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전 부총리 [뉴시스]](/news/photo/202106/452560_369976_2250.jpg)
[일요서울ㅣ정재호 기자]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치권의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다. 야권 선두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잠행으로 정치권의 피로감이 커져가고 있는 가운데 그 대안으로 김 전 부총리가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드라마틱한 스토리도 한몫했다. 김 전 부총리는 판자촌에서 자란 상고생 출신으로 고위 관료와 대학총장까지 지낸 입지전적의 인물이다. 그는 최근 사단법인 ‘유쾌한 반란’을 설립해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운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일요서울은 김 전 부총리의 인생 스토리와 그의 지인들의 대화를 통해 그의 정계진출 가능성을 알아봤다.
-김광림 “김동연, 견리사의(見利思義) 하는 인물”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흙수저 출신으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의 인생 스토리는 드라마틱하다. 그런 스토리 때문인지 여·야를 막론하고 김 전 부총리를 정치권에 영입하기 위한 노력이 물밑에서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충청북도 음성 출신으로 11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청계천 무허가 판잣집에 살 정도로 어려운 시절을 보냈다. 김 전 부총리는 홀어머니와 세 동생을 부양하기위해 덕수상고(현 덕수고등학교) 재학시절인 열일곱 살에 한국신탁은행에(현 하나은행) 취직했다. 그는 이후 8년 동안 국제대학교(현 서경대학교) 야간을 다니며 업무를 병행하며 ‘주경야독’했다.
특히 김 전 부총리가 다닌 덕수상고는 숱한 인재를 배출한 ‘명문 상고’로 이름을 떨쳐왔다2007년 교명을 덕수고로 바꿨지만 1910년 공립수하동실업보습학교로 개교한 덕수상고는 100년이 넘는 전통을 가진 학교다. 기자는 김 전 부총리가 상고 재학시절 어떤 학생이었는지 묻기 위해 덕수고 동창회에 문의했지만 답변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 최근 그의 행보가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는 만큼 언급하기 조심스러운 분위기였다.
김 전 부총리는 야간학교를 다니며 은행 합숙소에서 선배가 쓰레기통에 버린 고시 잡지를 보고 관료가 되기로 결심해 스물다섯 살이던 1982년 입법고시와 행정고시에 동시에 합격했다. 그리고 이듬해 경제기획원(현 기획재정부)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김 전 부총리는 엘리트 관료들이 즐비한 경제부처인 경제기획원에서 철저함과 성실함으로 업무 능력을 인정받으며 출세가도를 달렸다. 경제기획원 경제기획국에서 공직을 시작한 그는 옛 기획예산처 산업재정기획단장, 재정정책기획관을 지냈고 이명박 정부에선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국정과제비서관으로 일했다. 2011년에는 기재부 예산실장을 지내며 기획·조정 능력을 갖추고 각종 예산과 정책을 연계해 이슈를 선도했다는 평을 들었다. 2012년 기재부 제2차관, 2013년엔 장관직인 국무조정실장에 올랐다.
그의 업무 성향은 모나지 않고 합리적이며 맡은 일엔 몸을 던지는 외유내강 스타일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부총리가 국무조정실장 재임 당시 백혈병으로 투병하던 장남을 떠나보낸 아픔을 겪었음에도 발인 당일 오후에 바로 출근해 원전비리 종합대책을 직접 발표했을 정도다.
그는 2014년 국무조정실장을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났다. 공직을 떠난 김 전 부총리는 2015년 아주대학교 15대 총장직을 맡았다. 그리고 다시 2017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에 내정됐다. 그는 재임 시절 경제관련 소신발언으로 청와대와 각을 세우다 경질됐다. 그의 경질 소식에 정치권은 들썩였다. 당시 야당인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의 김성태 원내대표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제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공직자로서 마지막 국가에 대한 복무는 다했다”며 입당을 제안했다.
- 4.7재보선 불출마하며 정치 행보 여지 남겨
김 전 부총리는 퇴임 후 정치권에 입문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사단법인 ‘유쾌한 반란’을 설립했다. 그는 이 단체의 설립 목적에 대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계층 이동의 사다리 놓기를 통해서 사회적 이동성을 원활하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부총리의 좌우명도 유쾌한 반란이다. 그가 만든 사단법인 유쾌한 반란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주요사업으로 사회적 이동, 혁신, 소통과 공감을 강조하며 청년들과 함께 하는 행사들을 기획하고 있다.
김 전 부총리는 최근 계층 이동을 위한 자신의 소신도 구체적으로 밝혔다. 지난달 20일 그는 자신의 SNS에 “현금복지가 아니라, 기회복지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며 “기회복지는 더 많은 기회, 더 고른 기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김 전 부총리가 사회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기본소득 논란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취업이 급한 소녀가장 학생과 폐업하는 수제비 식당 주인과의 일화를 소개한 뒤 “어떻게 해야 이런 학생, 청년, 서민들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열심히 노력하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을까”라고 반문하며 “복지만으로 고용이 늘어나고 임금이 올라가며 주거와 교육문제가 해결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특히, 현금복지를 늘린다고 해서 이러한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며 “복지국가의 건설은 우리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방향이다. 그리고 그 핵심은 소득수준이나 복지수혜에 관계없이 현금을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기회복지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혁신창업을 지금보다 두 배 이상 늘리고 인적자본을 확충·강화하는데 재정투입을 늘려야 한다”며 “고졸과 지방대 출신 취업을 대폭 확대하는 동시에, 교육이나 주거에서도 저소득층과 어려운 분들에게 기회가 많이 갈 수 있는 방안들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는 “기회복지는 결국 기회의 양적 확대와 질적 개선이다. 이것은 우리 경제 사회의 틀과 제도, 의식의 총체적인 변화를 필요로 한다. 새 판을 짜는 경장(更張)”이라며 “특히 우리 사회의 핵심가치가 각자도생에서 상생과 연대로 바뀔 때 실현될 수 있다. 그래야 힘든 처지의 학생, 청년, 자영업자, 수많은 흙수저들도 열심히 노력하면 행복해질 수 있는 기회공화국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의 러브콜을 몇 번이나 거절한 그였지만 정치·사회적으로 가장 논란이 되는 이슈인 기본소득에 대한 입장에 대해선 분명한 소신을 밝히며 정치 행보에 대한 여지를 남겼다.
