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캠프 ‘요직 완착’, 朴캠프 ‘둥지 없는 철새’

한나라당 경선이 끝난지 1년 7개월이 다되어가고 있는 지금 박근혜 경선 캠프 사람들과 이명박 경선 캠프 사람들의 운명은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 무엇보다 양 캠프 특보단에서 활동했던 인사들의 경우 빛과 그림자가 극명하게 갈린 상황이다. 이명박 후보 경선 캠프와 중앙선대위에서 일했던 특보출신들은 대략 3천명에 육박한다. 특히 자문위원을 제외한 특보 명함을 들고 활동한 인사는 천명 정도이다. 이 중 3분의 1은 공직에 진출했을 것이라는 게 특보단 관계자의 예상이다. 반면 박 전 대표 경선 캠프에서 근무하다가 공직에 진출한 인사들은 극히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박 전 대표의 경우 일부 ‘짝퉁 특보’가 등장해 ‘유효기간’이 지난 특보 명함을 들고 ‘사기’를 쳐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이명박 전직 특보인사들 역시 마찬가지다. 이명박 박근혜 두 유력 후보와 함께 했다는 점에서 ‘가문의 영광’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특보 출신들. 그러나 확연하게 명암이 갈린 특보단의 현주소를 알아봤다.
한나라당 경선 당시 박근혜 후보 경선 캠프에서 특보단을 관리해온 한 실무자에게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그 내용은 ‘박근혜 특보 명함을 들고 함께 일하자고 찾아온 사람이 있는 데 확인해 달라’며 ‘000씨가 특보인지 아닌지’를 문의하는 전화였다. 이 실무자는 즉각 자신이 갖고 있는 특보 명단을 확인한 이후 ‘그런 사람이 없다’고 밝혔다.
이 인사는 “경선이 끝난 지 2년이 다 되어가는 데 철 지난 명함을 들고 다니는 인사가 아직도 있다”면서 “잊을 만하면 한 통씩 5~6통정도 그동안 확인 전화를 받았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명단을 확인하면 캠프에 정식으로 등재돼 임명장을 받은 인사가 아닌 짝퉁 특보가 다수”라며 “경선 막바지 정신이 없어 중앙 캠프에서 허가도 받지 않고 나간 지역 특보 명함이 문제가 되는 것 같다”고 내다봤다.
박근혜 특보 명함 사칭, ‘좋은 사업있는데…’
주로 이 짝퉁 특보들은 특보 명함을 빌미로 ‘이런 좋은 사업이 있는데 같이하자’, ‘박 전 대표를 위해 조직을 꾸리는 데 돈이 든다 ’는 등으로 사기를 친다는 것이다. 순진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현혹시킨다는 점에서 중앙 정치판보다는 지방에서 주로 발생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러나 이 인사는 “경선 당시 활동했던 중앙선대위 특보 출신 인사들은 공식적인 활동을 자제하고 친목 도모 차원에서 가끔씩 모임을 갖는 정도”라며 “조직을 꾸린다거나 경선때만 유효한 특보 명함을 들고 활동은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덧붙여 그는 전국에 퍼져 있는 특보 출신들을 단도리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면서 ‘조용하게 외곽에서 박 전 대표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현재 박 전 대표 캠프에서 활동했던 실무자나 특보 출신들이 비공식적으로 친목 모임을 갖고 있는 곳은 ‘엔빅스팀’과 ‘오벨리스크’ 팀이 대표적이다. 엔빅스팀은 박 전 대표 경선 캠프가 있었던 건물 이름을 따서 만든 것으로 전현직 보좌관 인사들이 주축으로 만든 모임이다. 반면 ‘오벨리스크팀’으로는 안병훈 전 선대위원장과 최병렬 전 선대위 상임고문, 이병기 전 특보 등을 비롯해 이연홍 전 중앙일보 정치부장이 주축이 돼 결성된 외곽 언론인 특보단이다.
반면 이명박 후보 선대위 출신 특보들은 왕성하게 공직에서 활동하고 있다. 권철현 특보단장밑에서 근무했던 한 실무자는 “경선.본선 다 합쳐 특보단의 규모를 보면 상임특보(100명), 정책특보(700명), 자문위원(2000명)까지 합치면 대략 3천명 선인데 이중 상임특보와 정책특보 출신중 3분의 1은 공직에 진출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명단을 공개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는 난색을 표했다.
실제로 특보 출신으로 100% 공직에 진출한 방송특보단을 보면 이명박 정부가 특보단 출신들을 얼마나 중용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대선 당시 단장이었던 양휘부 구 방송위원회 상임위원은 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 구본홍 상임특보는 YTN 사장으로 임명돼 낙하산 논란이 거셌다. 방송 특보 출신으로 이몽룡 전 KBS 부산총국장은 스카이라이프 사장, 정국록 전 진주 MBC 사장은 아리랑 TV 사장, 허원제 전 SBS 이사는 18대 국회의원, 김용한 전 CBS 본부장은 한국토지공사 감사 차용규 전 울산방송 사장은 OBS 사장, 곽경수 전 KBS 기자의 경우 청와대 춘추관장으로 임명됐다.
