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전직 대통령의 건강 유지 비결
기획특집 전직 대통령의 건강 유지 비결
  • 인상준 기자
  • 입력 2009-03-23 16:38
  • 승인 2009.03.23 16:38
  • 호수 778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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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양식보다 규칙적인 운동 소식과 채소위주 식단이 건강비결
전두환 전 대통령 · 노태우 전 대통령 · 김영삼 전 대통령 · 김대중 전 대통령 · 노무현 전 대통령

인간은 누구나 건강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하지만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는 말처럼 쉽게 지나치기 일쑤다. 일반인들의 경우 여러 가지 스트레스 때문에 병을 키우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를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들은 어떨까.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한 나라를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들은 극심한 스트레스와 격무에 시달린다. 때문에 건강에 많은 신경을 쓴다”고 말했다. 또한 대통령의 건강문제는 안보와도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현직에 있을 때는 많은 의료팀이 긴장 속에서 생활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중요한 건강에 대해 전직 대통령들은 현직에 있을 때 어떤 노력을 했으며 현재의 건강상태는 어떤지 알아봤다.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가 초기 뇌졸중 증세로 병원치료를 받고 최근 퇴원했다. 1926년생으로 올해 83세인 김 전 총재는 아직 휠체어를 타고 다니지만 치료 경과가 좋아 빠른 회복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김 전 총재와 비슷한 연배의 전직 대통령들의 건강은 어떤 상태일까. 그리고 이들은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비결을 갖고 있는 것일까.

박정희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 임기를 끝마친 전직 대통령들 중 건강에 문제가 있는 대통령은 노태우 전 대통령이다.

노 전 대통령은 1932년생으로 올해 77세다. 아직 다른 전직 대통령들에 비해 젊은 나이지만 가장 건강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2년 전립선암 진단을 받은 노 전 대통령은 세계 최고의 암센터 중 하나인 뉴욕 메모리얼 슬론 캐러링 암센터에서 수술을 받았다. 이후 지난 해 몇 차례 합병증으로 병원에 입원하는 등 건강이 악화됐다.

노 전 대통령의 한 측근은 “미국 메이오 클리닉에서 소뇌 기능이 점점 위축되는 희귀질환 ‘소뇌위축증’판정을 받았다. 당장 생명에 지장이 있는 병은 아니지만 소뇌기능이 퇴행하면서 발음이 부정확해지고 몸 균형에 이상 증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을 제외한 전직 대통령들의 건강은 비교적 괜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 전 대통령과 함께 군부권력을 잡았던 전두환 전 대통령의 경우 소식과 채소 위주의 식단을 즐기며 건강을 유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 전 대통령은 1931년생으로 올해 78세가 됐다. 지난 해 11월 대동맥 이상으로 병원에 입원, 치료를 받고 퇴원한 적이 있지만 비교적 건강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전 전 대통령의 경우 군인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규칙적인 생활을 주로 해왔다. 대통령 재임시 3명의 주치의가 있었는데 지금은 모두 별세하고 김노경 국립암센터 이사장만 생존해 있다. 평상시 채소 위주의 식사를 권해 대통령 시절에 이를 잘 따랐다”고 말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27년생으로 올해 82세가 됐다. 워낙 운동을 좋아하는 탓에 건강에 특별한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한다.


YS, 조깅과 배드민턴으로 건강유지

특히 매일 아침 청와대 내에서 4km를 뛰며 조깅을 즐겼다고 한다. 이런 탓에 YS는 대통령 시절 그 흔한 감기에도 잘 걸리지 않을 정도로 건강을 유지했다고.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평소 아침마다 청와대 직원들과 조깅을 하며 운동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런 탓에 직원들도 함께 달리기를 하며 체력을 키웠다. 처음엔 불만도 많았지만 차츰 몸 상태가 좋아지는 것을 느끼면서 직원들의 반응도 좋았다. YS는 퇴임 후에도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배드민턴과 산행 등 체력적인 운동을 주로 했다. 고령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활발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것도 규칙적인 운동 때문”이라고 밝혔다.

최고령인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우 건강에 대해 누구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알고 있다. 15대 대선 당시 상대 후보측에서 김 전 대통령의 나이와 건강문제를 갖고 공격을 했기 때문이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의 나이는 72세였다. 이 때문에 정가에서는 갖가지 추측성 소문들이 난무했다. ‘귀가 들리지 않아 보청기를 하고 있다’, ‘항시 수십 가지 약을 처방받아 복용해야 정상 생활이 가능하다’, 심지어 ‘대통령이 되면 얼마 지나지 않아 국상을 치를 것’이라는 등 갖가지 악소문에 시달려야 했다.

