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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산업계가 위기를 겪은 가운데 국내 경마산업도 예외는 아닌 모양새다. 경마 매출은 6조 원 이상 감소했고, 올해 역시 위기가 지속되며 유관 단체 종사자들과 생산농가 등 관련 단체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지난 3월 취임한 김우남 회장을 둘러싼 크고 작은 잡음이 일면서 논란은 확대되고 있다. 한국마사회 노동조합은 김 회장에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으로, 김 회장은 결국 지난 20일 열린 공식 행사에서 사죄의 뜻을 밝히고 나섰다. 김 회장은 17∼19대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세화고와 제주대 출신으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바 있다.
- 노조측, 강요미수·협박·업무방해 등 혐의 김 회장 고발
- 김 회장 “부덕의 소치, 사죄...일과 성과로 보답하겠다”
경마의 건전한 발전을 다짐하기 위해 창설된 ‘경마의 날’이 올해로 99주년을 맞았다. 한국마사회는 지난 20일 이를 기념하며 ‘제99회 경마의 날’ 행사를 개최했다. 이 날 행사에는 김우남 한국마사회장을 비롯해 마주와 조교사‧기수 및 생산자 등 경마 유관단체 관계자들 50여명이 참석했다. 김우남 회장은 이날 행사를 통해 “코로나19 위기로 고통받는 경마산업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통해 온라인 발매 부활과 경마산업의 경쟁력 강화, 국산마 생산 및 환류 체계 강화 등 일과 성과로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100주년 앞두고 내부 잡음
취임 석 달도 안됐는데…
경마의 날 100주년을 한 해 앞둔 만큼 김우남 회장의 긍정적인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행사는 전년과 달리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행사 진행 당일 한국마사회 본관 앞에서는 전국경마장마필관리자 노동조합이 경마‧말산업 정상화를 위한 온라인 발매 법안 통과 등 정상화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시위가 이어진 탓도 있지만, 최근 김 회장을 둘러싼 내부 잡음도 원인으로 해석된다. 김우남 회장은 경마의 날 행사에서 “최근 불미스러운 사태와 관련해 부덕의 소치임을 절감한다”며 “다시한번 죄송하다는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고 밝혔다.
![김우남 회장 [사진=한국마사회, 뉴시스]](/news/photo/202105/451809_369084_3258.jpg)
김 회장이 사죄의 뜻을 밝힌 데는 최근 일고 있는 노조와의 갈등으로부터 비롯됐다. 이미 지난 3월 김 회장이 한국마사회장에 취임하면서부터 김 회장을 둘러싼 내부 잡음은 점차 확대돼 왔다. 앞서 마사회 노조는 3선 국회의원 출신인 김우남 회장 취임 당시 임명 반대 운동을 펼쳤던 바 있다.
노조 측이 김 회장을 향한 비판하고 나선 데는 크게 채용비리와 욕설‧폭언 등을 손꼽을 수 있다. 노조측은 지난 11일 성명서 발표를 통해 “(김 회장이)과거 의정활동 중 갑질과 막말을 했던 바 있는데, 이는 취임 이후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며 “온갖 부조리와 적폐의 망령을 마사회에 다시금 불러들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14일에는 김 회장을 상대로 강요죄, 협박죄, 업무방해죄 등을 고발하는 내용이 담긴 고발장을 경찰에 제출했다.
“‘버티기’ 일관, 공백 우려”
농림식품부, 내부검토 단계
노조측은 고발장 제출 당일 경기남부경찰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 감찰 결과 김 회장의 비위사실이 확인됐음에도 김 회장 측은 여전히 ‘자진 사퇴’ 대신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마사회는 사실상 경영 공백상태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마사회 경영 정상화와 범법자의 원활한 수사를 위해 농림축산식품부는 김 회장에 대한 직무 정지와 함께 조속한 해임 조치로 답해야 한다”며 “정부의 합당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을 경우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함께 지난달 13일 SBS는 김 회장이 간부 채용 과정에서 이를 만류하는 직원에게 폭언한 내용이 담긴 녹취파일을 공개해 파장이 일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와 관련한 논란이 확대되자 지난달 감찰을 지시했다. 이후 지난 7일 청와대는 감찰 결과를 발표하며 김우남 한국마사회장이 직원들에게 폭언과 욕설을 한 사실을 확인했다는 내용을 밝혔다. 당시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한국마사회장이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의 비서실장 채용 검토 지시를 한 사실 및 특별채용 불가를 보고하는 인사 담당과 다른 직원들에게도 욕설과 폭언을 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하며 청와대는 감찰 결과 및 자료를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에 이첩하고, 규정에 따라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도록 지시했다. 이후 농식품부는 이첩된 사건을 어떻게 조치할지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으며, 나아가 내부 논의 중인 단계인 만큼 결론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은 상황이다.
한편 김 회장은 폭언 논란이 불거진 이후 마사회 사내 게시판에 “부끄럽고 잘못된 언행으로 실망을 안겨드려 국민께 죄송하다”며 “상처받은 임직원들께도 사죄한다”는 글을 자필 서명과 함께 올린 바 있다. 이후 지난 20일 열린 경마의 날 행사에서는 “그간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경마 현장 근로자의 복지와 권익향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히며 행사에 참석한 4개 노조 위원장들과 즉석 간담회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호연 기자 hy@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