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사정칼날 휘두른다

4.29재보궐 선거가 있는 4월에 접어들었지만 여의도 정가는 박연차 리스트의 후폭풍에 사정정국으로 흘러가고 있다. 특히 검찰의 칼날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겨냥하면서 민주당은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한나라당의 경우도 친박계 의원들의 실명이 거론되면서 난감한 상황이다. 자칫 사정의 칼날에 친박이 무너져 내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재보궐 선거구도는 이미 사라져 정치권 전체를 사정정국이 뒤덮은 상황이다. 이에 본지에서는 정치 전문가들에게 박연차 리스트와 4.29 재보궐 선거의 역학관계, 향후 정계개편의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여의도 정가는 지금 사정정국으로 일대 혼란을 겪고 있다. 재보궐 선거구도판은 박연차 리스트로 인해 존재를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다. 특히 민주당의 타격은 심각하다. 전 정권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도 상황이지만 현재 지도부와 일부 의원들은 지난 정권에서 장관 등 요직을 경험했기 때문에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박연차 리스트’ 민주당 386몰락
포스커뮤니케이션 이경헌 대표는 “재보선 정국 자체가 사정정국안에 편제된 양상을 띄고 있다. 원래 4월이 되면 재보선 정국으로 흘러가야 정상인데 사정정국이 부상하면서 재보선 정국은 수면 아래로 내려가 버렸다”고 분석했다.
또한 “가장 정치적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민주당이다. 노 전 대통령으로 향하는 칼날 자체가 민주당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하더라도 당 소속 의원의 구속과 수사가 진행 되고 있다. 또한 전 정권에서 여당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여기엔 현재 지도부의 주류세력들이 친노 386이기 때문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은 노 전 대통령과 민주당을 분리해서 생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윈컴 김능구 대표는 “박연차 리스트가 공개되기 전까지만 해도 한나라당의 승리가 점쳐졌다. 하지만 이젠 다르다. 박연차 리스트로 인해 민주당의 도덕성에 흠집이 나긴 했지만 이는 위기론으로 확산되면서 결집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MB의 ‘탈 여의도 정치’ 정계개편 신호탄
김 대표의 이런 분석은 최근 민주당 중진들의 움직임을 보면 납득이 가는 대목이다.
김 대표는 “중진들이 DY의 공천문제를 하루라도 빨리 매듭짓지 않으면 공멸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박연차 리스트의 핵심에는 MB의 정계개편이 있다. MB가 여의도 정치를 뒤집어 엎으려는 것은 이미 정설이다. 이런 사실을 민주당 중진들이 간파하고 계파간 분열보다는 결집해야 한다는 판단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번 선거의 특징은 각 당의 운명이 자신들의 지지기반에서 결정되는 현상이다. 민주당은 전주, 한나라당은 경주, 진보진영은 울산의 선거 결과에 따라 운명이 결정될 것이다. 이번 선거는 특이하게 수도권 보다는 지역의 선거 결과에 따라 각 당의 향후 진로가 틀어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시사평론가 유창선씨는 이번 박연차 리스트로 인해 민주당의 타격이 가장 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씨는 “박연차 리스트에서 노 전 대통령이 거론되면서 민주당의 타격이 예상된다. MB정권 심판론을 제기하고 나선 민주당의 전략이 상당히 흔들리면서 재보궐 판세를 뒤 흔들어 놓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박연차 리스트로 정계 구도 흔들
이같은 상황은 여당도 마찬가지다.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도 박연차 리스트에 거론되면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친박의 경우 박연차 회장과 일면식도 없는 사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타격에 대해 전문가 3인은 제각각 의견을 내놨다.
유 씨는 “한나라당도 피해를 입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 연루설 만큼 파괴력이 있지 않다. 이런 의미에서 민주당의 피해보다는 일부분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친박 중진의원들의 이름이 거론되지만 아직 실체가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와는 다른 의견도 있었다.
