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민주당 ‘鄭·丁전쟁’ 중립 관전 포인트
DJ, 민주당 ‘鄭·丁전쟁’ 중립 관전 포인트
  • 인상준 기자
  • 입력 2009-03-31 10:07
  • 승인 2009.03.31 10:07
  • 호수 779
  • 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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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캐스팅보트 내가 쥐고 있다”
정세균 · 정동영

민주당의 내홍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정세균 대표의 고민이 날로 쌓여가고 있는 형국이다. 정동영 전 장관의 출마가 자칫 재보궐 선거의 의미를 퇴색시킬 수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또한 정 대표 자신에게도 차기 잠룡으로 분류되는 상황에서 대권으로 가는 걸림돌이 정 전 장관이라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번 공천 전쟁은 ‘포스트DJ’ 자리를 놓고 격돌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차기 대권을 노리는 두 인사가 호남맹주로 올라설 수 있느냐는 대권으로 향하는 직행 티켓이라는 것이다. 물론 여기엔 DJ의 의중이 가장 중요하게 작용한다. 정 전 장관의 공천은 ‘포스트DJ’ 자리와 연결 선상에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해석이다.

정 전 장관은 당 원로들과 김대중 전 대통령을 예방하며 자신의 복귀에 명분을 쌓고 있는 행보를 계속 중이다.


DJ의 속내는 무엇?

김 전 대통령과의 만남에서는 정 전 장관의 무소속 출마와 관련 ‘절대불가’라는 답을 듣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은 정 전 장관과의 만남에서 “어떤 상황에서도 당이 깨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또한 무소속 출마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DJ는 정 전 장관의 출마에 대해 반대하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 그러나 당이 깨지거나 무소속 출마를 강행해 당이 심각한 내홍에 휩싸이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의중은 이미 DJ의 복심 박지원 의원을 통해 공개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정 전 장관의 원내복귀는 바람직하다. 지도부와 머리를 맞대고 논의를 한다면 충분히 해결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전 장관측에서는 이런 움직임에 대해 상당 부분 힘을 얻고 있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를 자세히 살펴보면 결국 DJ의 의중은 차기 대권을 노리는 두 인사에 대해 중립적인 상태라는 것이 정치권의 해석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DJ이후 호남맹주를 자처하는 인사는 아직 없었다. 이런 의미에서 두 인사에게 ‘포스트DJ’라는 것은 대권을 향하는 티켓이라는 의식이 깔려 있다. 박 의원이 말한 원내에 들어와도 좋다는 것은 결국 똑같은 상황에서 서로 경쟁해서 이기는 쪽을 선택한다는 의중이 깔려 있다. 정치 9단 DJ가 어느 한쪽의 편을 쉽사리 들어줄리 만무하다”고 주장했다.

결국 DJ는 자신의 후계자에 대해 서로 경쟁을 해서 이기는 쪽의 손을 들어줄 것이란 전망이다.


차기 대권을 위한 선택

이런 상황에서 정 대표의 고민은 깊어 질 수밖에 없다. 차기 대권을 노리고 있는 정 대표에겐 ‘포스트DJ’라는 자리는 매력적인 자리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섣불리 정 전 장관의 공천을 결정할 수 없는 것이다. 여기에 당권을 노리고 있는 비주류와 이를 저지하려는 386 신주류의 이해관계도 얽혀 있어 더욱 정 대표를 옭아매고 있다.

정 대표측 관계자는 “정말 답답하다. 정 전 장관이 계속 전주 덕진 출마를 고집한다면 당의 화합을 위해서도 결국 공천을 줄 수밖에 없다. 정 대표 본인의 손으로 당이 극단적인 상황에 직면하는 여지를 줄 수는 없는 것 아닌가”라고 토로했다.

그러나 향후 당권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선 확실한 카리스마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공천을 줄 때 주더라도 어영부영 줄 수는 없다. 이참에 정 대표 본인의 카리스마를 보여줘야 한다. 큰 그림을 그리는 정 대표로선 이를 기회로 삼아 자신의 입지를 확고히 다질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포스트DJ’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도 이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이제껏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력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부드러움과 특별한 적군이 없다는 점은 강점이자 단점으로 작용한다. 이런 측면에서 정 대표에게 필요한 것은 카리스마라는 것이다.

정 전 장관의 공천엔 향후 당권의 향배와 관련 신-구주류의 계파간 갈등도 내재되어 있는 만큼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게 정치권의 해석이다.

실제 신주류 386측에선 향후 당권에 도전할 것이 명백한 정 전 장관의 공천문제에 대해 한결같이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포스트 DJ’를 향한 전쟁

386 신주류 관계자는 “정 전 장관의 공천은 개인적인 것에 불과하지만 재보궐 전체를 놓고 보면 당을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정 전 장관에게 공천을 준다면 당은 물론 국민들도 실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정 대표는 자신을 지지하는 386 신주류와 DY계 구주류 사이에서 결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제 모든 선택은 정 대표에게 달렸다. 정 전 장관에게 공천을 주는 것은 단지 공천의 문제를 넘어서 ‘포스트DJ’를 향한 교두보라는 측면이 강하다. 이 때문에 정 대표의 선택이 정계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인상준 기자 sky0705in@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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