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하나재단’ 임원, 탈북민 직원에 갑질 의혹… 감사 기간인데 휴가 중?
‘남북하나재단’ 임원, 탈북민 직원에 갑질 의혹… 감사 기간인데 휴가 중?
  • 김혜진 기자
  • 입력 2021-05-24 14:57
  • 승인 2021.05.24 18: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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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ㅣ김혜진 기자] 국내 입국한 3만5000여 명 탈북민들의 사회 정착을 돕기 위해 마련된 통일부 산하 ‘남북하나재단’이 탈북민 직원들을 상대로 갑질 행위 및 자리 밀어내기 등을 해왔다는 의혹이 나왔다. 이에 재단 측은 자체 감사를 진행 중이라고 했지만 해당 임원은 현재 휴가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 기간에 휴가를 간 것을 두고, 회피 행동으로 이번 사건을 은폐·축소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최근 일요서울 취재를 종합하면 남북하나재단의 고위급 인사 A씨는 탈북민 직원들을 상대로 ▲텃밭 농사에 탈북민 직원 동원 ▲탈북 여성들에 대한 상습적인 성적 비하 발언 ▲개인 휴가 중 재단 직원 동원 등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해당 의혹을 제기한 탈북민들에 따르면 A씨는 교육 관련 부서 팀장으로 근무하던 2014년 충남 공주시의 가족 감자 텃밭에 재단 소속 교육사 직원(계약직)들을 동원했다. 이들은 A씨가 담당자였기 때문에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탈북민 직원 B씨는 일요서울에 “우리는 이걸 거절할 수 있는지 몰랐다. 법이 있는지도 잘 모르고 그냥 가자고 하니까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며 “제대로 된 일자리 하나 얻기 힘든데 인사권을 갖고 있는 사람의 말을 듣지 않을 수는 없었다”고 토로했다. 

또한 A씨는 2010년 9월 한 언론에서 탈북 여성들에 대해 “북한이탈 여성이 국경을 넘을 수 있는 요인 중 하나는 중국 남성들의 동거 상대로 수요가 있었다는 점”이라고 말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재단 내 탈북민 직원들은 북한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여성들에게 지급된 달러의 액수와 국내 입국한 탈북 여성들의 급여를 비교하며 불평하지 말라는 발언 등을 했다고도 전했다. 

탈북 여성 C씨는 “탈북 여성들은 가족과 자식을 위해 힘겹게 탈북을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며 “중국에서 인신매매 등을 당해 어쩔 수 없이 팔려가거나 하는 상황들이 발생한다. 이 같은 경험이 있는 일부 여성들은 한국에 와서도 고통을 호소한다”고 했다. 

A씨 감사 관련 문의에 재단 측 관계자는 “관련 의혹들은 현재 재단에서 자체 감사를 진행 중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밝힐 순 없다”며 “해당 임원의 휴가는 본인이 낸 것이다. 감사와 휴가는 별개의 것이기 때문에 문제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지금은 사건 당사자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듣고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남북하나재단에서 일했던 탈북민 직원들의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탈북민 인사와 탈북 단체 등은 해당 사건에 대해 “A씨를 간부 자리에 앉혀놓고 감사를 진행하면 증거 인멸 및 조작 가능성이 있다. 이전부터 그렇게 해 왔다. 그의 직위를 해제하고 감사를 진행해야 한다”며 “재단이 감사를 철저히 하지 않으면 탈북민 모자 사망 사건 때처럼 큰 시위 사태가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혜진 기자 trust@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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