이런 소문들을 건강검진 소견서를 공개하면서 불식시키고 대통령에 당선된 김 전 대통령은 재임 시 활발한 해외 순방활동을 전개했고 퇴임 후 현재까지 고령의 나이에도 비교적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통령의 주치의였던 당뇨병 권의자인 허갑범 연세대 명예교수는 “김 전 대통령은 대식가로 소문이 날 정도로 음식을 잘 드셨다. 내가 주치의가 되면서 가장 먼저 대통령에게 권한 것은 소식이었다”고 회상했다.

허 교수에 따르면 김 전 대통령은 주치의의 말을 잘 듣는 편이었다고 한다. 건강에 대해선 누구보다 자신 있던 김 전 대통령이지만 주치의가 권장하는 음식이나 운동에 대해선 토를 달지 않았다고.

허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은 가리는 것 없이 음식을 좋아했다. 그러나 건강을 위해선 소식이 필수라고 건의 드렸고 이후부터 김 전 대통령은 소식하셨다. 다리가 불편해서 특별한 운동을 하지는 않았지만 청와대 내에 있는 수영장을 가끔 이용하셨다. 보양식이나 특별한 비결은 없었다. 워낙 선천적으로 건강했기 때문에 주치의를 하면서도 어려운 점이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김 전 대통령은 휴가를 갈 때도 책을 가지고 갈 만큼 독서를 즐겨했다고 한다. 김 전 대통령이 독서를 통한 학습을 매우 좋아했다는 것이다.

허 교수는 “주치의는 평소 청와대에 상주해 있지 않는데 해외순방이나 휴가때는 항상 대통령과 함께 움직였다. 지금은 개방된 청남대에서 휴가를 즐길 때도 김 전 대통령은 책을 읽었다. 항상 책을 곁에 두고 학습하며 생각을 하는 것이 정신과 신체를 모두 건강하게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지금도 2~3개월에 한 번씩 김 전 대통령 자택으로 안부 인사를 하러 간다고 한다. 신장이 좋지 않아 투석을 하는 것 외에는 특별히 아픈 곳이 없다고 한다. 김 전 대통령은 올해도 몇 차례 해외순방계획이 있을 정도로 건강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한다.


대통령들격무와 스트레스에 시달려

비교적 나이가 어린 편에 속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은 1946년생이다. 올해 63세다. 재임시 두 차례 수술을 받았는데 한곳은 두터운 눈꺼풀을 제거하는 수술이었고 또 한 곳은 허리 수술이었다. 당선인 시절이었던 2003년 1월 허리디스크로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에도 허리가 좋지 않아 계속적인 치료를 받아야 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노 전 대통령은 양방 주치의인 송인성 서울대병원 교수외에 별도로 한방 주치의를 처음 도입했다. 그래서 발탁된 것이 신현대 경희대 한의대 교수였다.

신 교수는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노 전 대통령과 영부인 권양숙 여사는 한의학에 관심이 많았다. 허리가 좋지 않은 대통령을 위해 정기적으로 한방 재활치료를 했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도 다른 대통령들과 마찬가지로 소식을 주로 즐겼으며 특별히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음식이 없이 모두 잘 먹는 편이었다고 한다.

특히 음식에 있어선 영부인 권 여사의 말을 잘 듣는 편이었다고 한다. 현재는 고질적인 허리 질병 외에는 모두 건강하다고 한다. 다른 전직 대통령들에 비해 젊기 때문도 있지만 시골에 살면서 상쾌한 공기와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건강을 유지한다는 것.

이명박 대통령은 테니스광으로 잘 알려져 있을 만큼 운동을 좋아한다.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에는 지인들과 자주 테니스를 즐기며 건강을 챙겼다. 하지만 대통령이 된 이후에는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 운동을 자주 하지는 못한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사돈인 최윤식 서울대 교수를 주치의로 임명했다. 최 교수는 심장 질환계의 권위자로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건강에 대해 상담을 해줬다.

대통령은 항상 격무에 시달리며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자리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자질 중에서 건강은 무척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특히 대통령의 건강은 안보와도 직결된 것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런 면에서 역대 대통령들은 체력과 건강을 타고난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한 전직 청와대 의료실 관계자는 “일반 직장인들도 스트레스로 인해 건강을 해치는 경우가 많은데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오죽 하겠는가. 항상 긴장되고 많은 것을 생각해야 하는 자리가 바로 대통령이다. 그런 면에서 역대 대통령들의 건강과 체력은 타고난 것”이라고 말한다.

