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종형 교수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며칠 전 회고록을 펴냈다. 책 제목이 예사롭지 않다. 『조국의 시간 : 아픔과 진실 말하지 못한 생각』이다. 조국이 기지개를 펴자 여기저기 갑론을박이 시작됐고, 이에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2019년 ‘조국사태’에 대해 사과를 하면서 여론을 진정시키려 했다. 그러나 그 사과 한 시간 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은 자신의 회고록이 공식출간 하루만에 10만부 판매를 돌파했다며 SNS를 통해 자축했다.
굳이 책을 사서 읽어보지 않아도 주요 내용을 언론이 자세히 보도하고 있어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회고록 내용은 개략적으로 알 수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서는 “현직에 있을 때부터 수구 진영의 대권후보였다”라든지, “문재인 정부를 곧 죽을 권력이라 판단하고 자신이 지휘하는 고강도 ‘표적수사’를 통해 압박해 들어갔다”며, 베스트셀러가 되기 위해 필요한 내용을 차곡차곡 채워나갔다.
회고록 서문에 쓴 “가족의 피에 펜을 찍어 써 내려가는 심정이었다. 그러나 꾹 참고 써야 했다”는 표현은 한마디로 압권이다. 글 좀 쓸 줄 아는 사람에게만 주어진 특별한 능력이다. 마지막에는 “법학자로서, 전직 법무부장관으로서 기소된 혐의에 대해 최종 판결이 나면 승복할 것”이라며 ‘법꾸라지’답게 마무리했다. 어쨌든 제법 큰 액수의 인세를 벌어들였을 것이니 재판비용은 빠듯하지 않을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대권후보 반열에 올려놓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드러내놓고 대권행보를 시작했다. 외가가 있는 강릉에 와서는 ‘감자옹심이’ 일일홍보대사로 강원민심을 요동치게 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 22억 9천만 원을 편취한 혐의로 기소된 자신의 장모 최모(74) 씨에 대한 재판이 시작되자, “장모는 누구한테 10원 한 장 피해 줄 사람이 아니다”며, 검찰후배들에게 수사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고,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 하고 있다. 이 또한 전형적인 ‘법꾸라지’ 행태다.
이러한 정면 돌파 행태 때문인지는 몰라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차기대선후보 지지도는 더욱 견고해지고 있다. 보수진영을 대표하는 대선후보로 자리매김했고, 진보진영 이재명 경기지사와의 일대일 대결에서도 대부분 승리하는 여론조사가 나오고 있다. 단순한 호감이나 지지가 아닌 일종의 팬덤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진보진영의 대선주자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에게도 가족문제가 발목을 잡을 여지가 있다. 또한 관종형 여배우와의 스캔들문제도 예사롭게 넘길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당사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대수롭지 않은듯하다. 이미 형성된 팬덤은 끝까지 간다는 역사적 사실이 자신감의 원천이다. 그리고 법적으로 문제가 될 소지가 없다는 확신도 한 몫 하는 것 같다. 이재명 경기지사 또한 법을 아는 ‘법꾸라지’인 것이다.
돌이켜보면 지난 2007년 대통령선거에서 이명박 후보는 두 자릿수의 전과(前科)에 여러 가지 의혹들이 차고도 넘쳐났지만, 이미 형성된 팬덤의 힘과 무기력한 상대후보, 정치적 공방으로 선악의 구별이 불필요해진 정쟁판에서 ‘법꾸라지’처럼 피해 다니다 목표에 골인했다. 윤석열도 이재명도 당시의 이명박 후보보다는 자신들이 훨씬 깨끗하고 건전한 후보라고 자임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 국민들은 어떤가? 다가오는 대통령선거가 거짓과 거짓의 대결, 위선과 위선의 대결이 된다면 지난 30여 년 동안 민주주의를 꽃피워온 우리 국민들은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 차선, 차악을 선택하라 강요하기 전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최선의 후보들을 내놓을 준비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참이 거짓을 이기고, 선이 위선을 이기기 때문이다.
편집위원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