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앞둔 선수촌] 5년 피땀흘렸는데....‘보이콧’?, 술렁이는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도쿄올림픽 앞둔 선수촌] 5년 피땀흘렸는데....‘보이콧’?, 술렁이는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 조택영 기자
  • 입력 2021-06-04 18:14
  • 승인 2021.06.04 19:04
  • 호수 1414
  • 1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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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체조 국가대표팀 “선수들의 꿈이 정쟁으로 좌초되지 않았으면”
지난해 12월1일 도쿄의 오다이바 해상에 떠 있는 오륜 마크 모습. [뉴시스]
지난해 12월1일 도쿄의 오다이바 해상에 떠 있는 오륜 마크 모습.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오는 7월 개막 예정인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한일 관계가 하루가 멀다 하고 시끄러운 형국이다. 독도 문제는 한일 간 쟁점으로 떠올랐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은 지난 2일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는 역사적 사실에 비춰 보거나 국제법상으로 명백한 일본 고유 영토”라고 주장했다. 한국 여권 대선 주자들은 ‘올림픽 보이콧’ 카드까지 꺼내든 상태다. 문제는 이런 논란의 피해를 오롯이 올림픽에 출전하게 될 선수들이 떠안게 된다는 점이다.

-일 쟁점으로 떠오른 독도 문제···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목소리를 듣다

현재 논란은 점입가경이다. 앞서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는 성화 봉송 코스를 소개하는 일본 지도에 독도를 일본 영토로 표기해 논란을 빚었다. 외교부는 지난달 24일 주한 일본대사관 측에 공식적으로 항의, 즉각적인 시정을 요구했다. 대한체육회도 시정을 요구하는 서한을 일본 올림픽위원회에 보냈다.

그러나 일본 측은 “한국 측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독도에 대한 일본 정부의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지난 2일 일본 정부 대변인인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은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는 역사적 사실에 비춰 보거나 국제법상으로 명백한 일본 고유 영토”라고 못을 박았다.

이어 한국 측이 제기한 도쿄올림픽 홈페이지 지도상 독도 표기와 관련해 “객관적 표기를 한 것이라고 조직위가 설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올림픽 헌장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역할과 사명으로서 스포츠 선수를 정치적‧상업적으로 부적절하게 이용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조항이 있다며 올림픽 헌장을 거론하기도 했다.

이는 한국의 대권주자들이 독도 문제를 들면서 올림픽 보이콧 카드 등을 거론하고, 한국 정부와 대한체육회가 IOC에 중재를 요청한 것을 견제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이런 논란의 중심에 도쿄올림픽 출전을 앞두는 선수들이 있다는 점이다. 논란의 피해는 오롯이 선수들이 떠안게 됐다.

대한체육회의 한 관계자는 일요서울에 “선수들은 평생 올림픽만 바라보면서 운동을 하지 않나. (논란이 거세지만) ‘올림픽이 다가와서 너무 좋다’, ‘빨리 경기를 뛰고 싶다’, ‘떨린다’고 말하는 선수가 대부분”이라며 “그런 선수들을 두고 올림픽 보이콧을 거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물론 국민들의 마음은 적극 공감하지만 우리는 선수들이 우선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겸 IOC 위원도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선수들이 열심히 훈련하고 있고 이런 문제들은 저희가 해소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말씀드린다”며 “정치하고 스포츠는 다른 분야니까 그렇게 양해를 해 주시면 좋겠다”고 밝혔다.

즉, 대한체육회 측은 국민의 염려를 해소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선수들을 위해 적극 행동을 실행하는 것보다는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태극전사들은 지난 5년 동안 험난한 시간을 보냈다. 도쿄올림픽이 예정보다 1년이 연기됐고, 그 사이에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전 세계가 혼돈에 빠졌다. 여전히 도쿄올림픽을 둘러싼 분위기가 어수선한 상태지만, 선수들은 묵묵히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 마음들 다 잡고 5년간 바라본 무대를 위해 막바지 준비에 한창이다. 도쿄올림픽이 50일도 남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일요서울은 대한민국 체조 국가대표팀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다음은 남자 기계체조와 여자 기계체조 국가대표팀의 목소리를 담은 내용이다.

‘여홍철 딸’ 여서정 선수. [뉴시스]
‘여홍철 딸’ 여서정 선수. [뉴시스]

- 그동안 어떻게 준비해 왔는가.

