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팩트체크] 공수처, ‘檢 비위 수사’ 경찰에 넘긴다?
[주간 팩트체크] 공수처, ‘檢 비위 수사’ 경찰에 넘긴다?
  • 조택영 기자
  • 입력 2021-05-14 19:16
  • 승인 2021.05.14 20:27
  • 호수 1411
  • 2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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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막겠다” vs “공수처, 권력 휘두른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현판. [뉴시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현판.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검찰 비위 사건을 경찰에 넘겨 수사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모이고 있다. 검찰의 일명 제 식구 감싸기를 막겠다는 취지인데, 공수처와 검찰의 갈등이 점점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잇따르는 상태다.

공수처, ·3자 협의체 공언하면 뭐 하나”···-검 갈등 악화 일로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14일 신임 공수처 수사관 18명에게 임명장을 부여, 임기가 시작됐다. 수사관 임기는 6년으로 60세까지 연임이 가능하다. 최종 합격자 중 2명이 임용을 포기, 18명의 수사관만 임명장을 받게 된 것.

임명된 수사관들은 검사의 지휘·감독을 받아 공수처 수사 업무 등에 종사한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임명 가능한 수사관은 총 40명이다. 변호사 자격증을 보유한 7급 이상 공무원으로, 수사·조사 업무에 종사한 이력 등이 수사관 선발의 조건이다.

앞서 공수처는 검사 13명(처차장 포함은 검사 15명)을 선발했다. 25명을 둘 수 있지만 절반을 조금 넘는 수만 임용했다. 공수처는 현재 인력으로도 당장 수사를 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김진욱 공수처 처장은 이번에 임명된 수사관들에게 로마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좌우명인 “천천히 서둘러라(Festina lente)”라는 말을 인용하며 신속하게 사건을 처리하되 신중함과 조화를 이룰 것을 당부했다.

- 공수처 접수 사건 중 ‘검사 사건’ 40% 넘어

공수처의 의지와는 다르게, 공수처가 현재까지 접수된 고소·고발 사건을 모두 검토하고 수사할 수 있겠냐는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공수처가 출범한 지난 1월21일부터 지난달 30일까지 접수된 사건은 총 1040건에 달한다. 이 중 검사 관련 사건은 40%가 넘는다.

앞서 공수처가 짠 묘책은 ‘유보부 이첩’이다. 유보부 이첩은 공수처가 접수 또는 인지한 검사 관련 사건을 검찰에 이첩하면서 기소권은 유보하고 수사만 하게 한 뒤 수사가 완료되면 공수처가 검찰로부터 사건을 다시 넘겨받아 재수사 또는 기소 여부만 결정하는 식이다. 공수처는 주요 검사 사건에 이를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지난 4일 공수처는 사건·사무 규칙을 제정·공포하면서 검사 관련 사건에 대해 이 같은 유보부 이첩을 할 수 있다고 명문화했다. “공수처 사건·사무 규칙은 대통령령에 준하는 효력이 있다”며 검찰도 이를 따라야 한다는 것. 대검찰청은 즉각 ‘법적 근거가 없다’며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냈다.

공수처는 검찰의 반발이 거세질 것을 고려, 검사 관련 사건을 검찰이 아닌 경찰에 이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기소권이 없는 경찰에 수사를 맡기고, 수사가 완료되면 공수처가 사건을 넘겨받아 기소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셈이다.

그러나 공수처의 유보부 이첩 주장은 법적 근거가 미흡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첩이 수사뿐 아니라 기소권까지 넘기는 개념이지만, 공수처가 이례적인 유보부 이첩으로 검찰의 기소권을 제한하고 수사 지휘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인 것.

검사 관련 사건을 경찰에 이첩에 수사 완료 후 공수처가 넘겨받는 형태도 논란이 예상된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경찰은 수사 완료 후에 사건을 공수처가 아닌 검찰에 송치하는 게 원칙이기 때문. 경찰이 수사를 완료했다는 점에서 공수처법상 이첩 요청 기준인 ‘수사의 진행 정도 및 공정성 논란 등에 비추어 공수처에서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할 경우’에도 해당되지 않는 셈이다.

공수처가 검사 관련 사건에 대해 기소권을 고집하면서 법조계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공수처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고, 검찰과 경찰을 지휘하려 든다는 것이다.

만약 경찰에 검찰 관련 사건이 넘어가면 국가수사본부에 배당될 가능성이 크다. 경찰은 수사 중 공수처에게 영장을 신청할 수 있고, 경찰에는 기소권이 없어 수사 완료 뒤 공수처가 자연스럽게 공소 제기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게 된다.

검찰 내에서는 공수처가 검경과 3자 협의체를 구성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실제로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불만이 쌓인 상태다.

- ‘검사 사건 기소권’ 헌재 판단 주목

공수처와 검찰이 헌법재판소의 ‘검사 사건 기소권’ 판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헌재 판단에 따라 양 기관 간 갈등의 핵심인 유보부 이첩과 관련한 타당성 여부가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규원 검사가 청구한 헌법소원을 본안 심리에 넘길지 헌재는 조만간 결정할 예정이다.

사건은 지난달 초 수원지검이 이 검사를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혐의로 전격 기소하면서 촉발됐다.

헌재에 따르면 헌법소원 심판 청구서를 접수하더라도 모든 사건을 심리하는 것은 아니다. 지정 재판부는 1차 판단(사전심사)을 통해 헌법소원 대상이 아닌 사건은 각하하고, 그렇지 않은 사건은 세부 판단을 위해 본안심리를 결정한다.

청구 후 30일이 지날 때까지 각하 결정을 하지 않으면 본안심리를 하겠다는 뜻으로 보는데, 이 30일이 얼마 남지 않는 상태다. 두 기관의 갈등 핵심이 헌재 결정으로 판가름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뉴시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뉴시스]

공수처 ‘1호 사건대상은 조희연···공수 바뀐 여야

최근 공수처가 ‘1호 수사 사건으로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의 전교조 해직교사 특별채용 의혹을 선택했다. 여야는 뒤바뀐 입장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조 교육감의 특별 채용 의혹이 제도적 보완의 문제라며 공수처가 권력형 범죄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권력기관 부패와 비리가 아닌 해직교사 복직 문제를 공수처 1호 사건으로 올린 것은 공수처 설립 취지에 맞지 않다는 것. 추미애 전 장관도 공수처 1호 수사 대상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공수처의 1호 사건 선정 취지에 동의하며 민주당의 반발을 비판하고 나섰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청년들 피눈물은 안중에도 없고 본인들 입맛에 맞는 수사만 해야 한다는 유아적 생떼라고 힐난하기도 했다.

한편 최근 공수처는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된 조 교육감 사건을 수사2(부장검사 김성문)에 배당하고 검토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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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택영 기자 cty@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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