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여성단체 “청주 중학생 죽음 막을 수 있었다… 공적 시스템 작동해야”
아동·여성단체 “청주 중학생 죽음 막을 수 있었다… 공적 시스템 작동해야”
  • 김혜진 기자
  • 입력 2021-05-22 15:59
  • 승인 2021.05.22 1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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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오창 성폭력·아동 폭력 피해 학생을 추모하는 사람들 제공]

[일요서울ㅣ김혜진 기자] 지난 12일 충북 청주에서 성인 남성에 의해 성폭력·아동 학대를 당해 온 친구 사이 중학생 2명이 아파트 옥상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가해자의 엄중 수사 및 처벌을 촉구하는 국민적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게재된 ‘두 명의 중학생을 자살에 이르게 한 계부를 엄중 수사하여 처벌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에선 “앞날이 창창한 어린 학생들의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아간 계부에 대해 엄벌을 내려 달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청주 여중생들을 죽음으로 몬 가해자의 처벌을 촉구하는 해당 게시 글은 22일 오후 4시 기준 8만5262여명이 참여한 상태다. 

아동·여성 관련 단체들도 “학생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원인을 제대로 밝히라”며 “아동 학대의 고리를 끊기 위해선 공적 시스템 작동이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지난 20일 국제아동인권센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아동인권위원회, 사단법인 두루, 정치하는엄마들 등 4개 단체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2일 청주 중학생 동반 사망 사건이 전해지며 경찰이 신청한 체포 영장 및 구속 영장을 검찰이 세 차례나 기각한 점과 피해자와 가해자 분리 및 피해자에 대한 의료 지원, 법률 지원 등이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두 친구가 아파트 옥상에서 삶을 포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의 시간을 겪었겠는가. 그 마지막 순간에 대해 우리는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더 이상 미안하다는 말도 입 밖으로 꺼낼 염치가 없다”며 “이번 청주 중학생 동반 사망 사건 등 연이어 발생하는 아동 학대 사건을 즉각 진상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지난 21일 한국여성의전화는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죽음 앞에서’라는 논평에서 “이 소식이 참담한 이유는 두 청소년에게 학대와 성폭력 피해가 있었다는 점, 경찰의 가해자 체포·구속영장이 세 번이나 반려되었다는 점, 두 사람이 교내 상담 기관에 심리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등 지속해서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다는 점 때문이다”라며 “두 청소년은 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문을 두드렸지만 그들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아동·청소년 학대, 성범죄 문제 해결을 위해 마련된 공적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만은 분명히 알 수 있다.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책무가 있는 기관들은 오히려 피해자가 사망한 이후 갖가지 핑계를 늘어놓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시 관계자는 ‘보호 조치에 나섰지만 학생들이 동의하지 않았다’며 법과 피해자 탓을 하고 경찰은 ‘영장을 신청했으나 번번이 반려되었다’ 며 검찰을 탓했다. 어느 곳이든 두 청소년이 호소한 피해 내용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고 접근한 곳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13일 충북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한 아파트 화단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여중생을 추모하는 헌화가 놓여있다. 2021.05.13. [뉴시스]
13일 충북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한 아파트 화단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여중생을 추모하는 헌화가 놓여있다. 2021.05.13. [뉴시스]

충북스쿨미투지지모임 등 시민단체는 22일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청주 상당구 성안길 롯데시네마 광장에서 극단 선택을 한 여중생 2명을 기리는 추모제를 연다. 추모제에는 추모를 원하는 시민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초와 국화가 따로 준비된다. 포스트잇에 추모 메시지를 적어 붙일 수 있는 부스와 추모 발언을 할 수 있는 ‘열려 있는 마이크’도 마련된다.

앞서 지난 2월 중학생 A씨의 부모는 A씨가 친구 B씨의 의붓아버지 C씨한테 성폭행을 당했다고 신고해 경찰 수사가 착수됐다. 이 과정에서 의붓아버지 C씨가 의붓딸 A씨를 학대한 혐의가 추가로 발견됐다. 지난 3월 경찰이 C씨에 대한 체포 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이 영장을 반려하고, 같은 달 경찰이 또다시 구속 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이 기각했다.  

중학생들의 사망 하루 전날인 11일 경찰이 구속 영장을 신청했으나 14일 다른 이유로 반려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두 중학생의 죽음에 영향을 준 것이라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김혜진 기자 trust@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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