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 3월9일이 대선이다. 1년도 채 남지 않았는데 전혀 대선 분위기가 안 뜬다. 요즘 정치부 기자들은 ‘아이템이 빈곤하다’, ‘이슈가 없다’며 대선 전망 기사를 작성하는 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실제로 여야 대선 주자군을 보면 후보군은 즐비한데 누가 대통령직에 당선될 것인가에 대해선 백가쟁명이다.
여당의 경우 이재명, 이낙연, 정세균 3인방만 보인다. 3인 모두 친문 적자가 아니다보니 김두관, 이광재, 추미애, 임종석 등이 호심탐탐 빈자리를 노리고 있다. 이재명 지사가 민주당 대통령 경선에서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지만 본선 승리 가능성은 여당 지지층조차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그렇다고 전남북 출신인 이낙연·정세균 두 인사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데 확신을 갖는 지지층도 드물다.
그렇다보니 역대 대선에서 민주당 대선 승리에 키를 쥔 호남 민심 잡기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특히 호남의 경우 전략적 선택을 통해 후보를 만들어 경선과 본선에서 승리하는 데 일조해 왔다. 그러나 지금은 민주당 텃밭인 호남조차 오락가락하는 모습이다. 비문에 영남출신인 이재명 지사에 호감도가 높게 나오고 있다. 아울러 이낙연·정세균 지지자들이 전남북으로 나뉘어 까치밥 차원에서 지지율을 주고 있다. 대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았는데 호남조차 아직 결정을 못하고 있다.
야당은 더 하다. 당내 마땅한 대선 후보가 없다보니 당밖에서 찾고 있다. 윤석열, 김동연, 홍준표 등이 정권재창출할 옥동자로 지목되고 있지만 누가 최종 국민의힘 후보가 될 지는 미지수다. 윤석열의 경우 5.18 광주발언을 통해 본격적으로 대선행보에 나섰다는 보도가 쇄도했지만 대권 수업이 더 필요해 보인다.
혹자는 윤석열 대망론관련 공부만하다 시험을 못치는 신세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냉소적인 반응마저 보인다. 그렇다고 여야 모두에게 러브콜을 받고 있는 김동연 전 부총리나 지난 대선에서 완패한 홍준표 전 지사가 야권 후보가 될 것으로 보는 사람도 드물다. 김 전 부총리는 권력의지를 홍 전 지사는 경쟁력을 의심 받고 있다.
이렇다보니 당권에 도전하는 국민의 힘 후보들은 외부에서 대선후보를 영입하겠다는 것이 최대 화두가 되고 있다. 오히려 자강론은 명분은 그럴듯하지만 지지율이 워낙 부실해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유승민, 원희룡, 오세훈이 2부 리그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정치권이 조용할 때면 검찰이 나서 현직 대통령 친인척인나 측근들, 유력 여야 대선주자 및 참모들의 비리를 조사해 대선판을 흔든 때도 있었다. 안되면 대기업 검은 비자금을 캐 살아 있는 권력이나 미래 권력과 엮어 대선판을 요동치게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조용해도 너무 조용하다. 대선판 단골 메뉴인 북풍이나 신북풍이 불 낌새도 없다.
결국 대선판이 조용하게 흐른다면 유리한 쪽은 집권여당이다. 임기말 정권에 측근 게이트까지 터진다면 재집권이 요원한데 아직까지 가래로 막을 일보다 호미로 잘 막고 있다. 문제는 국민들의 불아감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국정철학과 정책이 확확 바뀌는 대한민국 정치 특성상 에측불가능한 대선판이 계속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이 국민 몫이기 때문이다.
정치나 인생은 일론머스크가 좌지우지하는 가상화폐 시장과는 달리 예측 가능해야 국민의 삶이 안정적이고 향상된다. 투기보다는 투자를 통해 위험요소를 제거해야 하는데 작금의 대한민국 대선은 그 반대로 위험요소와 불안요소가 커지고 있다. 내년 치러질 3.9 대선이 일확천금이나 한탕주의를 통한 부와 권력이 난무하는 전장터가 아닌 국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블루칩이 판치는 대선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편집인겸 편집국장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