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기로에 선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
선택의 기로에 선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
  • 인상준 기자
  • 입력 2009-03-31 09:59
  • 승인 2009.03.31 09:59
  • 호수 779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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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를 벤치마킹하라”

이회창 총재가 최근 재보궐 선거와 관련 경주 지역에 한 달 새 2번씩이나 직접 내려가는 이례적인 행보를 보여 화제를 모았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 총재가 지역 정당에서 탈피하기 위해 지역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그렇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이 총재가 차기 대권을 생각하고 있겠지만 자칫 제2의 김종필(JP)전 자민련 총재와 같은 지역 정당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권 3수생인 이 총재가 차기 대권으로 가기 위해선 지역 정당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스펙트럼이 겹치는 한나라당을 넘어서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는 게 정치권의 주장이다. 이 총재는 지금 제2의 DJ가 될지 아니면 제2의 JP가 될지 중요한 기로에 서 있는 것이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가 최근 잇따라 경주를 방문했다. 4·29재보궐 선거에서 유일하게 후보를 낸 곳이기 때문이다.

2월에 이어 3월 24일 경주를 방문한 이 총재는 민심을 얻기 위해 애썼다. 그러나 경주의 경우도 한나라당과 무소속간의 양자구도로 선거판세가 흘러가고 있어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선진당 관계자는 “지역 정당 탈피를 위해 당 차원에서 애를 쓰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도 단 1곳밖에 후보를 내지 못하는 인물난에 허덕이는 실정”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 총재가 리더십의 딜레마에 빠진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자칫 지역 정당으로서도 자리매김하지 못하고 지지부진할 수 있다는 이유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 총재는 충청도를 지지기반으로 하는 지역 정당을 탈피하고 전국정당으로 변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한계에 봉착한 듯하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는 당내에서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선진당의 한 관계자는 “당내에서 전국정당화를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한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이 총재와 권선택 원내대표를 제외하면 인지도 있는 인물이 없는 것도 문제”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자칫 제2의 JP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JP의 경우 충청도 맹주로 한 시대를 풍미했지만 결국 대권을 거머쥐진 못했다. 착실한 캐스팅보트 역할로 만족해야 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JP는 충청권을 지지기반으로 절대적인 지역 맹주였다. 15대 대통령선거에서는 DJP연합을 구축하면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충실히 해내 공동 정권을 탄생시켰다. 그러나 그게 끝이었다. 대권을 향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국 대권을 잡지는 못했다. 이런 면에서 이 총재도 제2의 JP가 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2%로 부족한 면을 채워야

그렇다고 이 총재에게 아주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 총재가 본 받아야할 모델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DJ다.

DJ는 4수만에 대통령에 당선됐다. DJ는 오랜 야당 생활만을 했고 이 총재의 경우 집권 여당이 본류라는데 차이점이 있지만 대권에 도전하는 것만 봤을 땐 일부분 비슷한 부분이 있다.

DJ의 경우 새정치국민회의라는 당을 만들어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 총재도 한나라당을 탈당해 자유선진당을 창당했다.

DJ는 3번 대권에 도전 한 후 정계은퇴 선언, 이후 정계 복귀를 해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 총재도 현재까지 3번의 대권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16대 대선을 끝으로 정계은퇴를 선언한 것도 DJ와 똑같다. 그렇다면 마지막 4번째 도전이 남았다.

이 총재가 DJ와 똑같은 길을 가란 법은 없다. 하지만 포기하기엔 너무 아깝다. 대권을 노리는 잠룡 가운데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쌍벽을 이루고 있는 사람은 이 총재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이 총재에겐 풀지 못한 숙제가 있다. DJ가 4수 끝에 대권을 거머쥘 수 있었던 것은 확실한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적인 지지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선진당의 경우 충청권 지지만 얻고 있다. 대권을 위해선 지역당을 탈피해 전국정당화를 모색해야하는 것이다.

이 총재가 전국정당을 기치로 내건 이유도 차기 대권을 향한 행보다.

창당을 한 이후 이 총재의 달라진 모습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기존의 귀족 이미지에서 벗어나 격식 없는 행보와 서민을 위한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또한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과 제1야당 민주당을 향한 쓴 소리를 거침없이 내뱉으면서 국민들에게 호감을 얻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2% 부족하다는 게 정치권의 공통된 시각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 총재가 차기 대권을 차지하기 위해 뛰어 넘어야 할 산은 한나라당이다. 이념적인 스펙트럼이 상당부분 겹치기 때문이다. 이 총재 본인만의 전략이 필요한 때이다. 이를 극복한다면 차기 대권에 더욱 가깝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권 도전에 3수한 이 총재가 DJ처럼 4수만에 대권을 거머쥘지 아니면 제2의 JP로 머물지 더 지켜봐야할 대목이다.



인상준 기자 sky0705in@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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