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장년층 이상 연령대에 흔히 발생하는 어깨 질환 중 하나가 바로 ‘오십견’이다. 오십견은 중년 이후에 나타나는 어깨 통증 및 움직임 제한을 통칭해서 일컫는 말로 ‘사십견’, ‘유착성관절낭염’ 또는 얼음처럼 어깨가 굳었다 하여 ‘동결견’이라고도 부른다. 오십견은 주로 퇴행성 변화로 인해 생기는 경우가 많아 50대 이상에서 잘 발병하지만, 최근에는 스마트폰과 컴퓨터 사용, 운동 부족으로 인해 30~40대 젊은 층에서도 발병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추세다.
어깨 관절에는 관절을 둘러싼 관절낭 혹은 활액낭이라는 공간이 있는데 오십견 환자는 이 부분이 노화 및 만성적인 염증에 의해 유착되어 붙어버리거나 쪼그라든 상태가 되어 팔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게 된다. 주로 기존에 석회화건염, 회전근개파열, 류마티스견관절염, 이두근 파열 등 어깨의 염증이 있는 경우에 많이 발생하고 깁스 또는 수술 후유증으로 어깨의 움직임이 고정된 기간이 오래된 경우에도 오십견이 잘 발생한다.
또한 추운 날씨가 이어지는 겨울에 오십견이 발생하기 쉬운 이유는 추위로 인해 혈관과 근육이 수축되고 관절의 유연성이 급격하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낮은 온도에서는 비교적 적은 움직임에도 어깨 주위 통증이 나타나거나 기존에 있었던 어깨 통증이 심해지는 경우도 있다.
오십견이 발생하면 관절의 유연성이 떨어지고 운동 범위가 제한되는데 처음에는 어깨를 안쪽으로 돌리기 힘들고 이후 팔을 앞으로 들기 힘들거나 밖으로 돌리기도 어려워진다. 세수할 때나 머리를 감을 때 뒷목을 만지지 못하거나, 머리 빗기가 어렵고, 브래지어 끈 있는 곳까지 손을 뒤로하는 동작을 할 수 없다. 오십견이 발병하면 처음부터 아주 격렬하게 증상이 발현되는 경우, 혹은 점진적으로 증상이 발현되는 두 가지로 나뉠 수 있으며, 증상단계는 통증기-유착기-회복기 3단계로 진행된다.
가장 먼저 통증기는 통증을 느끼고 굳어지는 단계로 약 3~8개월간 지속되고, 유착기가 되면 통증은 심하지 않으나 어깨가 더욱 굳어져 운동 제한이 심해지는데 기간은 3~6개월 정도 지속된다. 회복기에는 점점 어깨의 운동 제한이 풀려나는 시기로 처음에는 통증이 약간 있지만 움직일수록 통증과 운동 범위가 나아지는 시기로 3~6개월 간 지속된다.
어깨 치료를 하다 보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이 “혹시 제가 오십견인가요?”라는 말이다. 어깨를 움직일 때 아프거나 움직임이 평소랑 다르면 오십견에 대해 환자들이 문의가 많아진다.
실제로 오십견의 통증은 여타 어깨질환들처럼 활동하는 낮보다는 잠을 자는 야간이 가장 심하며 삼각근과 상완의 외측으로 방사되는 경우가 많아 자칫하다가 오십견을 다른 어깨 질환으로 혹은 다른 어깨 질환을 오십견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타 어깨 질환과 구별되는 오십견의 특징은 어깨의 내회전 또는 외회전을 포함한 여러 각도의 능동적 운동(혼자서 움직이는 운동)뿐 아니라 모든 방향으로의 수동적 운동(제3자에 의해 움직이는 운동)도 운동 범위 제한과 심한 통증을 호소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없는 부위는 수동적 운동의 제한이 없는 다른 어깨 질환과 차이를 보인다. 또한 오십견은 오른손잡이 왼 손잡이에 관계없이 발생할 수 있고 양쪽 어깨에 동시에 오기보다는 한 쪽씩 오는 경우가 많다.
오십견의 치료가 어렵고 답답한 이유는 꽁꽁 얼어 있는 빙산을 단번에 녹여 낼 수 없듯이 꽁꽁 얼어 있는 어깨이기에 치료 한 번으로 완치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양방에서 사용하는 소염진통제 복용과 통증이 너무 심할 경우에는 사용하는 국소스테로이드 주사는 통증 개선 목적으로는 즉효성을 보이나 증상을 일시적으로만 경감시킬 뿐 약효가 떨어지면 다시 재발하기에 근본적인 치료가 되지 않는다. 오십견이 다른 질환에 비해 치료가 오랜 기간 소요되는 가장 유력한 원인으로는 관절낭의 유착된 부분의 국소적 혈액 순환이 기타 부위에 비해 현저히 적기 때문에 회복을 돕는 영양 공급이 빨리빨리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뭉친 기혈을 풀고 혈액 순환을 촉진시켜 회복을 돕는 한방치료가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오십견 치료를 할 때에는 반드시 환자의 증상 단계에 맞게 치료 계획을 세워야 한다. 예를 들면 오십견의 초창기인 통증기에는 통증이 너무 심한 경우엔 움직임을 회복시키기 위해 무리하게 운동요법 및 스트레칭을 실시하면 유착의 박리에 의해 주위 조직의 손상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오히려 상황이 악화되는 경우가 있다. 그렇기에 통증기에는 적절한 통증 치료와 혈액 순환 개선요법을 통해 통증을 줄이고 어느 정도 통증이 감소되어 유착기가 되었을 때 어깨 관절의 운동 범위를 차츰 회복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한방에서는 어깨 주변의 틀어진 척추를 바로잡는 추나요법을 이용해 치료하고 있다. 추나요법은 어깨 주변 조직의 기혈의 순환을 촉진시키고 고정된 어깨 관절을 열어 균형을 맞추고 이 상태가 유지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약침과 뜸 등을 활용해 어깨주변의 강직된 근 긴장을 해소시키고, 경락의 흐름에 따라 침을 놓아 어깨 주위의 기혈 흐름을 촉진시킨다. 흔히 사용하는 혈(穴)은 견우, 견료, 견정 등의 근위혈과 합곡, 중저, 후계 등의 원위혈을 선택한다.
오십견으로 제한된 관절의 운동 범위를 늘리는 방법으로는 추나요법 이외에도 자가운동이 있는데 매체의 발달로 워낙 오십견 자가운동에 대한 자료와 설명이 많이 있으나 반드시 처음에는 전문가의 정확한 지도를 받아 운동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과한 운동으로 인해 통증이 발생하면 드물게 염증이 심해지는 경우가 있으니 너무 아프지 않을 정도로, 통증이 나타나지 않는 정도로 팔을 여러 방향으로 운동해야한다.
오십견은 대부분 수술없이 24개월 안에 주요증상이 소실되고 가벼운 증상만 수개월 남는 경우가 많다. 다만 어깨통증을 동반한 오십견을 장기간 방치한다면, 어깨가 굳어 관절의 운동범위가 영구적으로 제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또한 정확한 치료를 위해서는 기타 어깨관련질환과도 감별하여야 하므로, 의심이 되는 증상이 있을 경우 조기에 전문적인 진료를 받아 보는 것이 필요하다.
<한동화 한의원 원장>
정리 = 김정아 기자 jakk3645@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