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군복단속법’ 비웃는 ‘군복 중고 거래’ 활개
[심층취재] ‘군복단속법’ 비웃는 ‘군복 중고 거래’ 활개
  • 김혜진 기자
  • 입력 2021-05-21 20:35
  • 승인 2021.05.23 18:45
  • 호수 1412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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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관련 업계 단속 강화에도 국내외 온라인 마켓서 거래 ‘활발’ 

[일요서울ㅣ김혜진 기자] 현행법상 군복 및 군수품을 거래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그동안 온라인 중고 시장에서는 비일비재하게 거래돼 왔다. 이 같은 사례가 점차 증가하며 범죄 등에 악용될 우려가 나오자 국방부는 올해 3월 말부터 환경부·경찰청·관세청을 비롯한 국내 4대 온라인 중고 마켓과 함께 군복류 불법 유출 근절을 위한 민·관·군 협의회를 최초 개최하는 등 단속에 나섰다. 하지만 일요서울 취재 결과 이러한 노력에도 온라인 중고 사이트 등에서는 여전히 군복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 현행법상 군복·군수품 거래 불법… 1년 이하 징역 1000만 원 이하 벌금형
- 중고나라·당근마켓 “국방부와 협력… 거래 금지 품목 삭제 및 제재 조치”

중고나라 캡처
명찰과 부대 마크, 계급장 등이 그대로 달린 군복 [사진=온라인 중고 마켓 중고나라 캡처]

국방부 조사 본부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온라인 등에 부정군수품을 유통해 적발된 인원은 총 2069명이다. 연도별로는 ▲2016년 274명 ▲2017년 686명 ▲2018년 513명 ▲2019년 403명 ▲2020년 211명이며 거래 금액은 9억5000만 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정군수품 유통 적발 인원 중 1813명은 사법 처리를 받았다. 이는 대부분 군복을 팔다 적발된 경우였다. 

현행 ‘군복·군용장구 단속법(군복단속법)’에 따르면 전투복 등을 생산·판매하려면 국방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한 전투복이나 장구류를 착용·사용할 수 없는 민간인을 위해 제조·판매 등을 하는 행위도 철저히 금지돼 있다. 이를 어기고 판매했을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며 군복을 구매한 민간인도 처벌된다.

최근 온라인 중고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군복·전투복 등이 판매 품목으로 올라 불법 거래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2014년 이후 우리 군이 더 이상 입지 않는 이른바 ‘개구리 군복’을 파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현재 군인들이 입는 ‘신형 디지털 무늬 군복’ 거래는 불법이다. 그럼에도 온라인 상 매매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서울은 국내 유명 온라인 중고 시장인 ‘중고나라’와 ‘당근마켓’을 직접 확인해봤다. ‘군복’이라는 키워드를 검색하니 개구리·디지털 무늬 군복, 유사 군복, 군화, 군모, 벨트 등 일반인들이 다양한 군 관련 품목을 판매한다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옷 정리를 해서 판다’ ‘밀리터리룩을 좋아하면 편하게 입기 좋다’ 등의 글에선 명찰과 부대 마크, 계급장 등이 그대로 달린 군복들도 더러 보였다. 정식 군용 물자임을 인증하는 라벨 사진을 올려놓은 경우도 있었다. 가격은 천차만별로 달랐지만 평균적으로 1~2만 원대에서도 구매가 가능했다. 판매 글뿐 아니라 ‘디지털 신형전투복 상하의 구합니다’ 등 구매를 원하는 게시 글도 보였다. 

