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친문? 비문? 동향? “될 사람만 민다” 호남 민심 추적
[심층취재] 친문? 비문? 동향? “될 사람만 민다” 호남 민심 추적
  • 윤사랑 기자
  • 입력 2021-05-21 19:16
  • 승인 2021.05.25 09:56
  • 호수 1412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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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윤사랑 기자] 차기 대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으면서 정치권도 대선 채비에 돌입했다. 여야 지도부는 대선 승리를 위한 전략 수립에 분주한 상황이고 여야 대선주자들도 대권 플랜을 가동하고 본격적인 행동에 돌입했다. 대선을 앞두고 여야의 관심이 한 곳에 쏠리고 있다. 여야 지도부는 물론이고 여야 대선주자들도 호남행 열차에 오르고 있다. 역대 대선마다 전략적 선택을 하며 대선 판세에 있어서 큰 물줄기를 형성했던 호남 민심을 잡기 위해서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여권의 정권재창출보다 정권교체를 바라는 여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간의 양강구도가 굳어져 가고 있다. 이 같은 구도 속에서 호남은 어떤 선택을 할까.

호남서 최강자 없다’, 윤석열 한때 선두 차지하기도
-어디 한번 지켜보자에 여권 3’에 윤석열도 호남구애

이재명 경기도지사가전북 전주시 전북대학교에서 열린 제41주년 5.18 민중항쟁 전북기념식 및 이세종 열사 추모식에 참석해 추모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전북 전주시 전북대학교에서 열린 제41주년 5.18 민중항쟁 전북기념식 및 이세종 열사 추모식에 참석해 추모사를 하고 있다. 2021.05.17, 뉴시스

될 사람만 민다통상적으로 호남 민심을 이렇게 표현한다. 호남은 역대 대선에서 본선 경쟁력이 있는 대선주자를 낙점해 압도적 지지를 보내는 방식으로 대선 판을 좌지우지해왔다. 호남은 더불어민주당의 전통적 텃밭이면서 진보적 색채가 강한 곳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 탄생에 주도적 역할을 해왔다.

한국 현대사에서 영남에 비해 정치적으로 소외돼 있던 호남은 지난 15대 대선에서 동향 출신인 김대중 전 대통령을 당선시키면서 정치 주류로 올라섰다. 이후 16대 대선에서는 광주를 시작으로 노풍(盧風·노무현 바람)’이 불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탄생시켰다. 19대 대선에서는 문재인과 안철수라는 두 대선주자를 놓고 저울질하며 경쟁을 붙였다. 2017년 대선 약 1년 전에 치러진 2016420대 총선에서 호남은 국민의당을 제3당으로 키워 안철수 대표에게 힘을 실어줬다.

19대 대선에서 문재인-안철수경쟁 붙이며 저울질

당시 호남이 두 개의 떡을 놓고 저울질하자 호남 홀대론이 고개를 들면서 문재인 대통령을 괴롭혔다. 호남은 결국 문재인 대통령을 선택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에게 몰표는 주지 않았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호남에서 지역별로 59%대에서 64%대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지역별로 23%대에서 30%대의 고른 득표율을 기록했다.

역대 선거에서 전략적 선택을 해왔던 호남이 이번 대선에서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호남의 선택이 대선 판세의 큰 흐름을 좌우하게 되면서 여야 모두 호남 구애 경쟁을 벌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와 지도부 및 초선의원들은 5·18 민주화운동 41주기를 명분으로 일제히 광주를 찾아 호남 민심에 구애전을 펼쳤다. 송영길 대표는 18일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기념식에 참석해 민주열사 묘역을 참배했고, 초선의원 모임 더민초구성원 30여명도 지난 17일 목포 세월호 참사 현장을 방문하고 5·18 민주묘지에도 참배했다.

여권의 3’ 대권주자들도 호남 민심 잡기 경쟁을 벌였다. 경북 안동 출신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17일 이틀간 호남에 머무르며 호남 지지 기반을 다졌다. 이에 발맞춰 경기도는 도내 5·18 유공자와 유족에게 매달 10만원씩 생활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남 영광 출신인 이낙연 전 대표는 지난 16일에 광주에서 연초 자신이 꺼냈다 거센 역풍을 맞았던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에 대해 공식으로 사과하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 광주시당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사면론에 대해 대한민국이 미래로 나아가려면 국민 갈등을 완화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그 방안의 하나로 거론했으나 국민의 뜻과 촛불의 정신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다면서 잘못을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 전 대표는 이날 국민 기본권 강화 및 불평등 완화를 위한 개헌을 촉구하는 내용의 광주 구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전북 진안군 출신인 정세균 전 총리도 지난 17일부터 18일까지 광주에 머물렀다. 정 전 총리는 지난 18일 광주 모 호텔에서 광주·전남 지지 조직인 나의 소원관계자들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정 전 총리는 광주항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광주의 정의는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 검찰 개혁과 언론 개혁은 광주 정신의 시대적 과제라고 강조하며 이달 말 출마 선언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나의 소원이 언론을 통해 전했다.

