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X파일] 윤석열 vs 추미애 ‘2차 대전’ 임박
[여의도 X파일] 윤석열 vs 추미애 ‘2차 대전’ 임박
  • 정두현 기자
  • 입력 2021-06-04 21:17
  • 승인 2021.06.05 20:11
  • 호수 1414
  • 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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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정계 진출 ‘카운트다운’...신발 끈 조이는 秋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좌), 윤석열 전 검찰총장(우)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좌), 윤석열 전 검찰총장(우)

- ‘참모진 물색’ 나선 尹, 정계 진출 6~7월 사이 관측 
- 민주당, 조국 사과에 이어 尹 역공으로 국면전환 시도
- 秋 출판기념회 예정...尹 저격으로 대권행보 발판 삼나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검찰총장 직을 사퇴한 이후 지금껏 야당과 보수 지지층의 애를 태웠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공식 행보가 이어지면서, 이르면 이달 말이나 늦어도 7월에는 국민의힘 입당을 통해 정치권에 발을 들일 것이란 관측이 팽배하다. 윤 전 총장과 ‘뜨거운 감자’ 검찰개혁을 두고 지난해 대척점에 섰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대권 행보 공식화 수순에 들어갔다. 지난 2일 민주당 지도부는 조국발(發) 불공정·내로남불에 대한 대국민 사과와 동시에 대대적 ‘윤석열 때리기’로 국면 전환에 나섰다. 추 전 장관도 여당 융단폭격의 전면에 나선 형국이다. 정가에 다시 전운이 드리워 있다.

尹, 참모진 물색 중...정계 데뷔는 6~7월 사이 

야권 유력 대선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권 출마 채비가 막바지로 치닫는 모양새다. 대선 행보 공식화가 머지않았다는 말들이 정가에 파다하게 돌면서, 여야가 들썩이고 있다. 잠행을 이어 온 윤 전 총장이 최근 언론 노출을 의식이라도 한 듯 바깥 나들이가 부쩍 잦아져 대권 출마가 기정사실화된 분위기다. 여기에 정진석·권성동·윤희숙 국민의힘 의원과 연이어 만나는 등 제1야당과 접촉면을 늘려가고 있다는 점도 윤 전 총장 대선 출마설에 힘을 보탠다. 

대선 정국이 본격화됨에 따라 국민의힘 대선 경선 시계도 빨라졌다. 오는 11일 전당대회 본 경선 이후 국민의힘 새 지도부 탄생과 함께 야권 대선 잠룡들도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이에 정계 등판 시기를 가늠하고 있는 윤 전 총장도 조만간 결심을 굳힐 것으로 보여 정치권 시선이 쏠린다.

윤 전 총장과 친분이 있는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본지 취재에서 “윤 전 총장의 정계 데뷔 시점은 우리 당 전당대회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라며 “당대표 성향에 따라 윤 전 총장의 정치 행보 일정 등이 다소 변동될 가능성이 있지만, 이르면 이달 말이나 내달 초 정도에는 여의도로 입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또 이 관계자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7~8명 규모의 참모진을 꾸린다는 계획이다. 수행은 윤곽이 나온 반면, 공보 업무를 담당할 대변인은 여전히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윤 전 총장의 정계 등판을 독촉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지난 4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정치를 시작하려면 국가를 어떻게 경영할 것인가와 같은 큰 이야기를 해야 한다”며 “일상사로 자꾸 언론에 노출되는 것은 별 도움이 안 된다”고 윤 전 총장의 빠른 결단을 주문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뉴시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 [뉴시스]

野 거대 잠룡 운신에 집중포화 쏟는 집권여당

야권 거대 잠룡이 운신을 시작했다는 정가 소식에 민주당은 즉각 윤 전 총장에 대한 총공세에 돌입했다. ‘조국 사태’ 정리와 함께 윤 전 총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갔다.

내로남불에 대해 사과한 민주당은 윤 전 총장을 향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고유 수식어였던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프레임을 역으로 덧씌운 ‘윤로남불’을 전면에 내세워 집중 타격하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비해 윤 전 총장 장모 등에 대한 수사가 상대적으로 미흡했다는 논리다. 