이 관계자는 “한 가지 비결이 있다면 규칙적인 운동, 소식과 채소위주의 식단을 주로 권장했으며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특별한 보양식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니인터뷰
DJ 주치의 허갑범 연세대 명예교수

“대통령 건강 위해 봉사하는 마음으로 임해야”

허갑범 연세대 명예교수는 대통령 주치의를 그만두고 당뇨병 전문의로 활동하고 있다. 허 교수와 김 전 대통령과의 인연은 199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야당 당수였던 김 전 대통령은 지방자치제 문제로 단식투쟁에 돌입했다. 단식을 마친 후 기력이 쇠해진 김 전 대통령은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을 했고 당시 담당의사가 바로 허 교수였던 것.

이후 지난 15대 대선 당시 김 전 대통령의 건강문제가 불거지자 허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건강검진을 하고 소견서를 만들어줬다. 이런 인연으로 김 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청와대의 부름을 받고 대통령 주치의가 됐다.

허 교수는 대통령 임기가 6개월여 남은 상황에서 주치의 생활을 그만뒀다. 이후 김 전 대통령이 퇴임하고서도 2~3개월 마다 직접 찾아가 안부 인사를 드린다고 한다.

허 교수는 “최근 봤을 때도 대통령의 건강은 상당히 좋았다. 다리가 불편한 것과 신장 투석을 하는 것을 제외하면 연세에 비해 매우 건강한 편이다. 워낙 식성이 좋아 음식을 모두 잘 드신다. 수영과 소식을 권장했고 대통령은 재임 시 이를 잘 따라 주었다”고 회상했다.

주치의는 청와대에 상주하지 않는다. 대신 청와대에는 의무실장과 의무대장, 간호부장 등이 24시간 대통령과 가족들의 건강을 책임진다.

주치의는 대신 30분 내에 올 수 있는 곳에 항상 대기해야 한다. 허 교수는 주치의인 자신보다 당시 의무실장이었던 장석일 성애병원장이 더 많은 일을 했다고 말했다.

주치의는 비서실장 소속이지만 의무실장은 경호실장 소속으로 나뉘어 있었다. 의무실에는 다시 중령계급의 의무대장이 있어 청와대 내에 있는 군 병력에 대한 건강을 책임졌다.

또한 청와대 인근에는 국군 서울지구병원이 자리하고 있다. 첨단의료장비들이 갖추어져 있어 청와대 직원들과 가족들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청와대의 의료체제는 오랜 경험에 의해 매우 체계적이고 조직이 잘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대통령 주치의와 자문의료팀은 문제가 좀 크거나 전문적인 진료가 필요할 때에만 호출된다. 평상시 가벼운 증세는 청와대 의무실장이 진료를 담당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허 교수는 자신보다는 의무실장인 장 원장이 많은 고생을 했다고 말하는 것이다.

허 교수는 “장 원장은 김 전 대통령 평민당 시절부터 건강을 관리해오던 진짜 주치의이다. 나 보다 김 전 대통령의 건강에 대해 훨씬 많은 것을 알고 있다. 24시간 청와대에 상주하는 의무실장이야 말로 많은 고생을 했을 것이다. 항상 긴장속에서 생활해야 하기 때문이다. 퇴임 후에도 일주일마다 자택에 들려 김 전 대통령의 건강을 체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주치의는 차관급의 예우를 받는다. 그러나 공식적인 급여는 없다. 한마디로 명예직인 것이다.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갈 때는 항상 주치의를 대동한다.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주치의는 대통령이 믿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는 게 정설이다. 허 교수의 경우 기존 주치의들이 서울대 출신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파격에 가까운 인사라는 게 의료계의 전언이다.

허 교수는 주치의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남북정상회담과 노벨 평화상 시상식에 참석한 것이라고 회고했다.

“남북정상회담이라는 역사적인 순간에 대통령과 함께 북한 주민들의 환영을 받았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당시 평양시내 운집한 시민들의 열렬한 환영에 많은 우리측 수행원들은 감탄했다. 김 전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을 때도 상당히 영광스러웠다”

허 교수는 대통령 주치의라는 자리는 정치적 관계가 아닌 환자와 의사와의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최측근이라는 점 때문에 여기저기 청탁성 부탁도 들어오지만 이런 것을 과감히 무시해야 한다는 것. 그래야만 대통령의 건강에 대해서만 신경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허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은 건강을 타고났다. 그런 점에서 내가 할 일은 그리 많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더 많이 배우고 경험하는 좋은 계기가 됐다. 김 전 대통령은 올해도 해외 순방을 계획할 정도로 건강하다”고 말했다.




인상준 기자 sky0705in@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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