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입수-박연차 리스트 추정 전현직 국회의원 명단 ‘공개’
단독입수-박연차 리스트 추정 전현직 국회의원 명단 ‘공개’
  • 홍준철 기자
  • 입력 2009-03-31 09:46
  • 승인 2009.03.31 09:46
  • 호수 779
  • 2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의도, 검찰발 전현직 국회 의원 25명 명단 ‘횡횡’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지난 3월 12일 저녁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및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된 가운데 서울 서처동 대검찰청에서 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상단왼쪽) · 지난 3월 26일 오후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등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이광재 의원이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구치소로 이송되기 위해 검찰청을 나오고 있다.(상단오른쪽) · 검찰이 밝힌 박연차 후원금 리스트 문건

전현직 국회의원 명단 25명이 담긴 박연차 리스트가 여의도를 강타하고 있다. 본지가 단독입수한 전현직 국회의원 실명이 담긴 25명 리스트 명단중 지난주까지 언론에 공개된 인물은 민주당 이광재, 서갑원 의원과 한나라당 허태열, 권철현 전.현직 의원 등이다. 물론 본인들은 ‘의원직 사퇴’ 등 초강수와 ‘돈을 받은 적 없다’고 극구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검찰 소환은 불가피하지 않겠느냐는 게 여야 공통된 분위기다. 그러나 이 명단에는 민주당 최철국 의원과 한나라당 박진, 권경석 의원 등이 명단에 빠져 있어 향후 수사결과에 따라 문건의 신빙성 여부가 밝혀질 전망이다. 정치권에서는 당초 ‘미풍’으로 끝날 줄 알았던 검찰 수사가 강도 높게 진행되면서 ‘우리 의원이 포함된 게 아니냐’며 촉각을 곤두세웠다. 본지가 입수한 전현직 국회의원 25명의 박연차 리스트가 사실로 판명날 경우 정치권은 헤어날 수 없는 공황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점에서 초긴장된 상황이다.

박연차 리스트는 총 3가지 종류가 회자됐다. 첫 번째는 박연차 회장의 여비서가 작성한 다이어리, 여기에는 박 회장이 언제, 어디서 누구와 식사를 했고 골프를 쳤는지 날짜와 시간이 상세히 나와 있다. 두번째는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박연차 수첩을 근거로 작성한 리스트다. 박 회장 본인이 금품을 건넨 수많은 여야 전현직 국회의원의 적혀 있는 리스트다. 마지막으로 검찰에서 자체 조사를 통해 정리한 리스트다. [표1참조]

본지가 여의도에 돌아다니는 ‘박연차 리스트’로 추정되는 문건에는 ‘2008년말 박 회장이 수첩이 발견됐을 당시 검찰발로 흘러나온 박연차 후원금 리스트’로 명명돼 있다. 작년 11월은 한 전 국세청장이 박 회장 수첩을 근거로 이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한 시점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검찰발 ‘박연차 리스트’의 일부로 추정됐다.

당초 ‘박연차 리스트’에는 정치인을 비롯해 검.경, 법조인, 공무원, 지방자치단체장 등 70여명의 명단이 담겨져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이 문건에는 전현직 국회의원들 실명만 담겨 있다는 점에서 전체 리스트가 아닌 제 3자가 원본을 보고 재정리한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A4 용지 한 장 전현직 국회의원 명단 빼곡

A4용지 한 장으로 된 이 문건 첫 단락에는 박 회장이 사적인 자리에서 후원금 명목보다는 ‘용돈’조로 준 여야 전현직 국회의원 및 친노 인사 18명의 실명이 담겨져 있다. 두 번째 단락에는 최근 박 회장에 대한 수사가 급물살을 타면서 박연차 개인명의로 후원금을 제공한 인사 전현직 의원 5명, 그리고 마지막 단락에 회사 임직원 명의로 후원금을 준 명단으로 16명의 전현직 의원이 나열돼 있다.

말미에는 PK 출신 K, K 전현직 의원 2명의 이름을 적고 ‘이름도 거론되고 있음’이라고 ‘카더라식’으로 끝을 맺었다.

나열된 전현직 국회의원 명단이 총 36명이나 되지만 복수로 적힌 인사들을 제외하면 전현직 국회의원 25명, 원외인사 1명으로 총 26명의 정치권 인사들이 거론돼 있다.