MB 정부에 특보 출신 ‘무더기’ 낙하산 인사
이밖에 주요 공기업으로 이정원 조직특보는 한국동서발전 상임감사, 김경원 경북 특보는 국민연금공단 상임감사, 김용한 언론특보의 경우 한국토지공사 상임감사, 박종선 경기도 정책특보는 한국공항공사 상임감사로 재직중이다.
특히 방송 언론사에 친이명박 특보 출신들이 대거 진출하면서 언론노조 및 시민단체에서는 ‘낙하산 인사’라면서 이명박 정부의 측근 정치의 폐해를 집중적으로 주장해오고 있다.
이와 관련 MB 선대위 특보단 실무자는 “당시 특보단 임명과정에서 이상득 라인, 이재오 라인, 정두언 라인, 권철현 특보단장 라인 등 다양하게 임명 요구가 있었다”면서 “주류측으로 들어온 특보출신들이 공직에 대거 입성했지만 비주류 인사들이 추천한 특보출신들은 여전히 홀대 받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공직에 진출하지 못한 인사들 중 다수는 가문의 영광처럼 특보 명함을 갖고 다니면서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적잖다”며 “그러나 박 전 대표측의 일부 특보 출신들처럼 ‘특보 명함’을 들고 다녀 문제를 일으킨 인사들은 아직 접수된 바 없다”고 밝혔다.
덧붙여 그는 “지금까지 특보 명함을 들고 활동하면서 잇권에 개입하거나 문제를 일으켜 특보냐 아니냐를 확인하는 전화를 한반도 받지 못했다”며 사전 검증을 철저히 했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경선·대선이 끝난 시점에서 특보 명함을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박근혜-이명박 특보단 어떻게 구성했나
특보단 실무자들, “나이, 경력에 성향분석까지”
선거 캠프에서 ‘활동비 한푼도 받지 못하는 자리’가 바로 특보다. 이명박 캠프에서는 특보 자리는 윗선빼고는 책상도 없는 경우도 태반이다. 오로지 충성도가 가장 중요시되는 자리로 권력을 잡았을 경우 받을 보상으로 자발적으로 움직인다. 명함을 만드는데도 한계가 없다. 후보자가 재가를 하면 무한대로 만들 수 있는 자리가 특보다. 그러나 캠프가 해체되면 유효기간은 정지된다. 박근혜 경선 캠프에서 특보단을 담당했던 한 실무자는 정책 특보, 조직 특보, 언론 특보, 직능 특보로 크게 4분류로 나누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특보 선정에 있어서는 매우 까다롭게 했다는 전언이다. 그는 “기본적으로 이력서를 통해 나이와 경력을 검증한다”며 “또 성향분석 조사를 통해 아군인지 적군인지를 구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통상적으로 분야별 정책 특보 명단을 모집하거나 추천을 받아 1차 검증을 마치고 나면 박근혜 전 대표가 일일이 다시 체크를 하는 2차 검증작업을 통과해야 한다. 실무자들은 특보 임명에 있어 박 전 대표가 직접 체크하는 것과 관련 불만이 많았다는 후문이다.
너무 꼼꼼하게 체크를 하다보니 특보 임명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박 캠프 특보단 관리를 했던 실무자는 “특보 명함 하나가 한표로 계산되는 데 당시 4백여장 정도 발행해 정식 특보로 임명됐다”며 “이명박 경선 캠프는 특보가 1만명정도 됐다는 말을 들었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나 경선 막판 경선 열기가 높아지고 특보 명함을 달라는 지역 인사들이 급증하면서 막판 정상적인 절차를 무시하고 뿌려진 ‘짝퉁 명함’도 많이 발생했다고 회고했다. 이명박 캠프 특보단 실무자 역시 특보 기준에 엄격했다고 말했다. 이 캠프는 상임특보, 정책특보, 자문위원 등 3분류로 나뉘었다. 또한 시도당 위원장 산하에 지역 특보까지 두고 있어 전국적으로 얼마나 특보 명함이 배포됐는지는 중앙 선대위조차 파악을 못하고 있다.
상임특보의 경우 총장급, 장관, 전직 국회의원 등을 대상으로 임명을 해 실무자선에서 검토를 하고 MB의 사인을 받아 상임특보로 임명했다. 박 전 대표와는 달리 MB는 본인이 일일이 체크하기보다는 실무자선에 맡기고 사인만했다. 또 다른 특이한 점으로는 상임특보건 교수급 이상을 대상으로 한 정책특보건 이력서와 함께 반드시 추천인란을 넣도록 했다는 점이다.
이 실무자는 “경선 및 대선이 끝난 상황에서 특보단이 해체돼 공식적으로 특별하게 활동하는 게 없다”면서 “하지만 관리가 되지 않는 지역특보도 있고 중앙에서 직책을 준 특보들이 알게 모르게 활동하고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특보단을 관리하면서 MB가 선호한 특보중에서 충성도를 알 수 있는 에피소드 한 가지를 들려줬다.
해병 전우회 출신으로 전직 해병대 사령관 출신 전도봉씨를 상임 특보로 임명했는데 당시 이명박 후보가 전국 유세를 다닐 때마다 골목 골목 해병대 출신들이 경호 역할을 담당해 깊은 인상을 줬다고 소개했다. 이 인연으로 전 전 사령관은 지난 총선에 도전했고 실패한 이후 지난해 10월 한전 KDN 제9대 사장으로 임명됐다.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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