기획재정부에서 김 전 부총리와 지근거리에서 일한 한 인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그의 정계진출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익명을 요청한 이 인사는 ‘김동연 전 부총리가 제2의 반기문·고건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전혀 그렇지 않다”며 “김 전 부총리의 권력의지는 충만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고건·반기문은 전형적 관료출신이지만 김 전 부총리는 관료 생활을 오랫동안 했음에도 전혀 관료적이지 않은 인사”라며 오히려 “관료적 행태를 매우 싫어하는 타입”이라고 했다. 오히려 그는 “(김 전 부총리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오히려 관료적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 전 부총리 근황과 관련해 그는 “덕수상고 출신들이 정기모임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김 전 부총리가 이 모임을 직접 챙긴다”며 “그 모임에는 정재계 유력 인사들이 다수 참여하고 있고 김 전 부총리는 ‘유쾌한 반란’재단 활동에도 열의를 쏟고 있다”고 전했다.
본지의 취재에 의하면 김 전 부총리는 덕수상고 동창회 모임과 사단법인 ‘유쾌한 반란’활동을 중심으로 대외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런 일련의 활동이 그의 정계입문과 관련 있을까?
- 영화 ‘광해’ 언급한 김동연 “지도자는 최소 비전, 실력 갖춰야”
김 전 부총리는 정치 입문을 권유받을 때마다 “여전히 부족함을 느낀다”며 고사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 1월 SNS에 지난 4.7재보선 출마 거절 의사를 밝히며 “이제는 우리 정치에 이기기 위한 ‘경쟁’이 아니라 새로운 판을 짜는 ‘경장(更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그동안 정치를 바꾸기 위한 제도개혁 방안은 많이 제시됐다”며 “그러나 지금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우리가 직면한 문제가 상대방 탓이 아니라 내 탓이고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는 생각, 그리고 변화를 위한 실천”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많은 시민들이 정치와 정책의 수동적 소비자가 아니라 적극 참여하는 생산자로 나서야 한다”며 “동시에 사회 각 분야에서 유능하고 헌신적인 분들이 힘을 합쳐 미래비전을 제시하고 뛰어난 우리 국민의 역량을 모을 리더십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김 전 부총리는 “여러모로 부족한 제게 과분한 제안과 요청을 해주시고 또 여러분께서 많은 관심을 보여주신 데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앞으로도 ‘사회변화의 기여’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해 나겠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을 살펴보면 당장 재보선 출마는 거절했지만 추후 정계 입문에 대한 여지를 남긴 것이다. 지난 1일 익명을 요구한 야권의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만남에서 “김 전 부총리가 그동안 정계입문을 고사해 온 것은 총선이나 지선이 아닌 대권을 고려했기 때문”이라며 “최근 그가 대권에 출마하기 위한 채비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김 전 부총리의 국가 지도자 덕목에 대한 강연도 그의 대선 출마설과 함께 주목받고 있다. 그는 지난해 ‘광해 왕이 된 남자’를 소개하며 는 “지도자에겐 최소한 2가지가 있어야 한다. 첫째는 비전이고, 둘째는 실력”이라며 “통영에서 출항하는 배가 어디로 향할 지를 미리 정하는 건 비전이고, 그 곳까지 가장 안전하고 빠르게 갈 수 있도록 하는 건 실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우리 사회가 더 발전하려면 사회적 타협이 이뤄져야 하는데, 그러자면 지도층과 기득권, 엘리트부터 자신을 내려놓고 반성하면서 비전과 실력을 갖춰야 한다”며 “먼저 반성하고 희생하지 않으면 사회적 타협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연 전 부총리의 행정고시 12년 선배인 김광림 전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3일 통화에서 ‘김 전 부총리의 정계진출 가능성’에 대한 본지의 질문에 “김 전 부총리와 선후배로 만나기는 하지만 정치와 관련된 이야기는 언급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김 전 의원은 ‘김 전 부총리의 인물됨“에 대한 본지의 질문에는 “그동안 봐왔던 김 전 부총리는 견리사의(見利思義) 하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김 전 부총리에 대해 좀 더 알아보기 위해 본지는 그와 가깝다고 알려진 인사와 그가 이사장으로 재직 중인 재단에 문의했지만 하나같이 답변이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특히 그의 정치행보에 대한 발언은 언급조차 하기 꺼려했다. 모두 김 전 부총리의 행보에 자신들의 발언이 피해를 줄까 조심스러워 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공직에서 물러난 이후 강연과 재단을 통한 사회활동을 하며 자신의 소신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3일 한 언론을 통해 김 전 부총리의 책이 이달 중순 출간될 것으로 확인됐다. 그가 책 출간을 계기로 본격적인 정치행보를 나설지 그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정재호 기자 sunseoul@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