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포커스] 삼성전자-하만 ‘커넥티드카’ 등 전장 분야 본격 시동 
[기업포커스] 삼성전자-하만 ‘커넥티드카’ 등 전장 분야 본격 시동 
  • 이창환 기자
  • 입력 2021-05-21 19:14
  • 승인 2021.05.24 10:03
  • 호수 1412
  • 4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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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직접’ 칼 뽑았다…이숭욱·크리스천 소봇카 시너지 기대
삼성전자가 하만을 인수한 이래 지난해 최악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이와 관련 인사 및 조직 개편을 단행하며 직접 진두지휘에 나섰다. [이창환 기자]
삼성전자가 하만을 인수한 이래 지난해 최악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이와 관련 인사 및 조직 개편을 단행하며 직접 진두지휘에 나섰다.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삼성전자가 글로벌 시장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으며 하만(HARMAN)을 인수한 이래 최악의 성적을 내면서 직접 칼을 뽑아 들었다. 지난해 실적은 전년 대비 영업이익 80% 감소.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삼성전자에게는 자존심이 허락지 않는 성적이었다. 글로벌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수장을 교체하는 인사부터 조직 개편까지 단행했다. 5G를 비롯해 커넥티드카 등 4차 산업혁명의 중심이 되는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전략적 행보를 예고했다.

칼 빼 든 삼성, 독일 보쉬 최고경영자(CEO) 출신 크리스천 소봇카 선임
70조 원 네덜란드 자동차 반도체 기업 NXP 인수 할까…현금 자산 ‘넉넉’

2016년 삼성전자는 세계적인 오디오 명가이자 스테레오 전문 기업인 하만을 80억 달러(약 9조4000억 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하만카돈(Harman Kardon)을 비롯해 JBL과 AKG 등 다양한 세계적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하만을 인수한 것은 당연히 세계적인 이슈였다. 하만은 이미 개인용 오디오에서 스튜디오나 공연장 및 영화관에 이르기까지 스테레오 시스템을 제공해온 글로벌 기업이었다. 

삼성전자와 하만의 만남을 두고 해당 분야 전문가들과 전 세계 언론은 양사의 시너지를 전망하며 삼성전자가 안방 시장과 글로벌 커넥티드카 시장 선도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의 TV부터 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각종 기술이 접목된 기기 및 자동차 전장 사업의 확대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컸다. 

글로벌 완성차 기업의 꿈을 접은 삼성이 자동차 전장분야를 통해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는 사실은 소비자들에게도 큰 자극이 될 수 있었다. 커넥티드카를 비롯해 반도체, 무선통신, 각종 차량용 기술 등 삼성전자가 보유한 세계 최고의 기술력과 하만의 노하우라면 가능해 보였다. 

지난 시간을 뒤로하고 5년 만에 뚜껑을 열어 본 결과는 처참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9조18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9% 하락에 그쳤으나, 영업이익은 무려 81.25% 떨어진 600억 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하던 지난해 1분기에는 1900억 원, 이어 2분기에는 900억 원의 영업손실이 났다. 삼성에 인수된 이후 최악의 성적이었다. 

하반기 들어 겨우 체면을 채웠다. 3,4분기 각각 1500억 원, 18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나 삼성전자는 심각성을 깨달았다. 직접 칼을 빼 들었다. 

삼성전자와 하만이 커넥티드카 등 자동차 전장부문 개선에 나설지 기대된다. [하만]
삼성전자와 하만이 커넥티드카 등 자동차 전장부문 개선에 나설지 기대된다. [하만]

칼 뽑은 삼성, 인사 교체 및 조직개편

삼성전자는 하만이 실적이 좋은 상황도 아니고, 전망도 불투명해서 예측을 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인 것은 인정하면서도 하만글로벌을 책임지는 수장 교체에 나섰다. 지난 연말 인사와 함께 조직 개편까지 동시에 진행했다. 

삼성전자는 “당장 구체적인 전략이나 전망에 대해 언급할 수 있는 것은 없다”면서도 “마케팅과 기술 개발 등을 통해서 시장 점유율 확대 및 수요처를 확장해 나가겠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삼성전자 전장사업팀장에는 이승욱 사업지원TF 부사장을 선임하고, 하만의 자동차 전장 부문장에 글로벌 자동차 부품 1위 업체인 보쉬 CEO 출신 크리스천 소봇카(Christian Sobottka)를 영입했다.

업계에서 최근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전장을 비롯한 자동차 부품 분야 확대까지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풀이가 나오는 이유다. 한계에 대한 탈피 및 글로벌 마케팅에 대한 전략적 접근으로도 보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첨단운전자주행보조장치(ADAS) 분야로의 확대를 꾀했으나,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서플라이어로 접근하는 데 어려움을 인정한 셈이다. 

결국 지난 3월 출시 3년 만에 차량용 반도체 칩 설계를 중단했다. 고객 기업의 칩 설계 과제를 수주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그간 아우디 A4의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프로세서로 공급한 ‘엑시노트 오토 8890’외에는 실적이 없다. 결국 지난해 인사와 함께 조직 개편을 통해 팀이 해체됐다. 삼성전자는 이들을 재결집해 시스템LSI 사업부 내 커스텀SoC(시스템온칩) 전담 조직을 만들었다.

70조 원 NXP 인수?…현금 여력 충분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인사교체 및 조직 개편을 마무리 지었지만 자동차용 반도체 등 서플라이어로 접근할 수 있는 방향 설정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나온 것이 관련 기업 인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자동차 전력을 제어하는 반도체 생산 기업인 네덜란드의 NXP가 후보 1순위로 떠올랐다. 최근 완성차 업체들의 차량용 반도체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우리 정부에서 공급 요청을 전달한 기업 가운데 하나로 미래 먹거리는 보장돼 있다. 시가총액만 60조 원이 훌쩍 넘는 덩치가 문제긴 하나 삼성전자의 현금 보유액이 100조 원을 넘는데 다 현금화 가능한 자산 여력도 충분해 인수에 어려움은 없어 보인다. 

하만의 향방도 변화가 예측된다. 이승욱 신임 전장사업팀장은 과거 하만을 인수하는 데 공을 세웠다. 하만 인수의 주역이 삼성전자와 하만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위치에 오른 셈이다. 앞서 사업지원TF에서 기획전문가로 근무한 경험을 최대한 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크리스천 소봇카 부문장의 역할도 기대된다. 

삼성전자 전장사업팀은 경영지원실 직속으로 이승욱 팀장과 소봇카 부문장의 콤비가 글로벌 전장 부문과 커넥티드 카 등 자율주행차 기술 경쟁 속에서 어떤 시너지를 일으킬지 이목이 집중된다. 한편 하만코리아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서플라이어로 국내 비즈니스에 집중하고 있어 하만의 시장 확대에 따른 국내 완성차 고객사 추가도 기대된다. 

이창환 기자 shin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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