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영업실적 선방에도 웃지 못하는 사연
대우건설 영업실적 선방에도 웃지 못하는 사연
  • 이범희 기자
  • 입력 2021-06-04 10:34
  • 승인 2021.06.07 05:33
  • 호수 1414
  • 35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매각 앞두고 분식회계 의혹...인수 적신호 켜지나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최근 각자 대표체제로 내부 조직을 정비하고 매각 시장에서도 청신호가 켜졌던 대우건설이 한 경제시민단체 주장에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그것도 회사의 몸집을 불리기 위한 꼼수로 비치면서 매각 작업에 찬 물을 끼얹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마저 나온다.

업계는 이번 의혹에 대해 이목을 집중하며 사실관계 파악에 나서는 눈치다. 자칫 매각 대어가 피라미로 추락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분식회계추방연대 "이익 부풀리기 위해 분식회계 했다" 주장
사측 "사실이 아냐. 꼼꼼하게 감시받고 있어 할 수도 없다" 해명


대우건설 분식회계 논란을 살펴보기에 앞서 아시아나항공과 현대산업개발의 인수합병 시작이 주목된다. 결과적으로 인수합병이 무산됐지만 그 과정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업계에 퍼져 있기 때문이다.

끝까지 인수 의사를 드러냈던 현대산업개발은 실사 과정에서 아시아나가 공개하지 않은 부채 등을 알게 됐고 이를 두고 양측이 대립각을 세우다 결국엔 무산됐다. 

따라서 업계도 자칫 대우건설에 불거진 이번 분식회계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아시아나 사례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재고 자산 급증...숨은 의도 있다 주장 나와  

김영태 분식회계추방연대는 최근 대우건설의 지난해 영업실적에서 선방한 것은 매출 채권과 미청구 공사 금액이 줄지 않은 반면 재고 자산이 급증한 데서 가능했다는 분석을 한다. 

연대가 분석한 ‘대우건설 2020년 결산, 적정성 의혹’ 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지난해 호실적을 기록했다. 2년 전만 하더라도 대우건설은 숨은 부실이 많아 매각이 순탄치 않았는데 지난해 대우건설은 회계상으로는 많은 이익을 내 부실을 대폭 줄이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대우건설의 지난해 매출액은 2018년에 비해 20% 정도 줄었으나 순이익은 2018년과 비슷한 2826억 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매출채권 등을 살펴보면 의무부호가 그려진다는 게 연대의 주장이다. 
대우건설의 지난해 매출 및 기타채권과 미청구공사 금액은 겨우 1000억 원(5%) 정도 감소하는데 그쳤다. GS건설이 4000억 원(10%), 현대건설이 5000억 원(9%) 감소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들 3개 건설사의 지난해 매출액과 매출채권 등을 비교하면 대우건설은 25%로 GS건설 20%, 현대건설 23% 보다 높다. 그만큼 매출채권이나 미청구공사 금액 등이 줄지 않은 것이다.

더욱 이상한 대목은 재고자산이 급증한 점이다. 대우건설의 지난해 재고 자산은 직전년보다 6000억 원(80%)이나 크게 늘었다. 지난해 현대건설의 경우 재고자산이 오히려 35%나 감소한 것과는 너무 다르다.

김 대표는 “분식회계를 점검하는 측면에서는 대우건설의 2020년 비상식적인 영업이익이나 당기순이익 숫자와 비정상적으로 증가한 재고자산 증가액 6천억원을 의심스럽게 주시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대우건설이 토지를 구입해 이를 사업용으로 사용하지 않고 있으면 몰라도 재고자산이 갑자기 6천억원이나 증가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설령 토지 구입 후 사용하지 않고 있다가 대우건설이 해당 공사를 시작해 진행 기준 회계처리가 적용되면 해당 토지는 더이상 재고자산이 아니라 반드시 공사원가에 포함돼야 한다고 그는 밝혔다.

대부분의 아파트 공사의 토지 매입은 건설업체가 하지 않기 때문에 재고 자산으로 수천억 원의 재고 자산을 보유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김 대표는 만약 대우건설이 최근의 지가 상승을 이용해 사업용이 아닌 비업무용 부동산을 매입한 것이라면 부동산 투기가 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금융감독기관은 대우건설의 재고자산 증가 내역을 신속하게 파악해 분식회계 여부를 판단하고 공지하기 바란다”라고 김 대표는 강조했다.

연대 주장은 일반화의 오류일 뿐, 잘못된 주장 

대우건설은 즉각 반박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일요서울에 "사실무근"임을 재차 강조하며 "(연대의 주장은) 일반화 시킨 것일 뿐 잘못된 주장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대우건설은) 지난해 토지기본 자산이 증가했다. 자체사업을 늘리기 위해 토지를 많이 구입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3000억 원 상당의 부산범일동, 수원망포지구, 영주 역세군 등 4군데 대형 사업을 위해 구입했다고 했다.

또한 그는 "자체 사업을 위해 토지를 많이 구입했다. 시장이 나빠지더라도 수익성이 높아 자체 사업을 늘리기 위해 토지 자산을 구입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기 때문에 매각을 앞두고 분식회계를 한 것이 아니냐는 (연대)의 주장은 맞지 않다는 것이다. 

노조의 밀실 의혹 주장과 관련해서는 "노조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들의 입장에서는 밀실 의혹도 제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단순한 의견 차로 이해해 달라"고 덧붙였다. 

한편 호남지역 중견 건설사 '중흥건설'이 대우건설 인수전에 적극적인 의사를 밝히고 있다. 중흥건설은 최근 대우건설 인수를 위한 내부작업에 착수했다. 과거에도 건설사 인수에 도전한 바 있어 이번에도 주목 받는다.

게다가 이번 인수전에는 정창선 회장의 확고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진다. 정 회장은 지난 1월 기자간담회 자리에서도 "3년 내 대기업 인수를 통해 재계 서열 20위 안에 진입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이어 그는 "구체적으로 밝힐 순 없지만 현재 이수할 대기업을 생각하고 있다"며 "경험이 없는 제조업보다는 대우건설 등 해외 사업을 많이 하는 대기업을 생각하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대우건설 인수전에는 중흥그룹 외에도 부동산 디벨로퍼 DS네트웍스와 사모펀드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글로벌 투자회사 IPM이 컨소시업을 맺고 참여를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