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직교사 특채 의혹이 불거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뉴시스]](/news/photo/202105/452185_369540_1830.jpg)
교사 특채에 납품 특혜, 금품 수수까지...교육감 ‘비리 연대기’
- 조희연 서울교육감 특채 의혹으로 현 교육감 비리 재조명
- 친(親)전교조, 전국 요직 장악...패권주의에 공직기강 부패
- 잇따른 교육감 비리 의혹에 ‘주민직선제 무용론’도 제기돼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1년여 남겨둔 상황에서 17개 시‧도 교육감 자리를 두고 총성 없는 전쟁이 시작됐다. 이에 현직 교육감들의 연임 여부와 신예 다크호스 후보들에게 시선이 집중된다. 교육감 선거가 ‘주민직선제’로 치러지는 만큼, 지역 시민‧교육단체들도 이미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이나 잠룡들에 대한 사전 검증 작업에 착수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해직교사 특채 의혹이 불거지면서 불법선거자금, 청탁, 배임, 금품 수수 등으로 점철된 교육계 공직사회의 고질병이 재조명되고 있다. 헌법으로 명시된 정치 중립성이 요구되는 교육감 대부분이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 민교협(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 교수연구자협의회) 등 진보 성향 단체 출신 인사들로 채워진 현 구조에서 원인을 찾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래 꿈나무들에게 비전과 본보기를 제시해야 할 교육감이 각종 비리에 연루돼 홍역을 치르는 ‘낯 뜨거운’ 사례가 좀처럼 끊이지 않고 있다. 경찰‧감사원에 이어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이첩되며 수사가 본격화된 조희연 서울교육감의 특채, 박종훈 경남교육감 이종사촌 납품비리, 설동호 대전교육감 동생 급식납품, 장휘국 광주교육감 부인의 금품 수수 등 현직 교육감들의 각종 비리 의혹이 터지면서 교육계 공직기강이 혼탁하다는 지적이다.
특채에 납품특혜, 금품 수수까지...‘비리 온상’ 교육감
공수처 출범 이래 1호 수사 대상으로 지목된 조희연 서울교육감의 경우 현재 적용된 혐의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다. 공수처는 2018년 11월30일 공고된 중등교사 특별채용 과정에서 특별채용에 반대한 부교육감 등의 업무 배제를 지시하는 등 직권을 남용해 2018년 12월31일 교사 5명을 특별 채용했다고 보고, 해당 의혹을 수사 중이다.
이와 관련, 지난 27일에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해직교사 부당 특별채용에 관여한 교육청 비서실장이 경기도 과천 공수처 청사에 출석했다. 같은 날 공수처에 따르면 비서실장을 지낸 한모 서울시교육청 정책안전기획관이 조 교육감과 친분 있는 인사들로 심사위원 전원을 구성한 사실이 확인됐다. 공수처로 해당 사건을 이첩한 감사원은 앞서 감사보고서를 통해 “한 기획관이 자신과 인연 있는 5명을 심사위원으로 선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공수처 수사부 한 관계자는 27일 본지와 통화에서 “당시 해직교사 특채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5명 전원이 선거운동본부, 서울시교육청 등에서 조 교육감과 함께 활동했다는 정황이 나왔다”며 “이후 수사 기획관 압수물(휴대폰 등) 포렌식 수사 경과 등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감사원과 공수처 수사로 드러난 바에 따르면 조 교육감의 혐의가 사실로 입증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서울시교육청 한 관계자는 본지 취재에서 “얼마 전 압수수색 절차가 진행됐고, 수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라며 이에 대한 조 교육감의 근황 등을 묻는 기자 질문에는 “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단답했다.
이에 주민직선제로 선출되는 교육감에 대한 시민들의 공분도 표출된다. 학부모단체인 ‘정치하는엄마들’은 지난 27일 서울중앙지검에 조 교육감과 공무원 2명 등을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정치하는엄마들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장하나 전 의원은 일요서울과 통화에서 “결과적으로 해직교사 5명에 대한 특채지만, 법에 따른 공개채용 절차에 문제가 없었는지 공수처의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면서 “공채 과정에서 탈락한 분들이나 해직교사 분들 모두 납득할 만한 내용이 수사를 통해 밝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전제가 흔들리면 안 된다”며 “‘로로불불(로맨스는 로맨스고 불륜은 불륜)’로 가야 정치혐오가 가고 정치발전이 온다”고 덧붙였다.