미국 온라인 쇼핑몰인 이베이(eBay)에도 우리 군복 판매 관련 글이 올라와 있었다. ‘RARE KOREAN ARMY WOODLAND CAMO UNIFORM SHIRT AND PANT(귀한 한국 군복을 의미)’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군복 사진에는 부대 마크와 명찰이 그대로 붙어 있었다. 판매 금액은 100달러(약 11만 원) 안팎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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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온라인 쇼핑몰인 이베이(eBay)에 올라온 군복 판매 관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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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온라인 쇼핑몰인 이베이(eBay)에 올라온 군복 판매 관련 글

문제는 이 같은 군 관련 품목들이 해외로 유출될 경우 타국 군 등에 의해 악용되거나 범죄에 활용되는 등 안보에 위협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국방부는 “온라인 중고 쇼핑몰이 활성화됨에 따라 일부 사이트에서 전투복이 판매 품목으로 올라오는 사례가 있었다”며 “중고 의류 수거 및 수출업체에 의한 해외 불법 유출로 동남아 등지에서 한국 군복이 유통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군복 등의 불법 유출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판단하에 이를 예방하기 위해 지난 3월 말 환경부·경찰청·관세청과 함께 중고나라, 번개장터, 당근마켓, 헬로마켓 등 국내 4대 온라인 중고 마켓, (사)한국의류섬유재활용협회, (사)기석무역 등 중고 의류 수출업체와 불용 군복류 불법 유출 근절을 위한 민·관·군 협의회를 최초로 개최했다. 김윤석 국방부 전력자원관리실장은 “불용 군복류 불법 유출은 위법 행위일 뿐 아니라 국가 안보의 저해 요소라는 점에 민·관·군이 공감대를 형성하는 계기가 됐다”라며 “범부처 및 관련 업계와 협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겠다”고 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일요서울에 “단속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중고 마켓에 올리는 건 통상 민간인의 경우가 많은데 조치가 필요할 경우, 민간 경찰로 통보해 처벌이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며 “각 중고 거래 사이트도 국방부와 협약한 사항대로 자체적으로 확인해서 삭제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마련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온라인 중고 마켓인 중고나라 측은 “중고나라 네이버 카페는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플랫폼이 아니기 때문에 개인 간 거래가 이뤄진 군복 판매 글을 삭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며 “다만 중고나라 운영 정책에 따라 군복, 담배, 술 등 거래가 금지된 품목에 대해 기간을 정해 삭제 및 판매자 제재 조치 등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온라인 중고 마켓인 당근마켓은 “군복을 비롯한 각종 군용품을 현행 군복·군용장구 단속법에 의거해 거래 금지 항목으로 정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관련 게시글로 제재된 이용자 사례를 살펴보면 군용품이 거래 금지 품목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올린 분들이 대부분이다. 군용품 거래 글 발견 및 신고가 접수될 경우 거래 금지 품목에 대한 안내와 함께 미 노출 제재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해당 업체는 일요서울이 입장을 요청한 다음 날 군복 거래 관련 게시물이 노출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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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명 온라인 중고 마켓인 당근마켓에 올라 왔던 유사 군복 게시 글

한편 군복단속법에 따르면 현행 군복과 유사한 형태의 제품을 판매하는 행위 역시 단속 대상이다. 유사 군복은 군복단속법 제2조 3항에서 규정하고 있다. 군복의 형태와 색상, 구조 등이 유사해 외관상으로 식별이 극히 곤란한 물품을 유사 군복으로 본다. 2017년 10월 개정된 국방부령에 포함된 유사 군복의 범위 안에는 전투복, 전투화, 전투모, 계급장, 장성급 장교 표지가 포함돼 있다. 

제3조에 따라 일정 조건을 갖추고 국방부장관의 허가가 있다면 군 용품을 제조 및 판매할 수 있는 자격을 얻는다. 유사 군복을 제조·판매하는 행위도 군복을 거래했을 때와 같은 형량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온라인 중고 마켓에는 이 같은 유사 군복 판매 글도 다수 올라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방부는 현역 장병과 예비군을 대상으로 불용 군복류에 대한 처리 지침 교육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현역 장병은 연 1회 교육을 받으며 예비군은 예비군 훈련 입소식이나 안보 교육 전에 해당 교육을 받게 된다. 또한 전역 시 휴대품 확인을 통해 개인휴대 기준(사계절 1벌·하계 1벌)을 초과해 가지고 나가지 않도록 조치된다. 예비군 훈련 최종 이수 후 불용 전투복을 일반 의류 수거함에 버리는 문제도 의류 업체 등과 협의해 개선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김혜진 기자 trust@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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