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퇴 촉구 고려대 4차 집회 현장 [뉴시스]](/news/photo/202105/451427_368682_929.jpg)
- 4.7 재보선 최대 변수 작용으로 차기 대선 ‘캐스팅 보트’ 급부상
- “경제 회복 체감지수 ‘0’...코로나19 방역 지침에 지역경제 침울”
- ‘이대남’ 외면한 여성 편향적 정책과 페미니즘 옹호에 불만 토로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20대 청년층에 대한 담론(談論)이 격동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이대남‧이남자’, ‘이대녀‧이여자’ 등 20대 남녀를 수식하는 용어가 범람하는 가운데, 내년 3.9 대선의 캐스팅 보트를 쥔 젊은 유권층에 시선이 쏠린다. 특히 20대 남성들을 일컫는 ‘이대남’은 지난 4.7 재보궐선거에서 최대 변수로 작용하며 차기 대선 판도를 가늠할 핵심 바로미터로 급부상했다. 이번 재보선에서 전통적으로 20대의 민주당 지지율이 높다는 정설은 깨졌다. ‘정치에 무관심한 20대’와 같은 관용구도 옛말이 됐다. 이제 본격적인 대선 무대를 앞둔 여야는 20대 남성들의 표심을 얻기 위한 ‘이대남 포섭전’에 돌입한 모양새다. 정치권에선 기존 진영 논리에서 벗어난 20대 맞춤형 정책안들이 쏟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창간 27주년 특집호를 맞아 일요서울이 내년 3.9 대선 ‘돌풍의 핵’으로 지목된 이대남들의 속내를 들여다봤다.
“투표소로 달려가게 만든 건 불공정과 위선”
“아무래도 20대의 가장 큰 관심사는 취업이 아닐까. 취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정성이다. 하지만 이런 가치가 가장 엄격하게 지켜져야 할 공직사회에서 지위와 권력을 이용한 부정 사례들이 계속 나왔다. 가뜩이나 취업난으로 구직조차 어려운 판국에 뉴스 일면을 장식하는 고위 공직자들의 자녀 취업‧입시 청탁 등 비리 사례들을 보고 있자면 취직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허무하다. ‘금수저’들은 시간과 노력이라는 기회비용 투자도 없이 미래가 보장된다. 공정과 정의를 외쳤던 촛불 정부에 기대를 걸었던 청년들에게는 배신감과 박탈감만 안겨 줬다. 고민의 여지 없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투표한 이유이기도 하다.”
서울 금천구에 사는 김모씨(27)는 대학 졸업과 동시에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그는 2년째 9급 공무원 임용시험을 준비 중이다.
김 씨는 “솔직히 야당도 마음에 안 들지만 여당에 대한 실망이 더욱 컸다. 적어도 상식과 공정 가치가 통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정착됐으면 한다”면서 “이번 선거도 나와 같은 20대들의 고민과 실망이 반영된 결과라고 본다”고 지난달 치러진 재보선에서 야당이 압승을 거둔 이유를 이같이 해석했다.
25세 대학생 정모씨(서울 관악구)는 “조국 전 장관의 딸 조민의 부정 입학과 추미애 전 장관의 아들 ‘황제 휴가’ 논란을 지켜보면서 현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떨어졌다”면서 “특히 사회 진출과 편입, 대학원 진학을 생각하는 시기라 취업이나 입시 이슈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재보선 투표 참여 배경을 밝혔다.
또 그는 “시대적 상황에 맞게 정치권에서도 잘못된 구시대적 관습과 부정들이 없어져야 한다”면서 “글로벌 시대에 우리나라가 논의에 집중해야 할 발전적이고 생산적인 이슈들이 너무나도 많은데, 2021년의 우리나라는 여전히 조선시대 탐관오리를 생각나게 하는 문제 따위에 사로잡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4.7 재보궐선거는 역대 재보선 투표율 최고치를 경신, 서울시장 선거의 경우 20대 남성 72%, 30대 남성 64%가 당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30세대가 민주당 고정 지지층이라고 믿었던 여당에 큰 충격과 고민을 남긴 대목이기도 하다.
“집값 폭등에 ‘내 집 마련’ 고사하고 결혼도 주저하게 돼”
“내 주위 또래들만 봐도 결혼에 생각이 없는 사람들이 많다. 가장 큰 이유가 부동산 시세가 요동치는 바람에 ‘내 집 마련’은 고사하고, 대출 규제도 심해서 결혼의 시작점인 신혼집 장만에서부터 경제적 부담을 느낀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뭐 하나. 집값도 올라가는데 일반 직장인 월급으로 서울 집을 매매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다. 독립한 친구들은 전세도 없는 마당에 월세 지옥에 시달리는 게 현실이다.”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에 거주하고 있는 한 28세 취업준비생 남성의 말이다.
그는 “‘대한민국은 여전히 돈 많은 사람들이 살기 좋은 나라’라는 단편적 생각이 어느덧 삶의 철학이 됐다”면서 “친구 등 주변 20대들을 보면 대체로 집값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천정부지로 오른 부동산 시세에 결혼은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최근 부동산 시세가 폭등한 인근 지역을 일례로 들며 “지역 비하는 아니지만 서대문구의 홍은2동은 달동네로 불릴 정도로 부동산 시세가 저렴한 지역이었는데, 현 정부가 절대 집값이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인근 주민들의 고정관념을 깨 줬다”라며 “주택 청약을 시행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경쟁률이 치솟고 있는데, 부동산 정책 실패에서 파생된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으면 답이 없다”고 비관했다.
“경기 회복? 체감하기 어려워...코로나 방역 지침에 회의적”
27세 요식업계 자영업자 최 모씨(경기도 일산시)는 현 정권에 대한 20대 남성들의 지지 철회는 경제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봤다.
계속된 경기 침체로 운영 중인 가게가 1년 넘게 재정 악화에 시달렸다는 그는 “부동산 정책 실패, 젠더 이슈가 표면적으로는 제일 문제시되고 있지만 경제 성장은커녕 원점 회복조차 체감할 수 없었던 게 지금의 정부 정책에 반감을 가지게 된 이유라 본다”며 “무엇보다 지금의 코로나 방역 지침으로 수도권 지역 경제는 쑥대밭이 됐다. 5인 미만 집합 기준, 10시 영업 제한이 계속되는 이상 정부의 소상공인 지원금도 일회성 땜질에 불과하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서울 구로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박 씨(27)는 “정치에 큰 관심이 없어서 딱히 지지하는 정당이라 할 것도 없지만, 지금 정부는 기저 효과에 기댄 경제 회복 착시 현상을 마치 경제적 성장을 이룬 것마냥 강조하는 것 같다”라며 “그나마 경제나 부동산 이슈 접근에서 현실성 있는 야당이 대안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여성 편향적 정책과 ‘페미니즘’에서 기인한 남성 역차별을 주장하는 시각도 엿볼 수 있었다.
‘이대남’, ‘이대녀’라는 용어 사용이 불편하다는 27세 회사원 김 씨(서울 서초구 양재동)는 “최근 젠더 이슈가 커지고 있는데, 남녀 갈등을 부추기는 근본적 원인은 기형적인 남녀평등주의와 이를 지지하는 정부의 일방통행 정책”이라며 “여성할당제나 군가산제 폐지만 봐도 납득이 쉽지 않다. 여성 편의에만 초점이 맞춰진 정책만 이뤄지다 보니 최근 남녀평등 복무제 이슈까지 나오는데 아마도 많은 20대 남자들이 여성의 군 복무까진 바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두현 기자 jdh20841@ilyoseoul.co.kr