남자 기계체조 대표팀(이하 남자) = 2019년 세계대회에서 단체 출전권을 획득하고, 2020년 2월 호주 종목별 월드컵, 3월 바쿠 종목별 월드컵에서 신재환 선수가 도마(종목) 1위를 차지했다. 출전권 획득 대회를 준비하면서 훈련에 몰두하고 있었으나 갑작스런 코로나19 사태로 올림픽이 1년 연기되면서 선수들이 혼란을 많이 겪었다. 2020년 3월 퇴촌해 11월까지 비대면 훈련을 실시했고 11월 선수촌에 입촌, 지금까지 올림픽에만 집중해 최선을 다해 훈련을 하고 있다.

여자 기계체조 대표팀(이하 여자) = 올림픽을 위해 선수들은 몇 년씩 훈련하며 꾸준히 준비한다. 최소 3~4년 전부터 기술을 습득하고 자신의 올림픽 연기를 갈고 닦아 국제 경험을 축적, 각국의 선수 또는 국내 선수들과 치열한 예선전의 경쟁을 통해 올림픽 선수의 기회를 잡는 것이다. 여자 기계체조 여서정, 이윤서 2명의 선수도 이런 과정에 매일매일 6~7시간씩 힘든 훈련을 견디며 올림픽이라는 꿈을 위해 오늘에 이르렀다.

- 내부 분위기는 어떠한가.

남자 = 선수와 지도자들 역시 우선 올림픽 대회를 한다는 가정하에 매일같이 최선을 다해 훈련에 임하고 있다. 언론에서 보이콧이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가슴을 추스르며 다음 훈련에 방해가 되지 않게 서로 내색은 하지 않고 있다.

여자 = 올림픽 개최가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열심히 자신의 목표를 가지고 훈련에 임하고 있다.

- 오랫동안 준비해 왔다. 코로나19 이전과 이후의 분위기가 많이 다를 것 같은데.

남자 = 확실히 다르다. 코로나19 이후로 선수촌 내 외출‧외박이 부분적으로 제한되면서 선수들이 정신적‧신체적 컨디션 관리에 굉장히 힘들어 했고, 국내대회가 취소되고 국제대회에 참가하지 못하면서 실질적인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자 =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는 분위기나 훈련 면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 특히 외출‧외박이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선수들의 정신적인 인내심과 극복이 (이전과) 차이가 나고, 훈련 강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 올림픽 보이콧 주장에 대한 염려도 큰 상태인 것 같은데.

남자 = 한‧일 관계와 국민정서도 충분히 이해하지만 정치적인 요인이 올림픽 참가 여부에 포함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여자 = 코로나19 때문에 걱정을 많이 하고 있는데, 온몸에 찬물을 끼얹은 기분이다. 일본이 독도 문제로 억지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물론 독도는 우리 대한민국 영토이며 우리 땅이다. 일본이 원인 제공을 한 것으로 국제올림픽위원회가 중재하는 것이 마땅하다. 양국의 정치인들이 문제를 잘 해결하길 바랄 뿐이며, 보이콧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본다.

한‧일 간의 이런 문제들이 이번만이 아닌 만큼, 우리 정치인들도 올림픽을 보이콧해야 한다고 쉽게 말만 던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강력하게 하려면 많은 국민들과 선수들이 공감할 수 있는 본보기를 보여 주면서 결정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독도 문제로 인해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 선수들이 정치적인 문제와 결부되지 않으면 좋겠다. 많은 땀을 흘리며 훈련한 선수들의 꿈이 양국의 정쟁으로 인해 좌초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편 도쿄올림픽 대한민국 선수단장인 장인화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은 올림픽 참가를 앞두고 일요서울에 “과거를 돌이켜 보면 나라가 어려웠을 때 항상 스포츠 영웅들이 우리에게 힘과 용기를 불어넣어 줬다”면서 “현재 많은 국민들이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이번 올림픽을 통해 우리의 스포츠 영웅들이 흘린 땀방울이 소중한 결실로 맺어져 국민들에게 감동과 어려움을 극복해 내는 영감을 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아울러 “코로나19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최고 수준의 훈련량을 소화한 대한민국 선수단이 선전을 펼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국민들의 적극적인 응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택영 기자 cty@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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