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문제 해결 ‘시늉만’…가상화폐거래소 반응 ‘냉랭’
금융위원회, 문제 해결 ‘시늉만’…가상화폐거래소 반응 ‘냉랭’
  • 이창환 기자
  • 입력 2021-06-04 00:49
  • 승인 2021.06.04 0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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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독박’ 부담에 가상화폐거래소 평가 ‘깐깐한’ 규정 내밀어
금융위원회가 가상화폐거래소 신고를 위해 내건 임직원의 자사거래소 이용 불가 조건에, 거래소들이 냉랭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은성수 금융위원장. [금융위]
금융위원회가 가상화폐거래소 신고를 위해 내건 임직원의 자사거래소 이용 불가 조건에, 거래소들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사진은 은성수 금융위원장. [금융위]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금융위원회가 가상화폐거래소의 신고 독려에 나섰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가상화폐거래소들은 신고를 망설이고 있다. 금융소비자들의 투자를 위한 안전성 확보 차원에서 직접 관리 감독을 선언한 이후 첫 행보를 보였으나 금융권을 비롯한 관련 업계에서는 그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2일 금융위원회(금융위)는 국내 가상화폐거래소에 대한 정부의 대책과 공식적인 신고절차를 설명하겠다는 이유로 운영진들을 긴급 소집했다. 우선 소집 대상으로 전달받은 곳은 빗썸, 업비트, 코인원, 코빗 등 정식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4곳을 비롯해 총 20 곳 거래소다. 

시중 은행에 실명 계좌를 개설하고 오는 9월24일까지 신고해야 국내에서 공식적으로 가상화폐거래소를 운영할 수 있음에도 이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감독 당국의 부름에 마지못해 나왔으나 그 조건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가상화폐거래소는 시중 은행으로부터 실명 계좌를 개설하고 나서야 금융위에 신고를 하고 거래소를 운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 시중은행들은 자체 규정에 따라 거래소에 대한 평가를 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6곳의 시중은행 가운데 어느 곳과 거래 계약을 해도 상관없지만, 은행들은 이른바 ‘독박’을 쓰기가 싫은 눈치다. 만에 하나라도 은행과 실명 계좌 계약을 진행한 거래소에서 비상 상황이나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면 그 피해에 대한 보상은 고스란히 은행이 떠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위, 임직원 자사 거래소 이용 불가 

현재 4곳의 거래소는 신한은행, NH농협은행, K뱅크 등과 실명 계좌 거래를 하고 있으나, 내달이면 계약이 종료된다. 유예 기간을 포함하더라도 앞으로 최대 3개월이다. 

A 은행 관계자는 “이제 국내에서 공식적인 가상화폐거래가 힘들어질 수도 있다”며 “어느 은행도 가상화폐거래소와의 계약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 협의체인 은행연합회의 답도 유사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은행들의 고민이 커서 함께 머리를 맞대고 최소한의 기준을 세웠다”며 “법적 책임을 져야하는 상황에 부답을 떠맡을 수 없으니 자금세탁방지법을 토대로 참고자료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부담스러운 일이 싫은 것은 가상화폐거래소들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금융위에 역제안을 했다. 거래소들은 “신고를 금융위에 하게 해주면 이를 근거로 시중 은행에 실명 계좌 개설을 하겠다”는 안을 내놨다. 

금융위는 손사래를 치면서 새로운 조건을 내걸었다. 각 가상화폐거래소들이 소속 임직원이나 관계자들의 자사 거래소를 이용한 가상화폐 거래를 하지 않겠다는 조건을 받아들이면 신고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가상화폐거래소도, 은행도, 감독 당국인 금융위도 각각 자기주장만 내세우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진 60여 곳의 거래소 중 아직 단 한 곳도 신고하지 않았다.
 

이창환 기자 shin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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