지난 4일 정청래 의원은 자신의 SNS에 윤 전 총장의 얼굴이 들어간 10원짜리 지폐 합성사진을 게시하며 “평생 남에게 10원 한 장 피해를 주지 않고 산 사람이 있을까. 인간이 아무리 아전인수, 망각의 동물이라지만 이런 호언장담은 처음 본다. 거울 앞에서 겸손하자”고 비판했다. 이는 앞서 윤 전 총장 측이 해당 의혹에 “장모가 사기를 당한 적은 있어도 누구한테 10원 한 장 피해 준 적 없다”고 해명한 것에 따져 물은 것이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뉴시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뉴시스]

추미애, ‘尹 저격수’로 대선 등판 채비

민주당의 조직적 반발이 거세짐에 따라 윤 전 총장은 정치인으로 발걸음을 떼기도 전에 검증대에 올랐다. 여기에 지난해 윤 전 총장과 검찰개혁 이슈로 대립각을 세웠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윤석열 대항마’를 자처하고 나선 모양새다. 추 전 장관은 이달 대담집 출간과 함께 여권 대선주자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3일 추 전 장관 측 핵심 관계자는 일요서울과 통화에서 “검찰개혁 및 촛불정부 등장 과정 등을 담은 대담집 출판기념회를 준비 중”이라며 “(추 전 장관이) 대선 출마를 고심 중인데, 출마 여부를 가타부타 말씀드릴 상황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통상 대선 정국에서 잠룡들의 출판기념회는 대권 행보의 시작을 알리는 출정식으로 활용됐던 만큼, 사실상 추 전 장관의 대선 출마가 임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추 전 장관의 대권 도전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민주당 정권 재창출 기수로서 상징성도 있지만 정치권 안팎에선 윤 전 총장의 저격수 역할론에 더욱 무게가 실리는 것도 사실이다.

민주당에선 한때 검찰개혁에 드라이브를 걸며 문 정권의 돌격장 역할을 맡았던 추 전 장관이 윤석열 저격수로 나설 경우 중도층 민심 이탈과 윤 전 총장이 반사이익을 보는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하지만 막상 윤 전 총장의 대권 행보가 가시화되자 ‘잘 드는 칼’인 추 전 장관에 대한 갈증이 포착된다.

민주당 한 2선 의원은 본지와 담화에서 “지난해 ‘추윤 갈등’과는 양상이 완전 다르다”며 “윤 전 총장의 대권 행보가 임박하면서 역으로 검증대에 올랐다. 추윤 2차전이 일어난다면 결과는 판이하게 다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추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 내각 재임 시절 윤 전 총장과 검찰 인사권 문제로 ‘조국 사건’ 담당 재판부 보고서 논란 및 라임자산운용 로비 의혹 사건을 두고 공방을 펼친 바 있다. 윤 전 총장의 직무집행 정지를 위해 추 전 장관은 두 차례에 걸쳐 수사지휘권을 발동, 결국 지휘권을 박탈하면서 윤 전 총장을 검사징계위원회에 회부해 자진 사퇴까지 압박했다.

최근 윤 전 총장 장모 의혹이 도마 위에 오르자 추 전 장관의 행보에는 거침이 없다. 지난 3일 추 전 장관은 윤 전 총장의 장모 변론에 “‘공정과 상식’의 반대인 ‘죽은 양심의 사회’를 원하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또 “윤석열 검찰총장 조직에서 저질러진 일의 공통점은 공소시효를 이용한 사건 은폐, 사건 본질에 대해 흑을 백으로 바꾸는 프레임 만들기, 수사권 없는 인권부서로 배당하는 수법으로 감찰과 수사 방해하기로 요약된다”고 강공을 이어갔다.

아울러 “한마디로 견제 받지 않은 검찰권으로 법기술 전횡의 시대라 할 것”이라며 “특히 측근 가족 사건에서 이런 법기술과 언론을 이용한 현란한 프레임 만들기로 사건의 본질을 감추고 잔가지만 기소한다”고 쏘아붙였다.

추 전 장관의 이런 공격적 행보에는 윤 전 총장 대항마 역할론을 통해 대권 행보에 명분을 주입하겠다는 정치공학적 계산과 앞서 지난해 추윤 갈등에서 빚어진 앙금이 작용했다는 평가가 교차한다.

 

정두현 기자 jdh20841@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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