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자서전에 요동치는 與...‘민주당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조국 자서전에 요동치는 與...‘민주당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 정두현 기자
  • 입력 2021-06-01 09:01
  • 승인 2021.06.01 14: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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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조국 회고록에 ‘조비어천가 vs 脫조국론’ 팽팽
민주당 지도부는 조국 재조명에 ‘민심 살피기’ 중
친문계, 조국 통해 민주 진영 표심 재집결 기대도
지난달 31일 발간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서전 ‘조국의 시간’ [뉴시스]
지난달 31일 발간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서전 ‘조국의 시간’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지난달 31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검찰개혁 실현 과정에서 겪은 고난을 담은 회고록 ‘조국의 시간’이 발간되면서, 집권여당이 흔들리고 있다. 조국 전 장관의 재조명으로 민주당 내 친(親)조국·반(反)조국 분화 양상이 포착되고 있는 것.

이를 두고 여당 내에선 지난 4.7 재보궐선거 참패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조국 전 장관과 선을 그어야 한다는 ‘배척론’과, 한 때 문재인 대통령의 뒤를 이을 적통 대권 후보이자 검찰개혁 과업 완수의 선봉투사로 진보 진영에서 상징성이 큰 조국에 호응하는 ‘옹호론’이 팽팽하게 맞선 양상이다. 

여권 일각에선 ‘불공정·내로남불’의 상징으로 국민적 공분의 대상이 됐던 조국 전 장관에 다시 열광하는 ‘조국파’의 모습에서 기득권정당의 구태를 버리지 못했다는 자성적 비판이 나오는 만큼, 민주당이 향후 대권 판도를 유리하게 점하기 위해선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스탠스를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한 관계자는 일요서울과 통화에서 “조국 프레임을 벗지 못하면 민주당은 퇴행하게 될 것”이라며 “기득권정당 이미지를 탈피하고 정권 재창출을 위한 야당과의 경쟁에 집중해야 할 때인데, (민주당은) 조국 전 장관 이슈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당 지도부도 곧 이에 대한 입장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31일 당내에서도 ‘미스터 쓴소리’라 불리며 소신파로 분류되는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우리 당은 다시 ‘조국의 시간’이라는 수렁에 빠져들 수는 없다”며 민주당의 ‘탈(脫)조국’을 강조한 바 있다.

같은 날 대권 출사표를 던진 박용진 민주당 의원도 한 방송에서 “조국 사태는 촛불시위 이후 우리 사회에서 가장 뜨거웠던 논란 중 하나인데 아무 일 없었던 듯 넘어갈 일은 절대 아니다”라고 조 전 장관에 대해 선을 그었다.

1일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조국 전 법무장관이) 민주당 사람이라고 보기도 어려운데 민주당에서 사과를 하는 것이 맞나”라고 반문했다. 이는 민주당의 ‘조국 프레임화’를 극도로 견제하는 말로 해석된다. 

조국 전 장관의 회고록 출간으로 시험대에 오른 민주당 지도부는 아직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31일 ‘민심 경청 프로젝트’ 마지막 일정으로 서울 여의도역에서 직장인들과 만나 “민주당이 그간 자기만의 의제에 갇혀서 국민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바에 소홀하지 않았는지에 대해서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현재 송 대표는 취임 한 달째를 맞는 오는 2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조국 사태에 대해 사과하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다. 그가 검찰·언론개혁 등 문 정부 숙원사업보다는 민생 현안에 더욱 치중하며 중도 포섭에 적극 나섰던 만큼, 조국 열성 지지파들과 선을 그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반면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등 여권 대선 잠룡들은 대체로 조국 전 장관의 회고록을 반기는 분위기다. 조 전 장관 재부각을 통해 내심 친문 중심의 진보 표심 재집결 효과를 기대하는 눈치다. 특히 친문 정청래 의원은 “일단 다섯 권 주문했고 읽는 대로 독후감을 올리겠다”며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라는 나무라고 하는데, 먼 훗날 그가 뿌린 피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나무가 크게 자라있기를 기대한다”고 유독 조 전 장관의 회고록을 치켜세웠다.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조국 전 장관 회고록에 대해 공식 언급을 자제하며 한 발짝 물러선 모양새다. 일명 ‘대깨문’ 세력과 거리 유지를 하면서, 중도층 공략에 주력하겠다는 셈법으로 풀이된다. 

조 전 장관의 회고록 ‘조국의 시간’은 서점가에 정식 출고되기도 전에 예약 판매로만 약 1만5000부가 팔리는 등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이 회고록은 2019년 8월9일 조국이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이후 벌어진 일련의 사태와 그에 대한 솔직한 심정을 기록했다. 공직자로서 검찰개혁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겪은 고난의 시간을 가감 없이 담아냈다.

한편, 조국 열성 지지자들 사이에선 이번 회고록 출간에 “나의 대통령”, “첫 페이지를 열자마자 눈물이 났다”, “검찰개혁의 수호신” 등 속칭 조비어천가를 방불케하는 반응과 함께 책 구매 인증 러시도 이어지고 있다. 
 

정두현 기자 jdh20841@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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