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순 원장의 한의학건강 이야기] 불면 양상·증상 진단 따른 한의학적 상용 처방
[김형순 원장의 한의학건강 이야기] 불면 양상·증상 진단 따른 한의학적 상용 처방
  • 정리=김정아 기자
  • 입력 2021-05-31 13:37
  • 승인 2021.05.31 14:29
  • 호수 1413
  • 5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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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증]

장시간 지속된 코로나 사태로 사회·경제적으로 타격을 받은 많은 사람들이 스트레스에 노출돼 있다. 바이러스로 인한 정서적 위협으로 인한 요소들이 산재해 밤잠을 설치는 날들이 늘어 가고 있다.

인간 생활 대부분을 차지하는 수면은 심신의 근본적인 생명 유지와 생리적 기능 유지의 중요한 요소다. 수면장애 중의 하나인 불면증은 수면의 시작이나 유지가 어려워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거나 충분한 양의 수면을 취한 후에도 원기 회복이 안 되는 상태를 일컫는다. 대개는 피로감 증가, 무력감, 주의 집중력 감소 등의 증상을 호소한다.

또한 만성적으로 잠들기 힘들거나 쉽게 깬 다음에도 잠들지 못하는 병적 상태로 이어지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불면증이 한 달에서 6개월간 지속되면 단기불면증, 6개월 이상 지속되면 만성 불면증이라고 하는데, 통계에 따르면 성인의 30~40% 정도가 1년에 한 번 정도의 불면증을 경험하며, 그중에서 10~15%는 만성 불면증에 시달린다. 수면장애의 원인으로는 환경 요소, 일주기 리듬의 혼란, 우울증과 같은 정신과 질환, 내과적 질환, 수면 과정에 관련되는 문제, 동통, 약물 관련 요소, 정신적 스트레스 등의 다양한 원인이 함께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수면부족은 대부분의 인지 기능의 기본이 되는 주의, 작업기억 등의 저하, 대사성 호르몬의 균형 파괴, 저항력 저하, 수명연장저하뿐만 아니라 인지력 저하로 인한 안전사고 증가 등을 야기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불면은 표면적으로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있지만, 삶의 질을 낮추고 치명적인 건강 문제나 사고 발생의 위험을 높여 환자 개인은 물론 사회경제적으로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신중한 진단과 원인에 대한 적절한 치료를 적절한 시기에 해야 한다.

불면은 임상에서 쉽게 나타나는 증상이지만, 의학적인 검사를 통해서 기질적 원인을 파악할 수 있는 환자는 많지 않다. 이러한 불면증 환자의 대부분은 수면제 복용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여 약물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수면제를 복용함에도 만족할 만한 수면을 하지 못하는 환자는 수면시간 감소로 인한 신체적 고통과 함께 원인을 알 수 없는 질환이 있지 않나 하는 불안감을 함께 호소하게 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국민관심질병대상 불면증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12년 40만4657에서 2016년 54만3천명으로 약 14만 명이 증가(35%)하였고, 이에 따른 총 진료비 역시 2012년 약 273억 원에서 2016년 약 445억 원으로 5년간 약 172억 원이 증가(63%)하였으며, 연 평균 증가율이 11% 이상 나타나 지속적으로 발병율이 증가하는 질환임을 알 수 있다.

사실 어떠한 상태가 불면증인가에 대해서도 현실적으로  불명확한 면이 있다. 개개인마다 그 형태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양상과 증상이 나타나는 기간에 따라 분류하는데, 양상에 따라 분류하면 잠이 들기 어려운 경우와 자주 깨거나 깨어 있는 경우, 일찍 잠을 깨는 경우 그리고 충분한 기간의 수면을 취하였지만 계속 졸린 경우로 세분한다. 그리고 증상이 나타나는 기간에 따라 분류하면 불면증이 하루에서 수일 동안 있었고 그것이 일회적인 경우 일과성 불면증이라고 하고, 수일에서 3주 동안 불면증이 지속될 때를 단기불면증, 수개월에서 수년간 지속되는 경우를 장기 또는 만성 불면증이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사전적인 정의에도 불구하고 불면증에 대한 환자들의 증상을 들어보면 불면증이라고 진단하기 애매한 경우도 많고, 그날그날에 따라 증상이 변화도 많기 때문에 환자의 불편함만으로 진단하기 힘든 경우도 있다.

서양의학에서 불면증의 치료로는 수면환경요법, 행동 및 인지요법, 이완요법, 수면제한요법, 약물요법 등이 있지만 임상에서 불면증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일차적으로 수면제를 처방한다.

이런 경우 불면증의 만성화를 막고, 스트레스로 인한 불면을 완화시킨다는 장점이 있으나, 정상적인 수면 단계에 변화를 가져와 수면의 질을 저하시키고, 주간 활동에 지장을 초래하며, 약물 의존성을 발생시킨다는 점에서 심각한 부작용을 지니고 있다. 복용을 중단한 뒤에는 불면증이 더 심해지기도 하며, 약물의존성이 생겨서 약을 쉽게 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실제 임상에서 살펴보면 수면제로 인해 불면에 의한 불편함을 잘 해결한 환자도 있지만, 수면제로 인한 피해로 건강이 더 악화되는 환자도 실제로 볼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불매(不寐), 불수(不睡), 실면(失眠), 부득와(不得臥), 부득면(不得眠), 와불안(臥不安) 등으로 표현되고 있으며, 일반적으로 불면의 병리는 사결불수(思結不睡), 영혈부족(營血不足), 음허내열(陰虛內熱), 심담허겁(心膽虛怯), 담연울결(痰涎鬱結), 위불화(胃不和) 등으로 원인을 분류하여 보익심비(補益心脾), 보혈안신(補血安神), 자음청화(滋陰淸火), 양심온담(養心溫膽), 거담청신(祛痰淸神), 소체화중(消滯和中)하는 치법을 쓰고 주로 귀비탕(歸脾湯), 보혈안신탕(補血安神湯), 천왕보심단(天王補心丹), 가미온담탕(加味溫膽湯), 가미소요산(加味逍遙散), 향사양위탕(香砂養胃湯), 분심기음(分心氣飮) 등의 처방이 그동안 불면의 상용처방으로 많이 활용되어 왔다.

최근 불면에 대한 한의학적 치료로는 변증을 근거로 한약, 침 치료와 수면환경교정 및 향기치료, 이침치료, 기공치료, 약침치료 등의 다양한 방법들이 병행되고 있다. 불면증은 신체의 기질적인 문제로 발생되기보다 사회경제적으로 발생된 심리적 문제로 기인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하여 치료하여도 호전이 잘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원인을 하나로 국한하기 힘들고,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회·경제적인 문제와 관련이 많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사람은 생활을 영위하면서 인간관계, 사회적 관계, 경제적 관계 등으로 수많은 심리적 영향하에 놓이게 되고 이러한 복잡한 상황으로 인하여 발생되는 증상 중에 하나가 불면증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가 진행되어 가장 기초적인 인체대사 중 하나인 수면으로 인한 불편함이 없어질 날을 기대한다. 

정리=김정아 기자 jakk3645@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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