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남북하나재단 임원, 탈북민 직원 ‘봉사’ 빌미 ‘농사 동원’ 의혹
[심층취재] 남북하나재단 임원, 탈북민 직원 ‘봉사’ 빌미 ‘농사 동원’ 의혹
  • 김혜진 기자
  • 입력 2021-05-28 17:02
  • 승인 2021.05.31 11:05
  • 호수 1413
  • 1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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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 고위급 임원, 탈북민 직원에 갑질 등 비위 행위 의혹
[일요서울 편집팀]
[일요서울 편집팀]

[일요서울ㅣ김혜진 기자] 국내 정착 탈북민은 지난해 말 기준 3만3000여 명을 넘어섰지만 문재인 정부의 홀대 속에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탈북민들의 사회 정착을 돕기 위해 법률에 따라 설립된 통일부 산하 ‘남북하나재단’의 한 고위 인사가 최근 탈북민 직원들을 상대로 ‘갑질’ 등 비위 행위를 해 왔다는 증언이 나왔다.

탈북민들은 “재단 공무직이라는 안정된 일자리가 걸려 있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에 재단 측은 “자체 감사 진행 중”이라고 했지만 일요서울 취재 결과 해당 임원은 현재 휴가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감사 기간에 휴가를 쓰게 한 것을 두고 재단이 이번 사건을 은폐·축소하려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남북하나재단은 탈북민의 사회 정착을 돕기 위해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 제30조’에 따라 2010년 설립된 통일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재단은 한국에 온 탈북민들의 초기 정착부터 생활 보호, 취업·교육 지원, 국민 인식 개선 캠페인 등 다양한 사업을 통해 탈북민들의 경제적 자립과 사회적 통합을 돕고 있는 기관이다.

재단 내 직원들 “탈북민 지원 기관인데 오히려 깎아내리나” 폭로
재단 게시판에 A씨 고발하는 내용 多… 재단 측 “감사 진행 중”

최근 일요서울 취재를 종합하면 남북하나재단에서 부서 부장 등을 역임한 A씨는 탈북민 공무직 직원들을 상대로 갑질 및 탈북민 직원 자리밀어내기 등의 비위 행위를 저질러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해당 의혹을 제기한 탈북민 직원들은 A씨를 ‘독살스러운 사람’ ‘마녀’ 등으로 표현했다. 이들에 따르면 A씨는 가족 텃밭 농사짓는 일을 위해 재단 탈북민 직원들을 ‘봉사’를 빌미로 동원시키거나, 탈북 여성들에게 상습적인 성적 비하 발언, 개인 휴가 중에 재단 직원에게 가이드를 해 달라고 하는 등의 비위 행위를 했다. 

A씨는 교육 관련 부서에서 팀장급으로 근무하던 지난 2014년 충남 공주시에 위치한 가족 감자 텃밭에 북한 교원 출신인 재단 소속 교육사 직원들을 동원했다. 당시 텃밭에서 농사일을 했던 탈북민 B씨 등에 따르면 A씨는 의사를 묻지도 않고 일을 시킨 후 수확한 감자를 나눠주며 ‘봉사 활동’을 한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A씨가 인사권을 쥔 담당자였기 때문에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텃밭에 갔던 탈북민 C씨는 “당시에 단순 봉사 개념으로 이야기했는데 안 가고 싶어도 거절하는 방법을 몰랐었다. 그냥 다 같이 가자고 하니까 순순히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며 “탈북민들이 한국에 오면 제대로 된 일자리 하나 얻기도 힘든데 윗사람의 말을 듣지 않을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또한 A씨는 2010년 9월 한 언론에서 탈북 여성들에 대해 “북한 이탈 여성이 국경을 넘을 수 있는 요인 중 하나는 중국 남성들의 동거 상대로 수요가 있었다는 점”이라고 말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재단 내 탈북 여성 직원들에게는 “북한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여성들에게 지급된 달러의 액수와 국내 입국한 탈북 여성들의 급여를 비교하며 불평하지 말라는 발언 등을 했다”고도 전했다. 

탈북민 C씨는 “탈북 여성들은 가족과 자식을 위해 힘겹게 탈북을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며 “중국에서 인신매매 등을 당해 어쩔 수 없이 팔려가거나 하는 상황들이 발생한다. 이 같은 경험이 있는 일부 탈북 여성들은 한국에 와서도 고통을 호소한다”고 했다. 

탈북민 B씨는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여성들은 한 달에 23만 원씩만 줘도 일을 잘하는데 너희들은 여기 와서 그보다도 더 받으면서 불평하느냐고 했다”며 “자유가 없어 고향을 떠나 이곳에 왔는데 같은 일을 하면서도 임금으로 차별을 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재단은 탈북민들을 지지해주고 지원하기 위해 생긴 건데 오히려 탈북민을 무시하거나 깎아내리는 사람이 재단의 간부급 자리에 있다면 자격 박탈감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재단 내 탈북민 직원들의 자리를 밀어내려 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탈북민 직원들에 따르면 재단에서는 탈북민들의 개인 신상 정보를 확인할 수 있지만 이를 함부로 열람할 수는 없다. A씨는 자신의 직위를 이용, 열심히 노력해 공무원이 된 탈북민 부부의 개인 신상 정보를 열람해 과거 결혼 이력 등을 상대 배우자 측에 폭로해 가정불화를 일으켰다고 한다. 해당 직원은 이 같은 일을 겪으며 일을 그만두고 장을 잘라내는 수술을 받기도 했다고 이들은 전했다.

이외에도 A씨는 지난해 개인 휴가를 떠났던 제주도에서 남북하나재단 제주하나센터에 근무하던 팀장급 인사에게 일행의 가이드를 부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한 내용에 대해 알고 있는 한 탈북민은 “A씨가 탈북 단체 대표와 북한학 교수 등을 데리고 제주도로 여행을 가서 제주하나센터에 근무하던 상담사에게 가이드 역할 등을 요청했다고 들었다”며 “장보기 등 개인적인 업무에 직원을 마음대로 부렸다”고 설명했다. 

지난 21일 일요서울이 A씨 감사 관련 문의를 하자 재단 측 감사팀 관계자는 “관련 의혹들은 지난 13일부터 재단에서 자체 감사를 진행 중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밝힐 순 없다”며 “A씨 본인이 감사 기간 중에 휴가를 낸 것이고 이를 수용했을 뿐이다. 감사와 휴가는 별개의 것이기 때문에 크게 문제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지금은 사건 당사자였던 탈북민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듣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내용과 관련해 남북하나재단 자유게시판에는 A씨의 비위 행위 등을 고발하는 탈북민들의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재단 탈북민 직원들은 A씨의 만행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될 것이 두려워 제대로 알리지 못하고 있다. 관련 내용을 잘 안다는 한 탈북민은 “피해자들이 다수 있음에도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게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했다. 

탈북민 인사와 탈북 단체 등은 해당 사건에 대해 “A씨를 간부 자리에 앉혀놓고 감사를 진행하면 증거 인멸 및 조작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그의 직위를 해제하고 감사를 진행해야 제대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재단이 감사를 철저히 하지 않으면 탈북민 모자 사망사건 때처럼 큰 시위 사태가 다시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혜진 기자 trust@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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