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윤사랑 기자] 2022년 3월 치러지는 20대 대통령 선거가 9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들도 속속 출마 선언을 하고 링 위로 올라오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강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반전을 시도하고 있다. 이광재·박용진 의원과 양승조 충남지사, 최문순 강원도지사 등 군소후보들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런데 대선 경선을 앞두고 있는 민주당의 분위기가 2017년과는 사뭇 다르다. 2017년 대선에서는 ‘문재인 대세론’이 형성됐지만 2022년 대선을 앞두고는 특정 주자 대세론이 형성되지 못하면서 대선주자들간 혈투가 예고된다. 민주당이 2017년 대선처럼 순조롭게 대선 경선을 치를 수 있을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 2017년 “이변은 없다” 전망 속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 레일 깔려
- 2022년 대선 앞두고 ‘이재명 불안한 1강’으로 전방위적 ‘흔들기’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은 누구의 승리로 끝이 날까. 현재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양강 구도를 형성하며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여당 후보들 사이에서도 이재명 지사가 1강을 굳힌 상황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서 ‘이재명 대세론이 형성됐다’고 얘기하는 사람은 없다.
2017년 문재인 대세론으로 ‘대통령 만들기’ 속전속결
이 때문에 대선을 앞두고 펼쳐지고 있는 민주당 상황이 2017년 대선 때와 비교되고 있다. 2017년 대선은 국정농단 사태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민주당에 상당히 유리한 상황에서 치러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가 탄핵 심판 청구에 관해 재판관 8인 전원일치로 인용 결정을 내리면서 파면됐다. 이로 인해 19대 대선은 평소처럼 12월에 치러지지 않고 5월로 당겨졌다. 비상 상황에서 대통령을 선출하게 되면서 2012년 대선에 이어 두 번째로 대선에 출마한 재수생 문재인 대통령은 유리한 고지를 점한 상태에서 대선 경선 레이스를 치렀다.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기도 전에 정치권 안팎에선 ‘이미 대통령은 문재인 아니냐’는 말까지 돌았다.
친문 세력이 장악한 민주당도 문재인 대통령을 완벽하게 뒷받침했다. 당시 당 내에 있던 비문 세력은 2016년 4월 치러진 20대 총선을 앞두고 대부분 민주당을 탈당해 안철수 대표가 주축이 된 국민의당에 합류했다. 국민의당은 안철수 대표를 대선후보로 선출해 독자적으로 대선을 치렀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대립각을 세우던 비문 세력이 모두 민주당을 탈당하면서 친문 세력이 완벽하게 당을 장악한 것이다. 문 대통령도 당 대표 시절 20대 총선을 앞두고 인재 영입을 주도하며 ‘더벤저스’(더불어민주당+어벤저스)를 구축해 친문 체제를 완비했다.
당시 친노·친문의 좌장인 이해찬 전 대표가 막후에서 대선판을 교통 정리했고, 당시 지도부도 추미애 대표를 중심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찰떡 궁합’을 자랑하며 호흡을 맞췄다. 경선 기획단 출범과 경선 룰 문제도 일사천리로 정리됐다.
또 일찌감치 ‘문재인 대세론’이 형성되면서 정세균 전 총리, 박원순 전 서울시장, 그리고 김부겸 현 총리 등도 대선 출마를 포기했다. 다음 대선을 노린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이재명 현 경기도지사, 최성 전 고양시장이 사실상 들러리를 서며 경선 레이스를 가동시켰다.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 시스템이 착착 가동되면서 민주당 경선에서 이변은 일어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4월 3일 당시 결선투표 없이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 문 대통령은 당시 세 차례의 지역 경선에서 줄곧 선두를 지켰고 마지막 경선이자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에서도 승리하면서 누적 득표율 57%로 민주당의 대선 후보 자리에 올렸다. 결선투표를 노리던 안희정 전 지사와 이재명 지사는 각각 20%대 득표에 그쳤다.

이재명 ‘대세론’ 구축 실패 1+10룡시대 오나?
