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역 성매매 집결지 모습. [사진=김혜진 기자]](/news/photo/202105/451448_368700_2732.jpg)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최근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에서 수십 년간 여러 업소를 운영하며 128억 원 상당의 불법 수익을 챙긴 일가족이 잡힌 뒤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에 대한 폐쇄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일명 ‘집창촌’으로 불리는 성매매 집결지가 전국적으로 폐쇄될 수 있을지 국민적인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수원역→평택 쌈리→파주 용주골로···전국 상황은?
60여 년간 성매매 영업을 지속해 온 경기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가 역사 속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는 정확하게 언제부터 조성됐는지는 불분명하나, 1960년대부터 교통의 중심인 수원역 일대로 모이면서 업소가 늘어난 것으로 알려진다.
활발한 시기 때는 100곳 이상의 업소가 영업을 한 것으로 경찰과 지자체는 파악하고 있다.
최근 일요서울이 수원시에게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달 초 기준,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에는 50명의 업주와 55개 업소가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사자는 총 200여 명. 지난 1월 기준, 71명의 업주, 113개의 업소, 250여 명의 종사자가 있던 때와는 달라진 모습이다. 폐쇄 움직임이 거세게 일면서 현재까지 더 많은 업소가 폐쇄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수원시는 자료를 통해 성매매 업소 감소 요인으로 ▲도로 개설 사업 추진(건물주 업종 전환 유도 및 소방도로 개설 구간 내 성매매업소 19개소 폐쇄) ▲성매매 업소 단속에 대한 경찰의 강한 의지 표명(수원역 성매매 집결지 일대를 여성안심구역으로 지정 및 성매매 업소 압수수색) ▲은하수 마을(성매매 집결지 업주 모임) 자진 폐쇄 절차 진행 등을 꼽았다.
경찰도 단속의 칼날을 빼 들겠다며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김원준 경기남부경찰청장 특별 지시로 세부 계획을 세워 성매매 업주 수사를 통한 폐쇄 압박에 나선 것.
앞서 지난해 11월 성매매 집결지 업소에서 일하는 성매매 종사여성 2명이 수원지검에 “업주 등에게 성매매를 강요당했다”는 취지의 고소장을 제출했다. 검찰은 해당 사건을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를 관할로 두고 있는 수원서부경찰서로 이첩, 경기남부경찰청이 이를 다시 넘겨받고 업소에 대한 수사를 벌여 왔다. 결국 20년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 내에서 20년 넘게 성매매 업소를 운영해 온 일가족이 구속됐다. 이들은 기존에 성매매 집결지에서 업소를 운영하던 부모에게 이를 물려받아 영업을 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이 그동안 성매매 업소 운영으로 벌어들인 불법 수익은 128억 원에 달한다.
경찰은 후속 조치로 법원에 해당 업소에서 벌어들인 불법 수익 62억 원 상당을 동결 조치했다. 법원은 경찰이 신청한 기소 전 추징보전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렸다.
- ‘범죄 수익’ 규정 주목
이처럼 경찰이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 내 업소 운영진을 구속하고, 벌어들인 수익을 ‘범죄 수익’으로 규정해 규정하면서 전국에서 운영되고 있는 성매매 집결지도 폐쇄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특히 수원역 일대를 비롯, 경기도 3대 성매매 집결지로 꼽히는 평택 쌈리, 파주 용주골에 대해서는 어떤 조치가 이행될지 주목된다.
평택시는 지난 13일 경찰·소방과 협의체를 구성, 성매매 집결지를 폐쇄하고 해당 지역에 민간 주도 재개발을 추진할 계획을 밝혔다.
구체적인 폐쇄 기한, 방법 등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협의체는 행정적·사법적 규제를 함께 가해 성매매 업소의 자진 폐쇄를 유도한다는 데 뜻을 모은 것으로 파악된다. 시와 소방은 건축법 및 소방법 위반 단속을 실시, 경찰은 성매매 알선행위 단속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평택시와 경찰 등에 따르면 평택역 ‘쌈리’ 일대에서 영업 중인 성매매 업소는 60여 곳으로 추정된다.
이곳도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와 마찬가지로 경기남부경찰청 관할 구역에 속해 있다. 이 때문에 경기남부경찰청 관할 아래 유일하게 평택 쌈리가 성매매 집결지로 남아 있다. 경찰 입장에서는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에 이어 마지막 한 군데 남아 있는 성매매 집결지를 마저 정리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파주 용주골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면서 파주시청도 분주한 모양새다. 파주 용주골 성매매 집결지에는 35개 업소와 70여 명의 종사자가 있다. 파주 용주골은 지적 장애인 성매매 논란이 일기도 했던 곳이다. 조직적으로 10~20대 지적장애 여성에게 접근해 사귄 뒤 성매매 집결지 내 업소로 팔아넘긴 일당이 최근 징역형을 선고 받았던 사례다.
일요서울 취재를 종합하면, 파주시청은 성매매 집결지가 자진 폐쇄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지역 주민들과 논의하며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다. 서울 도봉구 방학천 사례를 참고하겠다는 방침이다. 방학천에는 20여 년 동안 일명 ‘방석집’이라 불리는 유흥 찻집들이 밀집해 있었고 주민들이 지속적인 민원을 제기, 논의 끝에 문화예술거리로 재탄생했다.
파주시청 관계자는 일요서울에 “방학천은 성매매 집결지 반대편에 카페, 공방 등 소규모 점포들을 들이면서 성매매 집결지가 위축될 수 있도록 만든 사례다. 성매매 집결지가 스스로 일을 못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업소들의 자진 폐쇄로 방향을 잡고, 장기간 이뤄졌던 프로젝트다. 우리도 그런 방향으로 생각을 해보고 있다. 지역 주민들과 계속 논의하며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 ‘합동 단속’ 한계점도
경기도 3대 성매매 집결지 뿐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성매매 집결지 폐쇄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이미 서울 시내 주요 성매매 집결지는 재개발로 하나둘 폐쇄된 상태다. 지난 2011년에는 용산역 앞 성매매 집결지가, 2017년에는 ‘청량리 588(동대문구 전농동)’이 폐쇄됐다. ‘천호동 텍사스(강동구 천호동)’도 변화하고 있다. ‘미아리 텍사스(성북구 하월곡동)’, 영등포구 영등포역 일대 성매매 집결지도 폐쇄 움직임이 일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전국 곳곳에서는 여전히 많은 업소가 운영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전국 성매매 집결지 내 업소는 아직까지 400여 개가 남아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종사자는 1000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자체들은 여러 방법을 모색하고 있지만, 일부 지자체는 업주들 반발 등에 막혀 폐쇄 작업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지자체-경찰과의 합동 단속에도 한계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성매매 업소 이용객들의 반발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일요서울에 “경찰과의 합동 단속은 한계가 있다. 합동 단속이 (성매매 집결지) 폐쇄를 유도할 만큼의 성과는 없는 것 같아, 다른 방법으로 접근을 하려고 한다”며 “성매매 집결지 내에 CCTV를 설치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주민들은 안전상의 이유로 CCTV를 설치하기를 원하는데, 거리를 이용(성매매 업소 이용)하는 사람들이 CCTV에 찍힐까 봐 논란 삼고 있는 부분이 있어 그거 하나(CCTV) 설치하기도 상당히 어려운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이번 성매매 집결지 폐쇄 움직임이 전국적인 확산세를 보인다.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물론 풍선효과에 따른 부작용(종사자들의 신·변종 선매매 업소 유입 등)이 거론되는 상태라 여러 지자체 및 수사당국도 고심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조택영 기자 cty@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