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CNS의 철도공사 전방위 로비폭로
본지는 지난 778호 LG그룹 신 정경유착 ‘의혹’ 2탄에서 철도시설공단의 TRS(열차무선통신시스템) 사업에 LG CNS가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과 관련해 3대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특히 교수 출신의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평가위원회가 실적 심사도중 집으로 돌아갔다 재심사한 사실에 참여 업체로부터 ‘로비’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는 점에서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LG CNS의 로비 행태는 보다 치밀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평소 심사위원으로 선정될 공산이 높은 전문가나 교수를 관리함으로써 평가위원단에 들어갔을 때 도움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한국철도시설공단 TRS 사업자 선정과정에 평가위원단에 대한 로비 의혹이 재차 불거지고 있다. TRS 사업에 특혜의혹을 제기한 민주당 김성순 의원실에서는 외부 전문가가 심사 도중 집에 귀가했다가 다시 심사를 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한 김 의원실에서는 현직 교수가 다수인 평가위원회가 외부로 노출될 경우 로비의 대상이 될 공산이 높다는 주장이다. 특히 LG CNS는 공공기관 평가위원에 선정됐거나 선정될 공산이 높은 전문가나 교수를 평소에 관리해오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05년 9월 MBC는 ‘LG CNS 수백 억 원대 사업선정에 해당 공무원.교수 사전로비(9월16일 방영’, ‘ LG CNS 수백억 사업 전방위 로비’ 등 연이어 방송했다. 이 보도는 LG CNS 모 임원 운전사가 작성한 ‘문건’을 통해 LG CNS의 전방위 로비 행태를 폭로했다. 당시 LG CNS 고위 인사는 철도공사의 400억원 규모의 ERP 사업을 따내기 위해 철도공사, 건교위 산하 국회 보좌진, 교수 등 다양하게 접촉한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다.
특히 이 문건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대학 교수들이 다수 등장한다는 점이다. 운전사가 작성한 일지를 보면 ‘2004년 6월 교수 2명과 강남의 한정식집과 룸살롱에서 회식’, ‘같은 달 15일 또 다른 교수 3명과 낮에는 골프장, 밤에는 고급 룸살롱 접대’등이 상세하게 적혀 있었다.
또한 문제의 일지에 등장하는 교수가 모두 13명이고 이중 상당수가 정보통신 분야의 교수들로 17차례 만났다고 적혀 있었다. 무엇보다 일지에서 골프 접대를 받은 교수가 LG CNS가 참석한 철도청통합전산시스템 ERP 사업자 평가위원이 됐다는 점이 드러났다. 이는 LG CNS가 평소 정보통신 분야 교수를 집중적으로 관리해온 배경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LG CNS는 ERP 사업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이후 사업 제안서가 문제가 생겨 최종 협상에서는 배제됐다.
LG CNS 평소 유력한 교수들 관리…업계 관행
이처럼 정부기관이나 공공기관이 전자 정부화 추진정책에 따라 수백억원대에서 수천억 공사를 발주하는데 사업자 선정은 내부인사와 외부 교수들이 참여한 평가위가 전적으로 맡는다는 점에서 심사위원들이 집중적인 로비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MBC의 보도가 현재 진행형일 경우 이번 철도공단의 TRS 사업 선정에 참석한 평가위원 역시 LG CNS의 로비망에 걸려들었을 공산이 높다는 게 민주당 김성순 의원실의 인식이다.
무엇보다 LG CNS의 유력한 경쟁회사로 총점에서 0.06점차로 떨어진 서울통신기술의 경우 한전 실적을 문제 삼은 평가위 결정으로 ‘0’점 처리돼 탈락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평가위가 숙소를 떠나 있는 동안 실적 평가가 이뤄졌다는 점, 그리고 다시 모여 LG CNS에게 유리한 결정을 내렸다는 점에서 이해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평가위에 참석한 4명의 교수들은 본보와 통화에서 ‘심사는 공정하게 진행됐다’, ‘LG CNS와 접촉한 사실이 없다’, ‘할 말이 없다’ 는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TRS사업 평가위원 4인, “공정했다” 로비 의혹 일축
한남대 법학 전공으로 평가위에 참석한 A 교수는 “심사는 공정하게 했다”면서 “객관적인 자료로 했기 때문에 주관적 개입이 전혀 들어갈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LG CNS측과 접촉한 사실에 대해 “LG CNS측 인사는 전혀 모르고 접촉한 사실이 없다”면서 “자세한 기억은 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철도공단 평가위에 처음 들어갔다는 A 교수는 “집으로 귀가한 것은 공단측의 요구가 아니라 평가위가 스스로 결정을 내린 것이었다”면서 “그러나 누가 먼저 집으로 가자고 제안했는지는 기억이 안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법학 전공의 충북대 B 교수는 “계약 전공으로 실적 평가는 기술적인 부분이라 잘 모른다”면서 “1박2일 입소기간을 마치고 집에 간 것일 뿐 이후 공단에서 결론이 안나 다시 모여 서울통신기술의 한전 납품 실적을 인정하기 힘들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이 교수 역시 LG CNS측과 만난 적이 없고 평가단 경력에 대해서는 ‘말 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만약에 평가위원중에 특정 업체로부터 로비를 받은 인사가 있다면 검찰 수사 대상”이라며 “아날로그냐 디지털이냐 평가위원회내에서 약간의 논란이 있었지만 ‘한전에 납품한 실적은 디지털이 아니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재차 강조했다.
반면 공주대 정보통신학부 C 교수는 본지의 전화에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교수들중 유일하게 철도공단의 평가위원을 지낸 바 있다고 밝힌 그는 “심사과정에 일어난 일은 일체 함구를 해야 한다”면서 “누가 우선협상 대상자로 됐는지도 나중에 알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LG CNS와 만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유도성 질문을 하지 마라”며 “할 말이 없다”고 전화기를 바로 끊었다. 그는 전화기를 끊기 전 “로비 대상으로 지목되는 것에 기분이 나쁘다”면서 “이런 곤욕을 치룰줄 알았다면 평가위원에 참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격한 감정을 드러냈다.
평가위에 참석한 충남대 회계학 전공의 D 교사는 “특별히 할 말이 없다”면서 “다른 위원들에게 물어봐라”고 곤혹스런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김성순 의원실에서는 “LG CNS가 충남.대전권 교수들의 인력풀이 작아서 관리하기가 어렵지 않았다는 소문을 들었다”면서 “일각에서는 LG CNS측이 '서울통신기술이 부정당업체로 선정해달라'고 모 국회의원에게 로비를 벌였다는 말도 들었다”고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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