그러나 2022년 대선을 앞둔 2021년의 풍경은 2017년과는 다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여당 주자들 가운데 1강을 형성하고도 ‘대세론’을 구축하지 못하면서 민주당은 이 지사만을 위해 움직이지 않고 있다. 이 지사의 최대 약점은 민주당의 최대 주주인 친문 주류의 비토가 강하다는 점이다. 여기에 대선주자 지지율까지 20%대 박스권에 갇히면서 대세론이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 지사는 지난 2017년 대선 경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거세게 몰아붙이면서 친문 지지층의 눈 밖에 났다. 이후 2018년 경기도지사 경선에서도 친문 핵심인 전해철 의원과 맞붙으면서 친문 세력과 극심한 갈등을 겪은 바 있다. 이 때문에 ‘친문 세력과의 화해’는 이 지사의 최대 과제였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의 정치보복설’까지 끊이지 않으면서 이 지사를 더욱 난감하게 만들고 있다.
무소속 홍준표 의원은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문재인 대통령이 요즘 잠이 안 올 것”이라며 “이 지사가 (대통령이) 되면 내가 죽는다는 생각은 늘 할 것이다. 지금은 언론이나 많은 사람들이 (여권 대선주자로) 이 지사를 꼽고 있지만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이 지사에게 주기 싫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이재명계 이규민 민주당 의원이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지사를 이간질하는 것은 조폭의 논리”라며 “(홍 의원이) 자기 뇌피셜을 방송에 나와 떠드는 것도 그렇고, 그 진단이란 게 너무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난다”고 비판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지사의 지지율은 2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3일 실시한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에서 이재명 지사(24%), 윤석열 전 검찰총장(21%)이 선두를 지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뒤이어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5%), 이준석 전 최고위원(3%),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2%), 정세균 전 총리, 무소속 홍준표 의원(이상 1%) 순으로 집계됐다.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민주당 한 대선주자 측 관계자는 4일 “이재명 지사의 지지율이 30~40% 정도 나오면 모르겠지만 20%대에 불과한데 대세론을 형성했다고 볼 수 있나”라고 각을 세웠다.
이 지사가 ‘불안한 1강’을 유지하면서 이 지사와 함께 ‘빅3’로 불리우는 이낙연 대표, 정세균 전 총리 등은 이재명 지사의 ‘기본소득’을 비판하며 반전을 시도하고 있다. 동시에 이들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회고록 출간을 옹호하며 ‘친조국’ 메시지로 친문 지지층 공략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이재명 지사가 대세론을 형성하지 못하면서 대선 판도 점점 커지고 있다. ‘빅3’ 뿐만 아니라 이광재·김두관·박용진 의원, 양승조 충남지사, 최문순 강원도지사도 대선 레이스에 뛰어든 상황이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이인영 통일부 장관까지 등판하게 되면 대선주자 ‘11룡 시대’가 현실화 되는 것이다.

지도부는 ‘친문’ 눈치보기… ‘경선 연기론’에 힘싣나
이런 상황에서 비주류인 송영길 대표는 친문의 눈치를 살피는 모양새다. 민주당 지도부가 대선 경선 기획단 발족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사실상 경선 연기론에 힘을 싣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송 대표는 지난 4일 ‘민심경청 프로젝트 대국민 보고회’에서 기자들이 경선 연기론에 대한 입장을 묻자 “경선 일정은 당헌당규에 나와있다”고 밝히면서도 “대선기획단은 6월 중순경 발족시킬 예정으로 그걸 통해 여러 가지 의견을 수렴하도록 하겠다”라며 여지를 남겼다.
‘대선 6개월 전 후보 선출’ 일정을 역산해보면 오는 21일께 후보 등록을 해야 하는데 중순에 대선기획단을 발족해서 의견 수렴을 거치겠다는 것은 사실상 경선을 연기하겠다는 뜻을 내포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권리당원들은 경선 연기를 주장하고 나섰다. 이들은 4일 기자회견문을 통해 “경선흥행과 자강이 필요하다”면서 “9월로 예정된 대선 경선 일정을 이대로 강행한다면 지난 전당대회와 같이 우리만의 잔치로 끝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경선 연기론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대선 후보들 중에서는 이광재·김두관·박용진 의원, 최문순 강원지사가 경선 연기에 찬성하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 초선 의원 모임(더민초)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고영인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몇몇 초선 의원들이 저한테 대선 경선 연기를 논의하자고 제안한 건 사실”이라면서 “그것을 공식 테이블에 올릴지 말지는 한번 논의해보는 단계”라고 밝혔다.
윤사랑 기자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