이 그의 부인이 하고 있는 사업의 물품을 정찰보다 몇 배에서 몇 십배 비싸게 대금을 지불함으로써 간접적으로 D씨에게 후원금 명목으로 제공해 준 것으로 알려졌다. 물건을 구매하고 돈을 지불했다는 점에서 검찰 수사를 피해갈 공산이 높다.

청와대 C비서관이나 D씨 모두 친이 핵심 실세로 청와대 요직에 있다. 금품수수 의혹이 사실로 들어날 경우 MB 정권에 커다란 타격을 줄만한 인물이다.


검찰 고위간부인 E 전 고검장 거론

검찰 고위 간부인 E 전 고검장도 거론됐다. MB 정권 핵심 실세라기보다는 참여정부 시절 승승장구했다. 현재 법조인 중 최고직에 있다. 그는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부산지검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박연차 리스트는 구정권 인사들뿐만 아니라 MB 정권 핵심 인사들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박 회장의 교묘한 후원 방식 때문에 실제로 검찰이 돈을 건넨 정황을 파악해도 관련 증거를 잡기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익명의 한 사정관계자는 “검찰, 현역 국회의원 등 핵심 인사들에게는 합법적인 후원금 형식으로 주거나 금품을 제공하는 방식이 달러나 상품권, 나이키 신발, 기부금 등으로 건네져 대가성을 찾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박 회장이 국회의원이나 광역단체장 유명 인사를 대상으로하는 로비 방식을 보면 장학재단을 주로 활용했다.

‘000 장학재단’은 어느 지역이나 존재하는 데 현역 국회의원이나 단체장 명의로 된 장학재단에 거액의 장학금을 제공함으로써 후원금을 대신했다. 형식상 장학재단에 돈을 제공하면 해당 국회의원이나 단체장은 장학금 비용 외에 지역 행사, 이벤트 등에 자비 대신 박 회장이 준 돈으로 합법적으로 사용함으로써 법망을 피해갈 수 있었다. PK 지역의 한나라당 F전 의원이 주로 사용하던 방식으로 ‘누이좋고 매부 좋은’ 후원 방식인 셈이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지역내 ‘000 오페라단’ 등 공공단체 후원회에 유력 인사나 부인이 후원회장으로 있을 경우 수십억의 후원금을 내고 후원금 중 일부를 정치자금으로 전용하도록 했다. 주는 사람은 공공단체 후원금이지만 쓰는 사람이 사적으로 유용하는 것으로 구정권 시절 노동부 장관을 지낸 G전 의원이 활용한 방식이다.

이처럼 박 회장의 돈을 주는 방식이 다양하고 교묘하다는 점에서 실제로 로비 자금을 받은 정관계 인사가 70여명에 이른다고 할지라도 검찰 기소를 당하는 인사들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게 검찰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박 회장, ‘장학재단’, ‘공공단체’ 후원 등 로비 교묘

또한 검찰이 기소를 할지라도 불기소처분을 받거나 법원에서 확실한 물증을 제시하지 못해 무죄로 풀려날 공산이 높아 검찰 수사가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미 검찰 안팎에서는 박 회장으로부터 권양숙 여사가 돈을 받았다고 노 전 대통령이 인정했지만 ‘빌려준 돈’일 경우 처벌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 방향에 따라 ‘구색 맞추기식’으로 집권 여당 핵심 인사 역시 검찰 소환을 당할 수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MB 정권 만드는데 일조한 핵심 실세의 검찰 조사를 받을 경우 노 전 대통령을 비롯해민주당 현역 의원들에 대한 수사 역시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핑퐁게임식’ 수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홍준철 기자 sky0705in@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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