현재 검찰 수사나 언론사를 통해 박 회장으로부터 합법내지 불법으로 금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인사로는 이광재, 서갑원 민주당 국회의원, 허태열, 권철현 한나라당 전현직 국회의원 등 4명이 이 명단에 올라 있었다. 4명의 인사들은 구속됐거나 검찰소환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리스트의 신빙성을 높여줬다.

문건에 나열된 인사들의 정당별 분포도를 보면 열린우리당.민주당 출신 의원들이 20명으로 구정권 인사들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이중 현역 의원이 9명이나 차지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6명으로 적었고 이중 4명이 현역으로 비중은 높았다.

열린.민주당 출신의 17.18 국회의원으로 이광재, 서갑원 의원을 비롯해 수도권 K, L, K. J, L, K, A, Y, M, L, 충북 B, K, 대전, P, 부산 J, 제주 K, K 부산 출신, 그리고 비례 Y, J, K 등 전.현직 의원이 꼼꼼히 적혀 이었다.

반면 PK 지역이 다수인 한나라당 출신 전.현직 의원은 언론에 노출된 권철현, 허태열 전현직 의원을 비롯해 부산·경남 J, K 전 의원, K, S 의원, 경남 K 의원 등이 5명이나 차지해 검찰 수사의 칼날이 어디로 튈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 한나라당 현역 4명중 친박 인사로 구분되는 인사로 3명이나 차지하고 있어 최종 검찰 수사가 친노 진영을 겨냥하고 있지만 친박 인사들 역시 검찰 수사 선상에 올라 있는 게 아니냐는 항간의 의혹과 맞아 들어갔다.


구정권 20명, 한나라당 6명중 친박 3명

당초 ‘박연차 리스트’에는 박 회장이 부산 출신이라는 점에서 PK 지역 정치인들이 다수 일것이라는 예상이 높았다. 그러나 리스트에는 수도권 출신 의원(서울.경기.인천) 9명, PK 출신 의원 7명으로 수도권 출신 의원들 다음으로 차지했다. 이 점은 박 회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 후원자로 구정권 친노 의원들이 몰려 있는 수도권 인사들에게 후원금을 대거 줬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PK 출신 인사들의 경우 부산시당위원장이거나 중진급 의원들이 다수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박 회장이 힘 있는 의원들에게 후원금을 줬다는 점 역시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수도권, PK 지역 다음으로 충북 2명, 제주 2명, 강원 1명, 전남 1명, 대전 1명, 비례대표 출신 3명 등 전국에 걸쳐 후원금을 뿌렸음을 알 수 있었다.

26명의 명단 중 눈에 띄는 점으로는 유일하게 원외인사로 민주당 고위직 인사인 A씨다. A씨는 노무현 게이트, 친노 관련 사건이 터질 때마다 노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다는 점에서 단골처럼 등장해온 인사다.

또한 수도권에 출마한 J 전 의원의 경우 15, 16대 국회의원을 지낸 가장 오래된 정치인으로 눈길을 모았다. 특히 민주당 출신으로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를 근무했고 이후 국회 고위직에 몸담고 있는 M 의원 역시 명단에서 단연 눈에 띄는 인사였다.

그러나 이미 밝혀진 박관용 전 국회의원장, 김원기 전 국회의원장, 김혁규 전 경남도지사, 권경석, 박진, 한나라당 의원과 민주당 최철국 의원은 명단에 있지 않다는 점, 유일하게 정치인이 아닌 원외 인사 A씨에게 ‘박연차 회장 개인명의 후원금 제공자’ 명단에 올라 있다는 점 등은 문건의 자체에 석연치 않은 구석을 남겼다.

나아가 18대 현역 국회의원이지만 문건에는 17대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으로 명명된 점 역시 사실과 다르다는 점에서 누군가 고의로 ‘살생부’를 작성한게 아니냐는 의혹도 일었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가 장기화되고 문건에 언급된 정치인 중 전.현직 국회의원들이 대거 검찰에 출두 하거나 의원직을 상실할 경우 정치권은 ‘춘래출사춘’의 잔인한 4월을 맞이할 공산이 높아 리스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