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윤사랑 기자] 여권의 대권 레이스의 총성이 울렸다. 대권 레이스의 막은 군소 후보들이 열어 제쳤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양승조 충남지사가 먼저 도전장을 내밀었고, 빅3인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낙연 민주당 전 대표, 정세균 전 총리 등은 출전에 앞서 대선 조직을 다지는 등 몸풀기를 하고 있다. 지난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의 충돌로 정국을 들었다놨다했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등판 시기를 엿보고 있다. 추 전 장관은 검찰개혁 완수를 지상 과제로 여기고 있는 강성 친문 지지층의 지지를 받기도 하지만 동시에 문재인 정부에 대한 민심 이반을 초래한 원흉 중 한 사람이라는 원망도 받고 있다. 추 전 장관이 지난해 정국을 뒤흔들었던 힘으로 여당의 대선판도 뒤흔들 수 있을까.

-‘윤석열 나가면 나도 나간다?’ 추미애 등판 몸풀기, 그러나 낮은 지지율은 걸림돌
- 추미애 ‘문파 지지로 정면 돌파’ 선택, ‘문파 공략’ 메시지로 ‘추다르크’ 지지 모으기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대선 출마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그가 대선에 출마한다면 가장 큰 지원군은 누가 될까. 정치권에선 대체적으로 추 전 장관이 문재인 대통령의 강성 지지층인 ‘문파’의 지원을 받아 대선에 도전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추 전 장관은 과거에는 친노‧친문 세력에게 배척당하던 시절이 있었다. 추 전 장관이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던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추 전 장관은 2004년 4월 총선 당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발의에 대해 민심의 역풍이 크게 불자 열린우리당과 갈라선 새천년민주당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사죄의 의미로 ‘삼보일배(三步一拜)’ 유세를 했다. 그러나 새천년민주당은 9석을 얻는 데 그쳤고 추 전 장관도 낙선하면서 정치 인생 최대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현재 추 전 장관의 여권 내 입지는 상전벽해라는 말이 어울릴 것으로 보인다. 추 전 장관은 2016년 8월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을 무난히 관리하고 2017년 대선에서는 당 대표로서 문재인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상임선대위원장을 맡아 정권교체를 이루는데 일조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도 민주당의 압도적 승리를 이뤄내면서 여권 내 입지를 다졌다.
추미애 ‘윤석열’과 전면전 ‘노무현 탄핵’ 주홍글씨 지워
이후 추 전 장관은 지난해 1월 박상기·조국 전 장관에 이어 문재인 정부의 세 번째 법무부 장관에 임명됐다. 추 전 장관은 재임 기간 검찰개혁 완수의 선봉장 역할을 하며 검찰을 뒤흔들었다. 특히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정면 충돌도 마다하지 않았다.
추 전 장관은 ‘검언 유착’ 의혹, 라임자산운용의 로비 의혹 사건과 윤 전 총장의 가족 관련 사건 등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또 헌정 사상 최초의 검찰총장 징계·직무배제를 추진하면서 ‘추미애-윤석열 갈등’을 일으켰다. 추 전 장관은 재임 시절 윤 전 총장에 대해 “권력기관으로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그 어느 기관보다 엄중하게 요구된다”며 “그 정점에 있는 검찰총장의 언행과 행보가 오히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고 국민적 신뢰를 추락시키고 있는 작금의 상황을 매우 중차대한 문제라고 생각한다”면서 공개 저격하기도 했다. 추 전 장관은 또 거침 없는 인사권을 휘두르며 윤석열 사단 검사들을 대거 좌천시켰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울산시장 선거 ‘청와대 개입 의혹’, 월성 원자력발전소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등 여권 관련 비위 의혹 사건 수사에도 제동이 걸렸다는 시각이 나왔다.
추 전 장관은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추진 동조라는 주홍글씨를 지워내려는 듯 강성 행보를 이어갔다. 그러면서 추 전 장관은 강성 친문 지지층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여권의 여전사로 인정 받았다. 문파는 그를 ‘추다르크’라고 연호했다.
친문 강경파인 정청래 의원은 지난 1월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퇴임을 앞둔 추 전 장관에 대해 “추 장관님, 정말 고생 많으셨다. 법무장관으로서 추미애는 물러가지만 그가 남긴 족적은 작지 않다”며 “보수 언론과 야당의 파상 공세로 추 장관이 입었을 상처도 크지만 그가 보여준 용기와 결기는 일찍이 볼 수 없었던 법무장관의 표상이었다. 가히 헌정사상 이런 법무장관이 있었던가"라고 치켜세웠다.