이 대표는 “한나라당의 경우 친박측 인사들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한나라당이 재보궐 선거전략 자체를 잘못 설정한 면이 더 크다. 한나라당은 경제살리기를 모토로 삼았지만 이는 잘못된 전략이다. 수도권에서 2곳이나(인천부평을, 시흥시장 선거)선거가 치러지는 상황에서 집권2기의 중간평가 성격은 피할 수 없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 한나라당이 선거전략 구도를 잘 못 설정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한나라당 친박 친이 갈등으로 분열 조짐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김 대표는 “친박 자체적으로 친노 다음 타깃은 친박이라는 생각이 팽배하다. 친박 중진들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기회를 엿보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 최근 경주에 출마한 정수성 후보에게 사퇴를 종용하는 사태까지 발생해 친박으로선 사활을 걸고 있는 상태”라고 분석했다.
최근 박근혜 전 대표가 정 후보 사퇴 종용에 대해 ‘정치의 수치’라고 말한 것도 경주 문제만을 놓고 언급한 게 아니라는 것이 김 대표의 주장이다.
김 대표는 “친박과 친이의 갈등은 이미 예고된 바 있다. 그것이 내년 지방선거 전후로 해서 거론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박연차 리스트로 인해 앞당겨진 측면이 강하다. 결국 박연차 리스트로 친박을 제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친박은 경주 선거에 사활을 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만약 이곳에서 친박측 인사가 낙선한다면 더 이상 설 곳이 없기 때문에 총력전을 벌일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이미 박사모 회원들은 무소속 정 후보를 지지하고 나선 상태다. 이들의 위력은 이미 지난 총선에서 여실히 증명됐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친박인사들의 공천 배제로 반발한 박사모 등 온라인 회원들은 경남 사천에 출마한 친이계 이방호 전 의원의 낙선운동을 벌인 바 있다. 결과는 이 전 의원이 낙선하고 민노당 강기갑 의원이 당선되는 이변을 낳았다.
김 대표는 “박연차 리스트 전만 해도 한나라당의 승리가 점쳐졌다. 하지만 이젠 다르다. 박연차 리스트 파문으로 민주당은 결집하고 한나라당은 분열되는 상황으로 판세가 전환됐고, 재보궐 자체에서도 한나라당이 전패 할 수 있는 구도로 흘러가고 있다”며 박연차 리스트의 파괴력을 진단했다.
그렇다면 박연차 리스트의 최대 수혜자는 누구일까. 이에 대해 정치 전문가 3인은 한결같이 MB를 꼽았다.
집권2기 국정운영에 기여
시사평론가 유창선씨는 “박연차 리스트는 지난 정부와 여야 정치인들 모두의 문제로 인식돼 있다. MB정부도 추부길 등 몇몇 인사들이 연루돼 도덕성에 일부분 타격을 입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MB입장에서는 현 상황이 오히려 국정장악의 계기로 삼는 것도 가능하다. 특히 여의도 정치에 상당한 거리를 두며 차별화했기 때문에 이득을 얻었다고 말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대표는 “박연차 리스트의 최대 수혜자는 MB다. MB식 속도전에 가속화를 하는 계기와 명분이 되는 것이 사정정국이다. 이것이 확장될수록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
특히 재보궐 선거만 되면 이슈화 됐던 박 전 대표가 지금은 전혀 언론의 주목을 못 받고 있다. 이는 친박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향후 국정운영에 상당한 힘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석은 김 대표도 같았다. 이것이 전형적인 MB식 스타일이라는 것이다.
김 대표는 “MB나름대로 판을 다시 짜려고 한다. 천신일 회장과 같이 자신들의 측근까지도 내칠수 있다. MB 스타일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 비록 4.29재보궐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어려워졌지만 큰 틀에서 봤을 때 비리에 연루된 자신의 측근까지도 내치면서 정면 돌파 한다면 지지도를 40%대로 끌어 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정치 전문가들은 박연차 리스트 파문이 4. 29재보궐 선거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공통된 의견을 내놨다. 특히 심각한 타격을 받았던 민주당이 결국 결집을 이뤄 선거를 치를 것이고 반면 한나라당은 친이 친박간의 대립으로 인해 분열된 상태에서 선거를 치를 가능성이 커졌다는 데 일부분 의견을 같이했다.
또한 박연차 리스트의 파급 효과는 향후 정계개편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고 이에 따라 MB정권의 국정운영에 속도를 가속화 할 수 있고 새판짜기도 가능해 질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이제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4. 29 재보궐 선거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박연차 리스트의 종착점이 어디인지 여의도 정가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인상준 기자 sky0705in@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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