장 전 의원에 따르면 시‧도 교육감의 선거비용제한액은 서울이 약 35억 원, 경기도는 약 42억 원에 달한다. 교육감 선거는 정당 선거와 달리 후보자가 거액의 선거비용과 조직력을 갖추기 위해선 교육단체 등 이익집단의 후원이 필수다. 때문에 교육감으로 선출된 이후 선거캠프나 후원 집단으로부터 지원 받은 막대한 자금 등에 따른 일종의 ‘빚’이 생기고, 이 빚을 갚기 위해서라도 이해관계에 있는 개인 또는 단체에 특혜를 줄 수밖에 없는 구조적 악순환이 엄존한다는 지적이다.
교육감 의혹이 터져 나올 때마다 ‘직선제 무용론’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해외 선진국이나 개발도상국에서도 우리나라와 같이 시‧도 교육감을 주민 직접선거로 선출하는 사례가 드물다. 현행 교육감 주민직선제의 대체재로 초빙제나 시도지사 러닝메이트 제도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 사회적 합의라는 문턱을 넘지 못했다.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 교수는 “교육감이 원천적으로 비리에서 자유롭기 위해선 선거에 따른 금전적인 빚과 인사 청탁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차선의 선택이라는 점에서 현 교육감직선제 개정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친(親)전교조의 민낯’, 17개 시·도 가운데 14곳 교육감 장악
교육감 권력형 비리는 정치적 권력구도와도 맞닿아 있다. 문재인 정권 들어 전국 17개 시‧도 교육감의 80% 이상이 진보 진영 인사들로 채워진 이후 현직 교육감 비리도 크게 늘었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의 특채, 박종훈 경남교육감 이종사촌 납품비리, 장휘국 광주교육감 부인의 금품 수수 의혹 등이 대표적 사례로, 이들 모두 현직 교육감이다.
이들 모두 전교조 출신이거나 친전교조 행보를 보였던 만큼, 전교조 중심의 카르텔이 교육계 최고위 공직사회 기저에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지금까지 드러난 현역 교육감 중에서 동생 급식납품 특혜 의혹이 일었던 설동호 대전시교육감은 유일하게 정치 성향이 뚜렷하지 않은 비(非)진보 인사다.
이는 전교조, 민교협(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 교수연구자협의회) 등 출신성분과 조직력을 앞세운 패권주의에 공직기강이 부패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 주는 대목이다.
실제로 전국 시도 교육감 직은 전교조 출신 또는 진보 성향 인사들이 장악하고 있다. 지역 교육감 17명 중 강은희 대구 교육감과 임종식 경북 교육감, 설동호 대전 교육감을 제외한 14명이 진보 교육감으로, 그중 10명이 전교조 간부 출신이다. 나머지 4명도 모두 친(親) 전교조 색채를 띠는 인물들이다.
전국 17개 시·도 교육감들의 정치성향, 주요 이력 등을 살펴본 결과 ▲서울특별시- 조희연(진보, 참여연대) ▲부산광역시- 김석준(진보, 민교협‧전교조) ▲대구광역시- 강은희(보수, 새누리당) ▲인천광역시- 도성훈(진보, 전교조) ▲광주광역시- 장휘국(진보, 전교조) ▲대전광역시- 설동호(중도, 한밭대 총장) ▲울산광역시- 노옥희(진보, 전교조‧민주노동당‧진보신당) ▲세종특별자치시- 최교진(진보, 고등학교 교사) ▲경기도- 이재정(진보, 노무현재단 이사) ▲강원도- 민병희(진보, 전교조) ▲충청북도- 김병우(진보, 전교조) ▲충청남도- 김지철(진보, 전교조) ▲전라북도- 김승환(진보, 헌법학회 회장) ▲전라남도- 장석웅(진보, 전교조) ▲경상북도- 임종식(보수, 경주교육청 장학사) ▲경상남도- 박종훈(진보, 전교조) ▲제주도- 이석문(진보, 전교조) 등으로 파악됐다.
헌법상 명시된 정치 중립성과 도덕성 가치가 강조되는 교육감 직이 특정 세력을 구심점으로 똘똘 뭉친 집단주의 역학으로 분배되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정두현 기자 jdh20841@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