정 의원은 “조국 전 장관이 흘린 피와 추 장관의 고초가 검찰개혁이 왜 필요한가를 국민에게 또렷하게 알렸다”면서 “추미애를 검찰개혁의 주연 배우로 임명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지만, 어쩌면 시대의 신이었는지도 모르겠다”고 강조했다.
문파의 이 같은 지지는 추 전 장관의 대선 출마의 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추 전 장관은 문파의 지지세를 더욱 키우기 위해 ‘윤석열 대항마’ 역할을 내세워 대선에 도전장을 내밀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평론가인 윤태곤 의제와분석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윤석열 전 총장이 뜰수록 추 전 장관은 ‘저런 문제적 인물이 있지 않냐, 윤석열을 잡을 사람은 나다’라는 식의 프레임(으로 대권에 도전할 것)”이라며 “추미애 때문에 윤석열이 떴다, 이러기도 하지만 윤석열 때문에 여권의 강성 지지층들이 추미애에게 붙는다”고 분석했다.
추 전 장관의 대선 출마 관련 발언은 시간이 갈수록 구체화되고 있다. 추 전 장관은 최근 제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대선 출마 문제에 대해 “시대가 요구하는 과제를 서로 이해하고 우리가 함께 풀어야 하겠다고 할 때, 제가 쓸모 있다면 나설 수 있는 것이지 아무 때나 나선다고 되겠나”라고 강조했다.
추 전 장관은 지난 3월에는 방송인 김어준 씨의 유튜브채널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서 “저의 진심을 담아 집중하고 있으면 그 느낌이 올 때가 있을 거라고 막연하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라며 대선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지율 2.2%, 비호감 2위... ‘문파 지지’ 돌파?
그러나 추 전 장관이 대선에 출마하더라도 낮은 지지율은 걸림돌이다. 오마이뉴스‧리얼미터가 지난달 26~30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2,57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1.9%포인트)에 따르면 추미애 전 장관은 2.2%를 기록했다.
추 전 장관에 대한 비호감도가 높은 것도 문제다. 리얼미터가 JTBC 의뢰로 지난달 18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20명을 대상으로 ‘절대 대통령감이 아닌 사람이 누구냐’는 비호감도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최대 ±3.1%포인트)를 실시한 결과, 윤석열 전 총장이 23.9%로 1위를 차지했고 뒤이어 추미애 전 장관(19.9%)이 2위를 기록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추 전 장관은 이 같은 낮은 지지율을 문파의 지지를 등에 업고 정면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는 친문 지지층의 위력이 승패를 좌우하기 때문에 친문 표심을 공략하면 얼마든지 판을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추 전 장관은 최근 당내에서 민생과 개혁 우선순위 문제로 논쟁이 벌어지자 지난 10일 페이스북을 통해 친문 표심을 겨냥해 “개혁과 민생은 각각 따로 존재하는 목적지여서 그중 하나를 선택하는 게 아니다”며 “민생과 개혁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추 전 장관은 “개혁이냐 민생이나 양자택일 논리는 기득권 세력이 주입한 개혁에 대한 두려움일 뿐, 개혁 없는 민생은 없다”며 “검찰·언론개혁 대신 민생에 집중해야 한다는 말은 민생과 개혁을 나눠 국민과 개혁 집권세력을 이간시키고 개혁 진영 내 분란을 키워 개혁의 힘을 빼려는 반간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여전히 추 전 장관의 대선 출마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존재한다. 설훈 의원은 최근 YTN 라디오에서 추 전 장관과 윤 전 총장이 대선에서 맞붙는 것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글쎄 그건 그분이 농담으로 한 얘기인지, 아니면 진담인지 모르겠습니다만, 그게 그렇게 맘대로 되는 건 아니다”며 “본인이야 무엇이든지 할 수 있죠. 본인 마음이니까 할 수 있지만, 그걸 당원들이 이제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문제는 별도의 문제다. 아직은 때가 아닐 거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일각, “윤 전 총장 살아날 수 있어...” 부정적 시각도

민주당 한 관계자는 “민주당 내에서 추 전 장관의 대선 출마에 대한 반응은 반반이다”며 “추 전 장관이 출마하게 되면 윤 전 총장이 살아나기 때문에 출마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고 또 반은 그래도 지지하는 사람들도 있고 검찰개혁 과정에서 역할도 했기 때문에 출마한다고 하면 말릴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렇지만 추 전 장관이 대선에서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그룹은 많지는 않은 것 같다”며 “그래도 추 전 장관이 현재 거론되고 있는 대선 주자들 가운데 유일한 여성 후보이기 때문에 출마한다면 경선에서 나름의 활력소 역할을 할 수 있는 측면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추 전 장관이 대선에 출마한다면 강성 친문 세력의 지지는 어느 정도 받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선 경선의 판세를 바꿀 만큼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윤사랑 기자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