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청사. [뉴시스]](/news/photo/202106/452540_369952_3015.jpg)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최근 입법예고된 ‘국적법 개정안’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국적법 개정안 입법을 반대한다는 취지의 청와대 국민청원은 31만7000여 명이 동의를 했고, 법 개정을 추진하던 법무부의 해명에도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일요서울은 국적법 개정안 논란을 자세히 짚어봤다.
야권도 한목소리로 비판···안철수 “정부의 무모하고 의심스러운 시도”
논란은 지난 4월26일 법무부가 국적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밝히면서 시작됐다. 국적법 개정안은 국내 외국인 영주권자의 미성년 자녀들이 간단한 신고로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이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6세 이하 자녀는 별도 요건 없이 신고만 하면 국적 취득이 가능해진다. 7세 이상인 자녀는 국내에서 5년 이상 체류한 경우에 한해 신고할 수 있다.
다만 모든 영주권자 자녀가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2~3대에 걸쳐 국내에서 출생하거나 재외동포처럼 우리와 혈통적‧역사적으로 ‘유대 관계가 깊은’ 영주권자가 우선 대상이다. 구체적 범위는 대통령령으로 정해진다.
기존에는 영주권자의 자녀가 국내에서 정규 교육 과정을 이수했더라도, 부모가 한국 국적이 아니라면 성년이 된 후 귀화 허가를 받아야만 국적 취득이 가능했다.
법무부는 정책 대상자가 3900여 명 수준이며, 매년 약 600~700명이 추가 대상자가 될 것으로 추산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31만7000여 명 동의
수혜 대상자 대부분이 중국인이라는 사실이 부각‧공유되면서 반대 여론이 거세졌다. 특정 출신 국가에 특혜를 준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기준 대상자는 총 3930명인데, 이 중 3725명(94.8%)가 중국 국적 조선족 동포와 화교 자녀들이다.
지난 4월28일 올라온 ‘국적법 개정안 입법을 결사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은 31만7000여 명의 동의를 얻고 마감됐다.
앞서 법무부는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미래 인적자원을 확보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에 청원인은 “국적법 개정을 통해 저출산 고령화를 해결한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사고에 불과하다”면서 “모두가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지 매년 700명이 넘는 외국인들에게 국적을 부여해 한국인으로 만들겠다니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영주권 주 대상인 화교 포함, 많은 외국인이 사회에서 얼마나 많은 권리를 갖는지 안다”며 “그들은 자국민들보다 더 쉽게 부동산을 구입하고 지방선거에 참여하며 각종 혜택까지 누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은 국적법 개정안의 ‘전면 철회’를 요구하며 절대적인 반대를 표한다”며 “국가는 국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영주권자들에게 손쉽게, 함부로 우리 국적을 부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진화 나선 법무부
“접수 의견 고려할 것”
반대 여론이 거세게 일자 법무부는 진화에 나섰다. 법무부는 구체적으로 “이 제도(국적법 개정안)는 대상 국가를 구분하지 않고, 국가 정책적으로 어떤 대상자들이 국익에 도움 되고 사회통합에 용이할 것인가를 고려해 요건을 정했다”며 “역사‧지리적 요인으로 인해 특정국 출신 외국인의 비중이 많으나, 추후 영주자로 진입하는 국가가 다양해지면 특정 국가에 대한 집중현상은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또 법무부는 외국인이 쉽게 국적을 취득한 뒤 건강보험 등의 혜택을 누리면서 국민 부담이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에 “국적을 취득함과 동시에 국민으로서의 의무도 동일하게 부담하게 된다”며 “다른 국민과 동일하게 병역의 의무도 부담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법무부의 해명에도 비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거센 상황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의 무모하고 의심스러운 국적법 개정 시도를 철회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며 “국적법이 개정된다면, 문재인 정권은 한중관계를 갑신정변 직후의 예속관계로 되돌린 굴욕적인 ‘중국 사대 정권’이라는 역사의 평가와 비판을 결코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힐난했다.
안 대표는 지난달 2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국적법 개정을 통해 중국인에게 특혜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도 국적법 개정안에 대해 한목소리로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조경태 후보는 최근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자 첫 TV토론회가 열린 MBC ‘백분토론’에서 “국적법 개정안은 (정부가) 중국을 의식한 법안 개정이라 생각한다. 강력하게 반대한다”며 각 후보자들에게 국적법 개정안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 물었다.
나경원 후보는 “현실적으로 보면 인권 차원에서 상당히 필요한 부분이 있는데 이것을 확 열었을 때 부작용이 굉장히 큰 것으로 안다”며 “그래서 국적법 개정안을 시간을 가지고 다시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석 후보는 “이민은 기술이민이나 투자이민 등 특수한 목적을 제외하고 엄격히 관리돼야 한다”며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귀화 제도 이상으로 간소한 제도를 운영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주호영 후보도 “국적 부여는 대단히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향후 우리나라 인구 구조를 변경시킬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신중하고 소극적으로 다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여론의 반대가 거센 이유가 “국민들은 개정안 수혜자가 대부분 중국인이라는 점에 초점을 두고, 분노하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즉 정부가 저출산 및 기형적 인구구조 등의 대책으로 내놓은 정책이며 해명에도 불구, 국민들은 ‘중국인 특혜’라는 점에 분노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반중 흐름도 거세지고 있는 모양새다.
한편 법무부는 입법예고 기간 중 접수된 의견을 종합적으로 고려, 법률개정안 최종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조택영 기자 cty@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