국민의힘도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추진해온 호남 구애작업의 강도를 한층 높이고 있다. 김기현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185·18 기념식 참석을 위해 광주를 방문했다. 김 권한대행은 지난 7일에도 첫 지방 일정으로 광주를 찾은 바 있다. 국민의힘 잠룡인 유승민 전 의원과 원희룡 제주지사도 5·18 민주묘지를 참배했다. 국민의힘은 최근 6·11 전당대회 첫 합동연설회 장소로 호남을 선택하기도 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전남 광주시 남광주시장을 찾아 시장상인들과 인사하며 이야기 나누고 있다. 사진=이낙연 의원실 제공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월15일 전남 광주시 남광주시장을 찾아 시장상인들과 인사하며 이야기 나누고 있다. 사진=이낙연 의원실 제공

이번 대선에선? ‘아직 관망 중

그러나 아직 호남은 대선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마음을 정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대체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기는 하나 압도적 우세는 아니다. 특히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일부 여론조사에서 호남 출신인 정세균 전 총리보다 더 많은 20% 이상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도 주목을 받고 있다.

머니투데이·미래한국연구소 의뢰로 PNR-()피플네트웍스가 지난 14일 실시한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조사 결과, 호남에서 이재명 지사가 31.3%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고 뒤이어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27.6%, 윤석열 전 총장 21.9%, 정세균 전 총리 4.3%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달에는 윤석열 전 총장이 호남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나 정치권이 술렁이기도 했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달 16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를 실시한 결과 호남에서 윤석열 전 총장(26.7%)이 여권 후보들을 누르고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뒤이어 이재명 지사가 24.5%, 이낙연 전 대표 11.5% 순으로 집계됐다.

민주당 대권후보 한 관계자는 21일 이 같은 흐름에 대해 윤석열 전 총장의 지지율이 높게 나오고 여권 후보들도 압도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는 후보가 없다는 점은 호남이 보기에 아직 민주당 주자들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것 아니겠나라고 주장했다.

호남 지역에서 활동해온 정치권 한 인사는 일부 정치 이슈에 따라 대선주자 지지율이 변동은 있지만 호남은 아직도 관망하고 있다지금까지 전략적 선택을 해왔던 것처럼 호남 민심은 상황을 관망하다가 본선 경쟁력이 있는 대선주자를 선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전 총장도 호남 지지율이 높게 나오자 호남 구애에 가세했다. 윤 전 총장은 5·18 민주화운동 41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언론을 통해 메시지를 내고 “5·18은 현재도 진행 중인 살아 있는 역사라며 자유 민주주의 헌법 정신이 우리 국민 가슴에 활활 타오르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어떠한 형태의 독재나 전제든, 이에 대해 강력한 거부와 저항을 명령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호남에서 나타나고 있는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은 그의 향후 거취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CBS 라디오에서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 가능성에 대해 지금 상황에서는 오기 어려울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어 윤석열과 함께하는 가까운 분들도 있을 텐데 최근에 보면 윤 전 총장의 호남 지지율이 놀랍게도 이재명 지사나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를 다 이기는 걸로 나오는 게 있다그런데 만약에 윤석열 전 총장이 우리 당 쪽으로 오면 그 지지율이 꺾일 가능성이 많다고 강조했다.하 의원은 그런 면에서 어쨌든 독자세력으로 있어야 된다. 기존에 자기 지지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런 주장이 저는 강해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한 뒤 헌화하고 있다. 2021.05.18. 뉴시스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한 뒤 헌화하고 있다. 2021.05.18. 뉴시스

민주당, 국민의힘 호남 구애에 경계심 바짝

국민의힘 지지율이 최근 호남에서 상승한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아직까지는 민주당에 비해 크게 낮은 지지율이지만 국민의힘이 향후 호남 구애에 진정성을 보인다면 호남 민심도 움직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11~13일 실시한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광주·전라 지역에서 7%포인트 하락한 44%로 나타났다. 국민의힘은 같은 기간 8%포인트 상승한 14%로 집계됐다.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 때문에 민주당 의원들의 경계심도 강해지고 있다. 김용민 최고위원은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의 호남 구애 행보에 대해 “5·18에 대해서 망언을 한 김진태 전 의원은 여전히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고, 김순례·이종명 전 의원은 여전히 당적을 유지하고 있다내년 대선을 앞둔 정치 이벤트라는 의구심이 계속 남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은 반성은 행동으로 보여줘야 그 진심을 볼 수 있다국민의힘은 이중적 태도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민주주의를 지지하고 국민 통합을 위한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윤사랑 기자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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