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5월21 워싱턴에서 첫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 회담은 국가와 동맹이익 보다는 개인 과시 ‘TV 쇼‘에 몰입하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기만당한 뒤 개최된다는 데서 관심이 컸다. 또 문 대통령이 그동안 김정은에게 비위맞추며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양다리 걸치기 했다는 데서도 주목되었다. 그러나 바이든은 36년간의 미국 연방 상원의원과 8년간의 부통령 경험을 바탕으로 다져진 국익과 동맹 우선 철학을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담아냈다. 다행이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은 트럼프의 ‘TV 쇼’ 과시 욕구를 간파, 트럼프를 각기 자신들의 의도대로 요리했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은 김정은이 대화를 끊었고 바이든이 트럼프와는 다르다는데 유의, 새로운 자세로 회담에 임한 듯싶다. 문 대통령의 새 자세는 미국 내 첫 행선지로 미국 성지(聖地)인 알링턴 국립묘지를 선택했다는 데서 드러났다. 그는 임기 중 4차례나 워싱턴을 방문했으면서도 국내 친북세력과 북한·중국을 의식, 알링턴을 찾은 적이 없었다. 그러나 그는 미·중 사이 양다리 걸치기 보다는 한미혈맹을 중시한다는 인상을 심어주고자 알링턴을 참배했다. 이어 그는 카멜라 해리스 부통령과 만나 양국이 “공통의 민주적 가치로 연결되어있다“고 했다. 바이든 정부의 ‘민주주의 가치 동맹’과 함께 한다는 말이었다.
더 나아가 문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의 5월21일 공동성명에서 ‘국제사회가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를 완전히 이행할 수 있도록 촉구한다’고 썼다. 하지만 지난 날 문 대통령은 대북제제 ‘완전 이행’ 보다는 해제에 관심을 더 두고 있었다. 그는 김정은이 화날 것이 두려워 북한의 참혹한 인권 유린 문제엔 입을 다물었었다. 그러나 그는 바이든과의 5.21 공동성명에선 ‘북한의 인권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협력한다는데 동의 하였다‘며 입을 열었다.
뿐만 아니라 문 대통령은 5.21 성명에서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추진 중인 쿼드의 ‘중요성을 인식한다.’고 했다. 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들의 대중 견제 협력체인 쿼드와 협력키로 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중국 눈치 보고 쿼드 참여를 꺼리며 양다리 걸치기 하던 ‘전략적 모호성’을 벗어난 셈이다.
그밖에도 문 대통령은 미국의 희망대로 ‘한·미·일 3국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남중국해의 항행 자유를 선언했으며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고 했다. 그동안 문 대통령은 중국에 눌려 언급하기를 꺼려했던 남중국해와 대만 문제에도 미국편에 서서 입장을 표명하게 된 것이다. 북한과 중국에 맞선 한·미·일 3국 협력에 나설 것도 천명하기에 이르렀다. 문 대통령은 ’민주주의 국가로서 인권 및 법치를 증진할 의지를 공유했다‘며 미국의 민주주의 가치 동맹에 함께 할 뜻도 밝혔다. 그러나 중국은 대만과 남중국해에 관해 언급한 5.21 성명을 내정간섭이라며 “불장난 하지 말라”고 협박했다. 앞으로 북한측의 험한 반응도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바이든과의 회담 다음 날 페이스북에 ‘최고의 순방이었고, 최고의 회담이었다.’고 적었다. 그의 5.21 회동이 ’최고의 회담‘으로 기록되기 위해선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남아있다. 문 대통령은 바이든과의 5.21 약속이 자신에 대한 바이든의 불신을 숨기기 위한 감언이설 로 간주되지 않도록 성명에서 천명한 내용을 실천해야 한다. 5.21 공동성명에 명시된 대북제재 ’완전 이행‘, 북한 인권 개선 추진, 쿼드 협력, 남중국해의 항행 자유, 대만 해협의 평화 안전 유지, 한·미·일 3각동맹 복구 등은 민주가치 동맹국으로서 반드시 지켜야 할 규범이고 책무라는 데서 그렇다. 결코 말로만 그쳐선 안 되고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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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석 교수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